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앞둔 산별노조 다함께 준비할 때


조직안정은 전임인력 확보가 성패 좌우

교섭역량 확대, 언론개혁 등 현안 산적

언론노동운동 방향 정립 지혜 모아야



산별이 그리 두려운가
1. 1) 조합은 산별노조로 가지는 않는다. 2) 조합은 민노총, 언노련과의 관계는 단계적으로 끊겠다.' 지난 4일 J신문인쇄 사 측이 노조에 요구한 2000년 단협 관련 부속합의문 중의 일부입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으로 딱합니다.
뿐입니까. S방송 계열노조는 네 곳인데, 사 측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네 곳 중 첫 번째만 가지 마라.' 어디도 못 가는 것이지요. 민방 사 측의 논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산별이 대세지만 일등만 하지 마라.' S신문의 '산별 안가면 특파원 보내준다'는 얘기는 고전이 되었지요. 산별 출범이 가까워지면서 사장단의 회동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는 정보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산별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입니다. 새천년이 어쩌구 하지만 노사관계에 관한 한 한국의 사용자 마인드는 여기서 더하고 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내 할 일 끝났다(?)
산별투표를 끝낸 20개사 노조 위원장의 한결같은 목소리가 있습니다. '임단협 마무리했고 산별투표 끝냈으니 내 할 일 끝났다.' '이제 말년이니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지.' 그 심정 십분 이해합니다. 산별이 아무리 대세인들 투표는 부담스럽기 마련이지요. 축구공은 둥글고 표는 까봐야 하니까 말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 산별투표이고, 하면 90% 이상 찬성이라 쉬울듯도 한데, 단위노조 집행부가 갖는 부담이나 스트레스는 보통이 아니었을 겝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한 보람은 빠른 시간 안에 나타날 것입니다. 보태어, 우리는 2000 언론산별 원년을 함께 연 동지들입니다.

산별 인력, 성패 좌우
그러나 산별은 이제 시작입니다. 능력 있는 사무처 인력의 확보, 2001년 사업계획안의 마련, 산별노조 발전 전략 수립 등 이제부터 진짜 실력을 보여야 합니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산별노조는 시작도 못합니다.
언론산별의 초기 안정화 여부는 산별의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기존의 언론노련 대하듯 하면 산별은 필패입니다. 신문, 방송노조에서 뛰어난 인적 자원들이 올라와야 하며 이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합니다. 그 속에서 정부나 사용자단체와 겨룰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이 나오며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교두보가 확보됩니다. 조직은 '사람과 돈'이며 산별노조는 이제 '우리 노조'입니다.

산별다운 사업계획
내년은 산별노조가 출범하는 첫 해가 됩니다. 내년 사업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따라 산별노조의 성패도 가릅니다. 기업별노조의 연합인 언론노련과는 분명히 다른 단일노조로서의 사업과 힘을 보여야 합니다. 언론개혁을 위한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안의 마련,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은 언론노동운동의 방향 정립, 모범 통일협약안의 마련, 장기적인 언론산별의 발전 전략 수립 등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조합원 개인과는 관련이 없는 큰 틀의 사업인 것 같지만 모두가 우리 자신과 직접 관련된 일입니다.
제대로 된 사업계획과 집행, 일사분란한 조직체계, 악성사업장에 대한 집중 타격, 교섭역량의 절대적 우위 등으로부터 산별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믿음은 형성됩니다.

2002년 대비해야
2002년 상황 때문에 내년은 더욱 중요합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교섭창구단일화 등의 문제는 기업별노조의 조종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H신문의 예에서 보듯 노조는 직종별로 급속히 분화될 수 있고 그로 인한 혼란과 노노간 갈등, 노조의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산별노조가 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다만 산별노조는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제공합니다. 산별노조를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힘있는 언론산별이 자리잡을 때, 일부 직종이 따로 노조를 만든다든지 특정 사업장이 떨어져 나간다든지 하는 문제는 소소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힘있는 산별, 모두 함께 준비하고 만들어갑시다.

박강호(언론산별추진위 조직위원장)


/ 언론노보 289호(2000.9.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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