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와 축구평가전 방송뉴스, 왜 하니?
시민의신문 기고글



6월4일 지상파 방송사의 메인뉴스는 밤 10시30분에 예정돼 있는 가나와의 월드컵 평가전을 위한 ‘징검다리용’이었다. 그 동안 평가전 4경기 가운데 앞서 치러진 3경기는 각 방송사들이 순번을 통해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4번째 경기인 가나전. 각 사들이 각각 중계하기로 결정한 것. 이는 지난 4일 평가전이 월드컵을 본격적으로 앞둔 상태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월드컵 중계방송 예선전’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

그 결과는 MBC의 완승. ABG닐슨이 집계한 전국시청률은 MBC가 24.0%로 가장 높았으며 뒤를 이어 KBS 16.3%, SBS 15.1%로 나타났다. 2002년 월드컵 중계방송의 시청률 추이와 크게 다를 바 없이 MBC의 압도적인 우세양상이다. 공영방송의 기본과 체면도, 지상파가치도 모두 내 팽개친 채 시청률에 목숨 건 MBC, 그 MBC가 승리했다. 승리해서 좋겠다 MBC여! 공공성과 공익성을 배반한 MBC여!

그런데 문제는 4일 방송사들 메인뉴스. 뉴스 자체 콘텐츠를 가지고 진검승부를 벌이지 않다. 스포트라이트는 밤 10시30분에 예정된 월드컵 평가전에 맞추었고, 메인 뉴스는 이 평가전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짙었다. 월드컵을 제외한 다른 리포트는 거의 비중이 없거나 때우기 식이었다는 의미다.

이런 방송사의 태도를 미리 예측한 문화연대는 그 날 낮에 '반월드컵 문화행동'을 선언한다. SBS와 MBC는 월드컵에 대한 지나친 열기를 경계하며 문화연대가 반 월드컵 문화행동에 나서기로 했다는 내용을 리포트로 전달했다. 일단 리포트로 처리를 하고 이를 메인뉴스에 반영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해야 할 지경. KBS는 아예 언급조차 안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처리한 SBS와 MBC. 처리하는 방식이 기가 찬다. 이날 MBC는 <월드컵 반대도…>라는 리포트에서 수십 초를 월드컵 열기를 묘사하는데 할애하고 나머지 몇 십초만 문화연대의 '반월드컵 문화행동’에 할애했다. MBC가 이미 해당 리포트 이전에 9꼭지를 월드컵 관련 리포트로 내보낸 것을 감안하면 '철면피'수준이다. 아니 기록을 남기기 위한 보도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월드컵에 목숨 건 MBC. 참으로 MBC스러운 대목이다.  

SBS는 단독 리포트로 처리한 것은 나름대로 돋보이는 부분. 여기서 돋보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평가. ‘당연히’ 해야 할 리포트를 하지 않거나(KBS), 월드컵 반대도 월드컵 분위기 띄우기에 사용하는 보도(MBC)와 비교했을 때 나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월드컵 문화행동’을 단독 리포트로 처리하는 것까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활용되어지는 맥락에 대해서는 다른 방송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반월드컵 문화행동’이 표방한 내용을 얼개만 추스르면, “온 국민의 관심이 너무 월드컵에만 쏠려있는 것은 문제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은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참여가 주축이 됐지만, 이번 월드컵은 국가·기업·언론의 개입으로 오염되고 있다. 과연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이 축구나 월드컵밖에 없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것.

문화연대가 비판하는 핵심대상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언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화연대의 ‘반월드컵’ 리포트는 하나의 리포트로 처리될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비판하는 점을 포착해서 자신들(SBS, MBC)의 보도태도를 반성하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을 짖어라 우리는 마이웨이'를 외친다. 이날 방송사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월드컵 월드컵 월드컵이었다. 이런 경우 '올인'이라고 한다지. 문화연대의 ‘반월드컵 운동’이 월드컵에 올인하는 사회분위기를 경계하고자, 한미FTA나 시각장애인들의 목숨 건 투쟁 그리고 지방선거 이후 평가할 것과 전망 등 월드컵만큼 월드컵보다 중요한 국가 사회적 의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임을 번연히 알면서도.  

5일부터 미국에서 한미FTA협상이 시작됐다. 한국의 원정시위대들이 차분하게 미국시민들에게 한미FTA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역시 한국의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뉴스에서 '한미 협상단 대표들' 인터뷰 하나 못 따고 외곽만 돌고 있다. 아니 이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 월드컵만 키워서 잘 활용하면 된다는 식, 오로지 월드컵이 가장 큰 뉴스거리다. 5일 밤 방송사 메인뉴스의 한미FTA 관련 보도 건수를 보면, KBS가 3건이었고, SBS, MBC는 2건씩이었다. 이날 월드컵 관련 뉴스를 각기 KBS는 5건, SBS 13건, MBC 12건을 보도했다.

강조하고 또 강조하지만, 방송사 기자이나 데스크들도 한미FTA협상 결과에 따라, 실업자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월드컵과 놀다가 졸지에 직장 잃고 후회해봐야 '만시지탄'이라는 의미만 되새길 수밖에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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