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면을 응시하는 따뜻한 눈길이 그립다


우리 언론은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인터넷은 언론 환경에도 예외없이 혁명적 지각 변동을 가져 왔다. 내부로 눈을 돌려보면 이 여파로 수많은 동료들이 벤처기업으로 떠나가고 있다.
이같은 격변의 시기에 언론노보가 복간했다. 우선 진심으로 뜨거운 축하를 보낸다. 아울러 몇가지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과거 언론노보의 기본 편집방향은 노조의 생존논리를 대변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었다. 예를들어 각사의 임금투쟁이나 해고 언론인의 복지관련 사안, 또는 사측의 노조와해공작에 대한 투쟁 등등...
복간 후에도 이같은 기본 편집방향은 유지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 추가를 해야 할 것이 있다. 언노보가 노조원 개인의 생존 논리도 대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생존해도 개개인은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살펴 보자. 올해 각 언론사의 경영방침을 살펴보면 예외없이 인터넷, 디지털시대 선도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일단 논외로 하자. 이 말의 의미는 그동안 언론이 제공해온 기사를 인터넷이 요구하는 컨텐츠로 바꿔 수익을 극대화 하겠다는 것이다.
기사와 컨텐츠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사에는 기자의 혼과 의식이 스며 있지만 인터넷 상의 컨텐츠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과거에 기사를 제공했던 언론사는 이제 컨텐츠도 같이 생산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인터넷의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사보다는 컨텐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같은 예감을 가진 기자들은 지금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벤처행 열차를 타고 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기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상대적 박탈감, 허탈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수 있는 동료가 과연 얼마나 될까. 바로 이같은 저변에 흐르는 언론 종사자들의 마음을 읽어, 이를 추스리고 미래를 보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달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제발 비판을 위한 비판은 자제했으면 한다. 과거에 언노보가 그랬고 현재 언론사 내부사정을 다루는 일부 신문들이 그렇다. 언노보의 기본 존재이유는 노조원들의 발전을 위한 것이지 이들을 일방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것은 분명 아니다.
예를 들어 출입처에서 기자들이 해외취재를 갔을 경우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편견에 사로잡혀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한번 더 취재해서 기자도의에 어긋나는 행태가 있을때 지적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바로 얼마전 언론사 기자들이 미국 퀄컴사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를 두고 한 신문이 ‘퀄컴 로비의혹’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썼다. 현지 방문과정에서 부정이 있었거나 퀄컴로비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 이쯤이면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기자들은 그저 우물안 개구리로만 자족하라는 얘기인가. 적어도 언노보는 이런 우스꽝스런 기사를 쓰지 말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왕이면 긍정적 기사를 써 주었으면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찾아보면 언론사 내부에는 밝은 사연들이 많다. 아직도 대부분의 기자들은 언론 본연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기자도 적지 않다. 이들의 사연도 함께 실어 달라는 주문이다.
언론의 기능중 하나가 사회에 밝은 빛을 던져주는 것이라면 언노보는 언론 구성원 개개인에게 힘과 미소를 불어 넣어주는 가장 신선한 엔돌핀으로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최형규 중앙일보 노조위원장


<27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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