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제목장사 치우친 카트리나 보도 9.14 카트리나 대재앙과 관련된 보도들이 선정적인 ‘제목 장사’에 치우친 느낌이다. 단적인 예로 9월5일자 중앙일간지들을 보자. 거의 모든 신문은 그날 특파원의 르포를 실었다. 중앙일보 1면 부제 가운데 하나는 <‘백인이 강둑 폭파’ 흉흉한 소문도>이다. 세계일보와 한국일보 5면의 메인 제목은 각각 <흡사 ‘유령도시’…‘인육 먹었다’ 소문도>와 <시신의 도시로, ‘인육 먹었다’ 소문까지>이다. 다른 신문들은 백인의 강둑 폭파 및 흑인의 인육 식사에 관한 소문을 ‘카더라’ 식으로 기사에 녹였다. “음식을 못 구한 흑인들이 인육을 먹기 시작했다는 소문”을 보도한 인터넷신문 드러지리포트를 인용한 것이다. 또 유언비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전제 아래 “백인들이 흑인의 거주지인 저지대 둑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다”는 흑인의 ‘주장’을 담았다. 이 같은 기사는 소문의 현장중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기사작성의 초급문법에도 미달된다. 만에 하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사태에 대비한 ‘보험’ 문장이라 하더라도 사실 확인을 위한 고투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톱 제목이나 부제로 뽑은 것은 재난의 상품화라는 점에서 선정적인 재난보도라는 혐의를 지닌다. 과거 ‘신문팔이 소년’이 나름대로 셀링 포인트가 될 만한 ‘오늘의 기사’를 선정, 길거리에서 제목 장사로 판매부수를 늘이던 풍경과 오버랩된다. 반면 국민일보의 지면은 차분한 편이다. 국민일보측은 “한 언론매체만 보도한 것인데다 확인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신문에서는 그런 소문들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재난보도 관련 매뉴얼은 없으나 일반적인 저널리즘 준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민일보는 2일자부터 <이젠 우리가 그들을 도울 때>라는 성금 모금 캠페인을 개시했다.이에 대해 한국기독교와 미국 근본주의 개신교의 고차원적 함수관계를 운운하는 것은 과잉된 정치적 해석의 산물일 듯하다. 인류의 참혹을 팔아먹으며 흑인과 백인을 두번 죽이는 태도에 비해 의미있고 성숙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나 알 권리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과 피해자·희생자들에 대한 인격 존중이 절대적으로 무거운 가치이다. 재난보도와 관련해 안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서도 샜으니 각 언론사별로 재난보도준칙 마련을 다시금 고민할 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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