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실위 방송분과 모니터 (2월 22일)

방송 3사의 총선 관련 보도가 구태를 답습하려는 경향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각 방송사 노조가 총선이나 대선 때마다 지적해왔던 흥미위주의 보도, 세력관계 중심 보도 등이 다시 재현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보도태도는 특히 여야가 공천자 발표를 하고, 낙천자들의 반발로 갈등이 불거지는 시점에서 두드러졌다. KBS, MBC, SBS는 공히 공천 후유증에 초점을 맞춘 보도를 했다. 의원들 간의 다툼과 몸싸움이 마치 스포츠 중계를 하듯이 보도되었다. KBS는 2월 18일 '중진대거탈락', '후유증' 등의 제목 하에 한나라당 공천 갈등을 집중 보도 했다.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충실히 대변한 MBC 역시 2월 18일 '비주류대거탈락'등의 보도에서 낙천자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을 그대로 화면안에 담아내었다.

SBS 또한 한나라 당 내부의 계파 갈등 보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으며, '금요일 대학살', '공천 친위 쿠데타' 등의 표현을 쓴 것은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공천 후유증이 심한 것은 기본적으로 여야가 비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천을 했기 때문인데도 불구하고, 방송이 문제의 본질은 소홀히 한채 공천권자와 낙천자 사이의 갈등만 집중 부각한 것은 잘못이다. 또한, 현행 공천제도의 대안으로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보도에 대해서 인색한 것도 문제다. 공천발표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응을 각 방송사에서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나, 전체적인 보도가 공천 후유증에 초점을 맞춘 것은 명백하다. 이런 보도태도는 사태의 본질과 현실적 대안을 밝힘으로써 유권
자들의 정치의식 향상을 통한 정치개혁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과 환멸만을 유발하여, 실질적으로는 개혁을 어렵게 한다.

한편, 세력관계 보도는 선거 시기에 가장 유의해야 할 보도태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MBC는 2월 19일 '관심 끄는 격전지', 20일 '관심 끄는 지역' 등의 보도를 통해 여야의 세력관계를 흥미위주로 보도했다. KBS는 18일 '충청권 공략' 등의 보도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여야의 비주류가 모여서 신당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러한 양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각방송사는 신당이 창당되면 영남권 세력판도가 어떻게 바뀔 것이다 따위의 분석에 열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당이 정치개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차분하게 분석하는 보도는 찾기 힘들다. 세력관계 보도는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이 되면 누가 1등이고 누가 2등이라는 식의 본격적인 경마식 보도로 탈바꿈할 것이다. 이는 '재미'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정치개혁에 긍정적이지는 않다. 정치의 주인인 '국민'들을 선거의 '주인'으로 세우면서, 정치개혁에 일조할 수 있는 보도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민실위 방송분과 모니터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