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동료 떠날때 침묵했던 우리

단결투쟁가 부르며 힘찬 투쟁


"동트는 새벽 밝아오면...." 1일 파업 승리


지난 6월 22일 오전 11시.
국제신문 사옥 1층 로비에는 은회색조끼를 입은 건장한 남녀들이 대오를 정열했다.
그리고 '동트는 새벽 밝아오면…'으로 시작되는 단결투쟁가가 힘차게 울려퍼지면서 노동자의 권리는 노동자의 손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굳은 결의로 뭉친 동지들의 힘찬 손이 허공을 가로 질렀다.
90년대 들어 전국에서 최초로 전개된 신문사 파업.
달라진 사회분위기 탓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심지어 언론노동자들 스스로도 '우리가 과연 파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어깨를 무겁게 짓눌러왔지만 국제신문 노동자들은 참언론 구현과 독립언론 사수 그리고 생존권 보전차원에서 분연히 일어섰다.
이날 오전까지 '설마, 파업까지야…'라며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던 사측은 오후가 되자 필사적으로 노조측과 접촉을 시도했고 결국 오후 7시께 노조측의 임단협안을 대폭 수용하는 백기를 내들었다.
기본급 5% 인상, 상여금 470%, 제수당 IMF이전 수준 회복.
당초 노조가 주장했던 기본급 10% 인상, 상여금 700% 지급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이었지만 지난 98년 IMF이후 계속된 임금 하락추세를 되돌린 쾌거였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괴감에서 숨 한번 크게 못쉬고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던 지난 2년간의 암울한 기억을 한꺼번에 씻어버린 언론노동자의 위대한 승리이기도 했다.
우리 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노동자의 투쟁없이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자본가로부터 따낼 수가 없으며 '생산직 노동자와는 다르다'라는 이유로 귀족적인 사고를 억지로 가지려고 했던 사무직 노동자도 결국은 '진짜 노동자' 일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파업투쟁을 승리로 이끈 노조는 이제 산별노조 가입을 위해 총력을 모으고 있다.
단일 사업장으로 국한된 싸움은 거대한 자본의 벽을 넘기 힘들며 언론노동자의 단결없이는 언론자유를 침해하려는 권력의 망상을 깨부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노조원들은 이번 싸움을 통해 처절하게 체득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을 상대로 교육을 시행중인 노조는 조만간 산별가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는 우리 조합원들을 믿기에 압도적인 지지를 또한 확신한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우리 노조가 전국 최강의 노조로 거듭날 것 역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염창현 노보실장


/ 언론노보 286호(2000.7.26) 3면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