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미국의 한국여론장악 기도이자
지상파 사람들의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SBS본부 노보 기고문



한미FTA 1차 본 협상이 지난 6월9일 워싱턴에서 끝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협의했으며,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빙산의 일각만 알려지고 있다. 애초부터 철저한 밀실협상의 기조를 한국협상단이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측으로부터 합의내용과 쟁점을 전해 듣고 한국측 협상단에게 확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취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서로 된 내용은 접근조차 할 수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월드컵에 미쳐 신문과 방송은 이에 대해서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으니 국민들은 눈과 귀는 선택의 여지없이 오로지 월드컵만을 향해서 꾸역꾸역 끌려간다.

이 와중에 시청각미디어 특히 방송과 관련해서 어떤 논의가 있었고, 어떤 논의를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미 양측은 일절침묵이다. 파괴력이 다른 부문과 달리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협상 마지막에 가서야 집중적으로 방송부문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결코 방송영역 특히 지상파 영역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면, 한미FTA는 한국의 대미군사안보종속 경제종속 그리고 여론종속 극단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노무현과 한국정부

한미FTA에 대한 관련 자료를 뒤지면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친다. 그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노무현정부의 한미FTA에 대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올 해 안에 반드시 한미FTA협상을 성사시키겠다는 노대통령의 ‘굳건한 의지’의 원천은 어디일까.

그 동안 정부가 끊임없이 인용해 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핵심 데이터는 한신대 교수 이해영 등의 반박자료들에 의해서 그 공신력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또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에서 '데이타 조작'에 대한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이미 그 데이터의 신뢰는 없다고 봐야 한다. 또한 정부도 이해영의 조목조목 따진 반론에 대해서 딱 한 번 반박했다가 그 마저 재반박 당하자 침묵함으로써 자신들이 금과옥조처럼 선전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자료를 포기한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자료에 근거해서 볼 때도 그렇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만큼이나 정부쪽의 핵심자료라고 할 수 있는 농촌경제연구소의 자료에 근거해도 동일한 결론 중 하나는 350만으로 추산되는 한국농촌은 사실상 괴멸이다.  

또한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해서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전체 영화인의 1/2이 실직상태로 빠져드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밝히는 고용창출효과가 10만4천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용창출을 동반하는 경제적 이득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왜 노무현정부는 이렇게 한미FTA에 ‘혈안’일까. 한국경제가 한미FTA를 체결한 이후 5년이 지나면 ‘대미무역흑자국’에서 ‘적자국’으로 전락한다는 미국측 자료나 무역흑자액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통계치를 보더라도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 노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경제적 실익이 거의 없다.

그러면 노무현대통령의 ‘주특기’로 알려진 ‘정치적 승부수’일까? 그것도 아니다. 산술적으로 그 동안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대통령선거에서 여야의 표차는 50만 표 안팎이다. 그런데 350만 명의 농민과 수많은 영화인들 그리고 수백만 명의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고 또 각종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부터 ‘생존권 침탈자’로 낙인찍히며 진행하는 한미FTA가 어떤 정치적 이득이 있을까?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이번 5.31지방선거는 노무현 지지세력의 상당부분이 한미FTA로 인해서 이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북한의 생존을 위해서 남한의 생존을 포기하는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어떤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 등으로 인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북한의 국제적 고립 해제와 더불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 포기’ 등과 ‘남한의 전면적인 시장개방’을 바꾸는 거래의 선상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남한은 노무현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노무현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배제시키며 강행했던 ‘이라크에 국군파병’의 결과를 번연히 확인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과 국군의 피 값으로 북한의 국제적 고립과 미국의 금융제재 및 한반도 평화를 산다고 했던 그 많은 주장과 분석들이 실현되었는가? 정말 모기 다리만큼이라도 진전은 있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전후 이라크 재건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그 어떤 보상을 받았는가에 대해서도 정부쪽에서 감히 ‘그렇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또 최근 집중적으로 나온, “한미FTA의 효과와 관련 흔히 언급되는 것이 제도개선, 경제구조 고도화, 글로벌 스탠다드 한마디로 구조조정효과이다. 특히 열린우리당 내 노대통령 측근 의원모임인 <의정연구회>는 2004년 국정감사자료집을 통해 아예 노골적으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무역장벽제거로……효율적 기업은 생존하여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은 도태되고, 회원국 간 비교우위에 따라 산업과 기업의 재편이 발생하며, 정치적 효과도 중요하여, 소국이 대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정치적 안전보장 효과를 누리기도 하고, 국내의 취약한 개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FTA라는 외부충격 혹은 압력을 이용할 수도 있음”과 같은 주장이 노정부에게 설득논리를 갖추어 줄 수도 있다. 소위 ‘개혁’을 위한 외부충격으로서의 FTA, 경쟁력 없는 부문의 도태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의 FTA를 ‘동태적인 정치적 효과’(이해영, 한미 FTA에 대한 비판적 고찰, 언론개혁시민연대토론회 <‘한미 FTA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언론이 풀어야한다’> 발제문, 2006.03.20 )라고 말하는 자들의 주장. 이것은 전형적인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결국 어떤 이들은 외교통상부의 친미관료들의 엉터리 자료와 감언이설에 의해서 노대통령이 설득 당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황당무계한 발상이지만, 현 정부가 한미FTA협상을 강행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시민사회의 답답함이 가득 묻어 있는 ‘음모설’이 아닐 수 없다.

