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총파업을 해야 할 이유
060531 PD저널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간하는 무역장벽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를 보면, 한미FTA가 방송영상산업에 미칠 파장을 쉽게 알 수 있다. 수년 동안 집요하게 시비를 걸어온 영역은 크게 4개로 광고, 편성쿼터, 소유지분, 위성방송 재송신 등이다.

'광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방송광고제도로서 그 공적인 성격이 모범사례로 분류되는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를 강력 주장한다. 2006년 보고서에는 이전 달리 알콜 농도 17도 이상의 술 즉 양주도 방송광고를 허용하라고 요구한다. 누구말대로 미국은 한국을 향해서 '하이! 코리아! 술에 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지상파TV 쿼터'. 방송법 시행령 제57조(국내제작 방송프로그램의 편성)에 따라 방송위원회가 매년 고시하는 '방송프로그램 등의 편성비율 개정고시'를 철폐하라는 요구다. 편성비율고시에 따르면, EBS는 국내제작 프로그램을 100분 기준으로 70분 이상 방송하고 나머지 지상파TV의 경우 80분 이상을 방송, 영화는 전체 영화방송시간 중 국산영화를 100분 기준으로 25분, 애니메이션은 45분, 대중음악은 60분 이상을 국내산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방송시간 중 애니메이션의 경우 국내산프로그램을 15분 의무 방송해야 한다. 한편 외국산프로그램의 총 방송시간 중 특정 국가, 예로 미국산 프로그램이 60%이상을 넘으면 안된다. 이것을 다 해제하라는 요구가 주한미상공회의소와 미무역대표부의 이름으로 십 수년째 한국 관료들을 압박하고 있다.  

'위성방송 재송신'.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53조(채널의 구성과 운용)는 '외국방송을 재송신하는 채널의 수는 운용하는 텔레비전방송채널, 라디오방송채널 및 데이터방송채널 별로 각각 100분의 20 이내로 할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것도 더 늘리라는 요구다. 아예 한국의 방송플랫폼을 외국프로그램으로 깔아달라고 요구하는 것. 심지어 방송위원회의 '외국방송 재송신 정책방안' 중 '외국방송 재송신 승인 세부 심사기준'까지 시비를 거는데, 심사기준 중 '외국방송의 한국어 더빙은 허용하지 않음'을 삭제하란다. 방송법이나 시행령도 아닌 이런 심사기준이나 규칙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고칠 수 있는데, 왜 한국은 이런 것도 하지 않는냐고 투덜거린다.

하나하나 메가톤급이지만, 최악의 경우는 지상파소유지분을 외국인에게 내주는 것. 현행법이 지상파 소유를 제한은 첫째, 30대재벌 둘째, 일간신문 소유주, 셋째, 외국인 등으로, 이들은 지분 소유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조중동 등 수구언론들이 한미FTA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금지' 규정의 해제를 기대하기 때문. 소유지분 문제는 한국 방송계의 장점으로 평가받는 '다(多)공영체제' 해체를 의미한다. 만약 외국인에게 소유지분 참여를 허용하면 현재 국내 규정도 다 깨질 판.

예를 들어 중앙일보와 폭스TV가 KBS2를, 조선일보와 CNN이 MBC를 소유한다고 상상해보라.

이는 경영, 편성, 제작, 송출, 유통 전반에 엄청난 구조조정과 동시에 대규모 프로그램 수입 등 제작환경 황폐화가 가속될 것이다. 거리의 실직자 중 방송사 출신들도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광경도 충분히 예상된다.  

저널리즘을 보면, 지금도 신문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수구세력들 틈새에 그나마 방송3사의 저널리즘 기능으로 인해 겨우 합리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고 한국사회인데, 외국자본과 신문자본이 방송에 유입되는 순간, 순식간에 수구세력의 의견만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여론의 다양성 문화의 정체성을 근간으로 하는 한국 민주주의 그 자체가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빠질 것이다.

대규모 해직과 저널리즘의 위기를 막아야 한다. 이것이 방송사의 총파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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