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보 복간에 부쳐

봄오는 길목에서 반갑다 언론노보


봄이 오는 길목에서 움트는 새싹처럼 다시 얼굴을 삐쭉 내민 <언론노보>가 무척 반갑다.
6년 동안 펴내던 노보를 <미디어 오늘>로 대신하다가, 다시 5년만에 <미이어 오늘>과 <언론노보>를 함께 펴내기로 한 데는 나름대로 그만한 사정이 있으리라 짐작해보지만, 어디나 할 것 없이 짊어질 짐은 한없이 무겁고 힘은 달리는 게 문제이니 일을 맡은 동지들 어려움이 한 두 가지일까. 아무쪼록 조합원 동지들께서도 노보를 사랑해주시고, 무관심을 떨치고 적극 참여해주셔서 언론 노동운동을 지켜주는 거목으로 자라도록 힘써 주시기 바란다.
때가 때인지라 요즘 총선 이야기로 신문방송이 요란스럽다. 오래 전부터 우리 국민들은 가슴에 담고 있던 응어리를 선거라는 틈을 벌리고 쏟아내곤 해왔고 올해 선거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최대의 과제로 빈부격차 해소를 드는 데 동의하고 있고, 이 문제가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IMF를 거치면서 이 사회는 부유한 20%와 가난한 80%가 양극으로 나뉜 20대 80의 극심한 불평등 사회로 변했고 1970년 수준으로 빈부격차는 확대되었다. 실업자가 늘고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 정규직이 더 이상 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노동시간은 91년 수준으로 고무줄처럼 늘어나 버렸고, 아직 97년 수준의 임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회복의 과실까지도 부유층이 독식하고 있어 20대 80이 언제 15대 85, 아니 10대 90으로 변할지 모를 상황이다. 연봉제도 모자라 연봉 삼진아웃제로 연봉이 계속 내려가면 정리해고 하겠다는 발상에서 우리는 자본의 끝 모를 탐욕을 본다.
빈부격차는 생활의 격차일 뿐 아니라 20의 힘이 80의 힘을 압도하고 있는 힘의 격차이기도 하다. 이 힘 관계를 바꾸지 못하면 생활의 격차, 생존권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 진정으로 빈부격차를 해결하려면 모든 노력을 80의 힘을 강화하는 쪽으로 모아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현장의 조합원들이나 민주노총이나 지난 2년간 무척 힘들었고,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최선의 상태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선 자리에서 티끌을 모으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삶이 모여 태산을 이루는 마음으로 움직인다면 올해 힘 관계를 바꾸기 위한 민주노총 5월 총파업,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소망이 있다면 올해 주5일 근무제를 꼭 따고 싶다. 직장 생활을 위한 부속품이 돼 버린 가정의 자리를 찾고, 아빠 엄마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우리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려면 기나 긴 노동시간에서 해방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회복 추세, 외국에 비해 엄청나게 긴 한국 노동시간, IMF 피해 원상회복에 동의하는 여론의 흐름 등을 종합해보면 승산은 충분하다.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 아무리 정세가 좋아도 스스로 떨쳐 일어서지 않는다면 어림없다. 고된 직장생활에 찌든 언론 노동자들에게 더욱 필요할 주5일 근무제 쟁취를 위해 올해 힘 한 번 모아보자고 이 자리를 빌어 말하고 싶다.
<언론노보> 복간을 다시 한번 함께 기뻐하면서 언론 노동자의 새 봄을 부르는 전령이 되길 바란다.


<27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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