경제적 실익도 아니고 정치적 승부수도 아니고, 한반도 평화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노무현정부는 국민들 대다수를 적으로 만드는가?

한미FTA, 한국의 대미군사안보종속 경제종속 그리고 여론종속 극단화 수단

결국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의 세계전략 중 동북아 전략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의 안보관련 전략보고서들이 대부분 중국의 역내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헤게모니와 더불어 경제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위상 추락과 비례한 중국의 위상 강화는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파급력이 뻗어나가는 것은 자명한 이치.

이에 대해서 냉전시대 미국 턱 밑에 쿠바가 있었듯이, 중국 턱 밑에 남한을 이용한 견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남한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친중국화 과정을 빠르게 진행시키면서 역내 안보위협 감소는 미국의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는 점.

이런 측면에서 한미FTA는 이미 그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서 미군은 군사안보적 핵심과제였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PSI' 등의 이득을 상당부분 확보했다. 그리고 한미FTA로 한국의 대미경제종속 극단화도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이 북한 카드를 쥐고 있는 이상, 선제공격론과 금융제재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남한정부를 충분히 공략하여 협상 승리를 확보할 수 있는 자신감도 경험적으로 흘러넘친다.

이제는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것이 한국 국민들의 반미의식확산과 반미투쟁 차단이다. 그 동안 남한의 대표적인 신문들인 조선 중앙 동아가 미국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보장해 왔다. 필요할 때마다 친미 여론을 만들어서 정부를 압박해 주고, 또 반미의식을 차단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들 신문들의 의제설정 능력은 인정하나 국민적 여론 형성에는 지난 두 번의 대선과정에서 그 한계를 분명히 노정함으로써 새로운 친미매체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이끌어냄으로써 영화산업을 확산해 내는 한국의 문화정체성에 일단 부분적인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한국내 여론확산 능력에 있어서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상파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자발적 친미주의자들이 지상파 내에서 절대적인 리더쉽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부담이다.

결국 방송시장, 비록 시장은 작지만 방송시장을 장악하지 않으면 한국의 신식민지화와 더불어 대중국견제수단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반미의식 및 반미여론 확산을 차단함과 더불어 친미의식과 여론의 확산을 위해서 지상파는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노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등 4대 경제적 판촉물과 더불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동의와 PSI참여라는 군사안보적 판촉물을 던져 줄 수밖에 없는 상황과 이후 한미FTA를 통해서 시장의 전면개방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압도적인 정치 군사안보 및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압력과 한반도 전쟁위기라는 협박이 노정부에 고루 먹혔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능력 무책임한 현 노정부가 심지어 국민의 힘마저 지나치게 무시한 태도로 이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런 무능력과 무책임 그리고 국민불신으로 외교하고 통상하다가 나라를 통째로 말아 먹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마저 없는 불감증상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의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나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속출한다. 그래서 다음의 내용은 공공성 공익성 운운을 너머 한미FTA가 지상파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그들의 생존권과 관련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월드컵에 미친 지상파 사람들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방송편성쿼터를 사수해야 하는 이유

지금 비록 월드컵에 미쳐 자신들의 밥그릇이 금이 가는지 쪼개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공공성 공익성이라는 최소한의 의무와 미국의 호시탐탐 지상파 장악 기도에도 '무식함으로써' 용감한 지상파이지만 그냥 이대로 버려둘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들의 생존권이 어떻게 위협받고 있으며 왜 그들의 생존권 싸움이 필요하며 그를 위해서 총파업투쟁에 떨쳐 일어나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방송부문의 어떤 영역이 '개방의 대상'일까. 그것은 미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간하는 무역장벽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를 통해서 그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을 뿐이다.

