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자본이 만든 질서를 깨자!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98년 IMF 외환위기를 빌미로 급격히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현대판 노예’이다. 비정규직화란 노동착취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노동을 유연화해 민주노동운동 자체를 깨려는 총자본의 간악한 술책인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끊임없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의 고용안전판으로 인식시켜 비정규직과 분리시켜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한편으로 정규직의 임금 상승 시 적당한 임금인상의 선심을 이용하여 회유하고, 다른 한편으로 비정규직의 차별철폐와 정규직화에 나서는 선진 비정규직 노조활동가에 대해서는 혹독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은 구호만 난무할 뿐, 조직적 대응은 없어진지 오래다. 비정규직을 없애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투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고한 조직적 투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식적·조직적으로 단련된 정규직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자본이 만든 질서를 깨고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실천에 옮겨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규직 노동조합과 선진 활동가들은 자본이 현장조합원들에게 퍼트리는 ‘고용안전판’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극복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자본가 계급이 젊고 임금도 적게 받는 비정규직과 늙고 호봉이 쌓인 정규직 중 누구를 선호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하다. 조금만 길고 넓게 보면 이 땅에서 정규직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차별철폐투쟁은 은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전체노동자들의 삶을 지키는 투쟁인 것이다.그러나 정규직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은 조합원 정서를 이유로 비정규직의 문제를 안고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활동가가 조합원 대중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태도이다. 물론 대중은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활동가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노동계급 전체의 보편적 이해를 잘 이해할 수도 있다. 결국 대중이 문제가 아니라 활동가의 자세와 노력이 관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직 조합원 대중의 현장 정서를 들먹이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을 방기하는 활동가는, 대중을 후진적이라고 섣불리 재단했기 때문에도 잘못된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하고 실천하지 않은 자기 자신을 반성하기 보다는 도리어 조합원 대중을 탓하기 때문에 더욱 잘못된 것이다.따라서 잘 조직된 정규직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의 정서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오히려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다가가 왜 비정규직 철폐가 필요한지 더욱 힘 있게 설득하고 실천투쟁을 전개하여야 한다.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바로 지금 민주노조운동의 핵심 과제이다. 진짜 산별을 주장하려거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비정규직과 연대해 투쟁해야한다. 그것이 진정한 산별정신이 아니겠는가. 하루빨리 자본이 만든 왜곡된 질서를 깨서 현대판 노예제도인 비정규직 자체를 철폐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본이 갈라놓은 두 부류의 노동자를 하나의 노동자로 만드는 것은 우리들 모든 노동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석진 (현대미포조선 복직노동자)// 언론노보 408호 2005년 9월 14일 수요일자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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