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문사 편집국에서 기자들이 원하는 부서에 대한 조사를 했다고 한다. 경제, 정치, 통일 등 이른바 노른자위 부서들이 주목을 받았고 노동, 농업 부문은 그러하지 못했다. 사회적 중요성을 고려해 노동, 농업 분야를 포함시켰지만 환영하는 기자들은 없었던 것이다.

지난달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은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을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이날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의실 진입을 위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신문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하는 사진을 지면에 실었다. 그리고 서울신문, 한국일보, 조선일보 등은 정부가 5조9000억 규모의 농가부채 상환을 3∼5년간 연기 조치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28일자 대부분의 신문들은 <6차례 상정 끝엡 본회의 처리는 여전히 ‘난관’>(한국일보) <본회의 통과 ‘산넘어 산’>(서울신문) <‘쌀비준’ 본회의 합의 통과 가능성>(국민일보) 등 비준안 통과 가능성과 당위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겨레만이 1면에서 민주노동당과 전농의 강한 반발 입장을 전달했고 쌀값 폭락과 관련 르포 기사를 실으면서 소득보전제 기준 쌀값을 도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넘어간 것에 대한 어떠한 관점이나 의견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농민들의 마음에는 분노의 불이 붙어 있는 상태였다. 농민들은 쌀협상 국회 비준 저지, 추곡수매제 부활, 정부-농업계-국회 3주체 협상을 통한 쌀 비준안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면서 강경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강기갑 의원은 단식에 들어갔다.

이번 쌀 비준안 처리에 있어 신문이 크게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번 사안이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꼼꼼히 짚어야 한다. 현상만을 보도해서는 안 된다. 쌀 협상 결과로 작성한 문서들이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 수입한 쌀의 유통에 대해 개별국가와 맺은 이행 합의 내용, 검역 절차에 대한 내용, 사과, 배, 오렌지 등의 품목을 양보하기 위해 맺은 부가 합의문의 내용이 무엇인지, 또 왜 공개가 안 되는지 질문해야 한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언론은 농민의 집단시위와 시장개방을 빼놓고는 일년 내내 농업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2005년 11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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