수년간 미무역대표부는 한국의 방송부문에서 시장을 개방하도록 요구하는 영역이 첫째, 광고영역에서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둘째, 한국산프로그램 편성쿼터 완화 또는 해소 셋째, 지상파 등의 소유지분 규제 완화 및 해소 넷째, CNN등 외국위성방송의 재송신 과정에서 한국어 더빙 및 한국 내 광고영업 허용 등이다.

하나하나가 한국방송 특히 지상파의 생존과 직결되는 무시무시한 정책들이다. 예를 들어 지상파에 대한 외국인의 소유가 가능해지면 현재 한국30대 재벌의 지상파 소유 금지 및 일간신문의 지상파 금지규정인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금지 조항은 그냥 무력화된다. 한마디로 '조선일보-CNN의 MBC' '중앙일보-폭스TV의 KBS2' 'CBS-동아일보의 SBS'와 같은 조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여론의 독점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는 친미사대주의와 미국이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를 지배할 뿐만 아니라 사법체계 자체가 온통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의 한국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설명하자면 지면이 차고 넘칠 것임으로, 지상파 사람들의 생존권의 문제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편성쿼터를 중심으로 논의함으로써 지상파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방송위원회의 '방송프로그램 등의 편성비율 고시'가 현재 국내산 프로그램의 편성쿼터를 유지하는, 아니 미국이 끊임없이 없애라고 하는 편성쿼터가 들어 있는 법적 장치다.


   방송프로그램등의 편성비율 개정고시
   ◎ 방송위원회 고시 제 2005-2호

   2. 국내제작 방송프로그램의 경우

   가. 지상파방송 사업자

   1) 교육방송(EBS): 해당 채널의 매 분기 전체 텔레비전방송 프로그램
      또는 라디오방송 프로그램 방송 시간의 100분의 70 이상.
   2) 교육방송(EBS)을 제외한 지상파방송 사업자: 해당 채널의 매 분기
      전체 텔레비전방송 프로그램 또는 라디오방송 프로그램 방송 시간의
      100분의 80 이상.

   3. 국내제작 영화의 경우

   가. 지상파방송 사업자: 해당 채널의 연간 전체 영화 방송 시간의
      100분의 25 이상.

   4. 국내제작 애니메이션의 경우

   가. 지상파방송 사업자: 해당 채널의 연간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 시간의
      100분의 45 이상.

   다. 교육 또는 종교를 전문으로 편성하는 방송 사업자는 가호와 나호의
      규정과 관계없이, 다음의 규정에 따른다.

   1) 교육을 전문으로 편성하는 방송 사업자: 해당 채널의 연간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 시간의 100분의 8 이상.
   2) 종교를 전문으로 편성하는 방송 사업자: 해당 채널의 연간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 시간의 100분의 4 이상.

   6. 국내제작 대중음악: 해당 채널의 연간 전체 대중음악 방송 시간의
      100분의 60 이상.

   7. 수입한 외국의 영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 중 한 나라에서 제작된
      영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 해당 채널의 매 분기 전체 영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 방송 시간의 100분의 60 이내.

간단히 정리하면, 전체 방송시간 100분 중 80분 이상을 한국산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한다. 대중음악의 경우, 전체 대중음악 방송시간 100분 중 60분 이상을 한국산 대중음악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편성쿼터가 방송법 모범에 있는 것도 아니고 시행령에 있는 것도 아닌 '고시'수준이라는 점이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 의결 없이 방송위원 몇 명이 없앨 수도 있는 허약한 제도라는 점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편성쿼터 완화나 해소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자.

미국은 편성쿼터를 없애라고 한다. 또한 일부 방송사의 편성파트가 이것도 규제라고 여기에 동조하고 나선다. 하기야 지금은 어떤 지상파도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해서 2004년 KBS가 7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것이 거의 전무후무한 '손해나는 장사'였지, 그 전이나 그 후 지상파가 개국 초기를 제외하고 적자를 봤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에도 계속해서 임금인상이 가능할 정도로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편성쿼터는 불편한 규제쯤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2004년 후반기부터 지상파의 위기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상파 위기에 대해서 몇 가지만 언급하면서 편성쿼터 완화 또는 해소의 위험성을 지적해 보자.

