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재수사가 들어갔다. 검찰의 재수사 결정은 지난 8일 중간수사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 해소는커녕 수사발표에 대한 의혹과 비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수사발표 이후에도 시민 여론뿐만 아니라 여권과 검찰내부에서 조차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발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수사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방송 뉴스는 검찰 수사를 따라가는 데만 급급했을 뿐 의혹 규명과 수사의 문제점 지적은 부실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은 초기부터 '외압' 의혹 등 갖가지 의문점이 제기됐다. 하지만 방송 3사 뉴스의 보도는 미진했다. 실제로 방송 3사의 메인뉴스를 보면 '460억 불법 대출 지점장 구속' (8/25) '한빛은행 불법대출 업체 대표영장'(8/26) 등이 단신으로 보도됐을 뿐 이번 사건의 핵심인 외압 의혹 등은 다루지 않았다. .
그러나 시민 여론과 야당의 의혹 규명 요구는 갈수록 거세졌고 검찰은 이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방송 뉴스는 그제야 '대출 압력 소환조사'(8/29) '청와대 전 행정관 소환'(8/30)등 대출 외압의혹에 대한 수사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대출 압력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면서 '외압 거듭주장' '압력행사 안했다' (9/1) '부행장 개입했나'(9/2) 등 이번 사건의 의문점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이번 주 마무리'(KBS) '주범은 지점장'(MBC) '대출사기 잠정결론'(SBS) 등 이번 사건이 지점장의 단독범행이라는 검찰의 입장만이 보도됐다. 이어 중간 수사발표 때까지 '단독 범행 결론' '70억 날리자 불법대출 공모' 등 단순 사기극 이라는 검찰의 입장만이 되풀이 됐다. 남은 의혹에 대한 보도가 있었지만 실체를 규명하기 보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검찰의 수사발표 이후 의문점에 대한 보도는 없었다.
검찰이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고 방송사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의혹은 줄어들지 않았다. 예금고가 전부 400 억원 밖에 안되는 은행 지점에서 특정업자에게 천억원을 대출해주고 미수금이 466억원이나 발생한 대출사건이 지점장에 의한 단순 사기극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여론이다. 또 외압에 대해서 '증거가 없으므로 외압은 없었다'는 검찰 논리에 대해서도 수긍하기 힘든 것인데도 방송 보도는 이런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불법대출 사건은 금융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은행 대출의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조차도 부정대출과 리베이트 관행이 바뀌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중은행들의 과거 관행이 사라졌는지 짚어봐야 했지만 한 은행의 사례로만 다뤄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갔다. 이번 재수사 결정은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미진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데 방송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검찰이 재수사 결정을 내린 만큼 이번 수사를 통해서 그동안의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이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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