불로소득에 대한 단상

"팔까 말까"

개인적으로 체험한 주식시장의 모순


얼마 전 나도 '자산계층'이 됐다. 아니 정확히 나의 금융자산이 불어났다. 우리사주 말고 한겨레신문사가 대주주로 있는 <인터넷 한겨레>의 주식 일부를 액면가에 배정받은 것이다.
솔직히 고민이었다. 지난 4월인가, 마누라가 주식투자 하겠다는 걸 온갖 회유와 협박을 통해 못하게 했던 일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내 논리는 이랬다. '부동산 투기와 주식투자가 다른 게 뭐라고 생각하는지 10가지만 대봐라' '부동산 투기는 그래도 세금은 내는데 주식투자 해서 번 돈은 세금도 내지 않는다' '나는 기잔데, 기자 마누라가 주식투자 하면 괜히 오해받기도 하고 슬며시 욕심이 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내가 하면 재태크, 남이 하면 투기라고 보는 거냐' 등등 쉴새없이 마누라를 공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덕인지 마누라는 증권회사에 맡겼던 예탁금을 다음날로 찾았다. 내 뜻을 이해해준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일종의 벤처기업이라고 할 <인터넷 한겨레>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액수는 얼마 안 된다. 한 40만원어치 될 거다. 그런 결정을 내린 데는 당분간 <인터넷 한겨레>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시세차익과는 거리가 멀다는 나름의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만약 <인터넷 한겨레>가 상장이 되거나 코스닥에 등록이 돼서 액면가의 몇배 이상으로 가격이 오르면 이걸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팔면 그만큼의 시세차익은 고스란히 내 호주머니에 들어온다. 아마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개인투자자와 증권회사를 통한 주식투자자들의 주식거래차익에 대한 과세를 그때까지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인터넷 한겨레>가 등록되거나 상장되는 날, 개인적으론 팔 것인지 말 것인지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액수는 얼마 안 되지만, 그 행위에 현 주식시장의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준상/한겨레 여론매체부 기자


/ 언론노보 286호(2000.7.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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