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쌀 협상 비준 동의안 국회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통일외교통상위 국정감사장을 점거해 국회사무처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KBS의 뉴스는 <‘쌀 비준안 상정’, 몸싸움> <쌀 협상 비준 안해도 되나?>, MBC는 <쌀 협상 비준 진통>, SBS는 <‘쌀 비준안 상정 저지’, 감사장 점거 파행>이라는 꼭지로 이번 사태를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위원장석 점거와 몸싸움 장면을 위주로 보여주면서 11시간 동안 대치하고 있는 상황만을 전달하려는 듯한 인상이었다. 또한 임채정 위원장의 인터뷰를 전하면서 이 사건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주무 위원장의 변명에 가까운 인터뷰를 실었다. 더군다나 MBC는 이 꼭지만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결국 국감장에서 이런 몸싸움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과 주요 쟁점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왜’라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왜’라는 궁금증을 오히려 유발하게 했다.

이날 SBS <8뉴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앵커의 “올해는 좀 안보나 했던 몸싸움은 여전했습니다”라는 멘트를 시작으로 몸싸움으로 난장판이 됐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양측의 입장을 짧게나마 언급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국회에서의 몸싸움 장면이나 자리 점거사태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보통사람들 사이의 싸움구경은 쉽게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이다. 하지만 TV뉴스에서 세간의 속성을 따라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아무리 놓칠 수 없는 영상이라고 하지만 사건만 있고 내용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나마 KBS <뉴스9>는 두 방송국의 보도에 비하면 조금 나은 편이었다. ‘몸싸움 현장’의 보도와 잇따른 ‘쌀 협상 비준 안해도 되나?’라는 보도를 통해 농민과 정부의 입장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했다.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과 쟁점에 대한 보도에는 미흡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전하려는 노력은 엿보였다.  

보도가 이슈의 어떤 한 측면만을 강조하거나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를 담지 못한다면, 이는 사태에 대한 시청자들의 올바른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차제에는 TV뉴스가 정당간의 대결, 공방, 갈등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이슈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를 담보하는 뉴스가 되었으면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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