먼저, 광고매출액 축소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2002년을 기점으로 전체 광고매출액은 지속적인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 지난 해 6월, 이건희 이학수 홍석현의 불법정치자금 스캔들이 담겨 있는 X파일 파동이 일어난 직후 삼성의 이인용 홍보담당 상무는 '광고구조조정'을 언급하며 언론사를 위협한다. 삼성전자의 매출액을 보면 해외에서 80 국내에서 20의 비율인데 반해 광고집행료는 해외에 60 국내에 40비율로 집행하고 있다며, 국내 광고집행료 40을 20으로 50%를 줄일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치며 국내 언론들의 X파일 보도를 광고집행료 삭감 운운으로 통제하려 했다. 초대형 광고주들은 X파일이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이런 광고집행료의 구조조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들은 광고료를 문화사업을 위해서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창출을 위해서 집행하는 '자본의 논리'에 아주 충실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즉 방송사의 입장에서 광고매출액이 증가하는 것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긴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뿐이면 다행이다. 각종 멀티미디어가 자고나면 새롭게 등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IPTV, TV포탈 등 고정식 멀티미디어에 WiBro, DMB, DVB-H, HSDPA, Media-FLO 등 무슨 뜻인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들어봄직한 이 모든 것이 이동식 멀티미디어들이며 그 중 한 둘은 이미 시범서비스를 개시했고, 다른 것들도 곧 한국의 멀티미디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이동식 멀티미디어들은 대체로 동화상 전화, 인터넷, 그리고 방송까지 볼 수 있는 Triple Paly Service가 가능한 것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지상파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라는 데 지상파의 고민이 있다. 이들 매체는 먼저 사용료를 기본으로 하지만 광고매체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아니 줄어드는 광고매출액에 이들 매체까지 광고영업을 시작하면 지상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광고살포가 아니라 특정 가입자들에게만 전달할 수 있는 타겟마케팅 즉 특정 소수만을 위한 광고집행이 가능한 멀티미디어는 지상파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자. 2002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지상파가 장르별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미 2002년 케이블TV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라디오 광고매출액을 넘어선다. 이 과정에서 대중음악은 음악전문채널이 장악한다. 영화, 자연다큐멘타리 등도 케이블TV의 전문채널에 장르 주도권을 지상파는 넘겨준다.

드라마 또한 방송사 내부에서 직접 제작하던 시대는 갔다. 이미 외주제작사가 아니면 대형 드라마제작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에 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SBS 드라마PD는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한 해에 한 작품이라도 제작하는 PD는 몇 이나 될까? 스포츠는 어떤가? 지난 해 Xports라는 스포츠채널이 등장하면서 방송계에 일대 회오리를 일으켰다. 주요 국제대회 중계권을 고가에 매입해서 일으킨 회오리도 회오리지만 지상파가 지배하고 있는 스포츠 장르를 일순간 케이블TV에 빼앗기는 '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뭐가 남았는가? 현재 지상파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장르는 뉴스, 교양시사프로그램, 그리고 오락 이 3개 밖에 없다. 그나마 뉴스는 적자며, 교양시사프로그램은 약간의 흑자, 유일하게 오락프로그램만 제대로 돈 버는 효자상품일 뿐이다.

하지만 CNN 등 미국의 뉴스전문채널의 한국어 더빙을 허용하는 순간 지상파 뉴스의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미국의 종합주가지수가 등락하면 그 다음 날 바로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등의 주가지수가 춤을 춘다. 한국의 개미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뉴스채널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당연히 CNN 등에 국내 광고영업을 허용하면 국내 지상파 뉴스시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내산 프로그램 80% 이상 의무방영이라는 편성쿼터가 무너지면 뉴스 또한 하루 30분짜리 8시뉴스에 적용하면 CNN 등 외국산 뉴스를 50%만 더빙해서 끌어다 써도 기자들의 일거리는 반으로 줄어든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현재 200명 전후의 SBS보도국 기자들, 700여명의 KBS보도국 기자들이 온전히 제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는가? 카메라 기자, 조명 등 스탭들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제작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데스크라고 제 자리를 차고 앉아있을 수 있겠는가?

경영진이 '또라이'가 아닌 바에는 적자 보는 장르의 구성원들부터 정리하려고 하지 않을까?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야기다. 거기다가 앞 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광고주의 광고집행료 구조조정 및 멀티미디어의 광고파이 분할에 따른 광고매출액 감소 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갈수록 지상파의 입지를 줄이려는 정통부 문화부 등의 정책적 압박 등이 겹쳐지면서 지상파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이미 SBS의 경우, 영화편집PD가 거의 사라졌고, 음악 전문PD 드라마PD들도 전문영역 이전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준이다. PD들만 위험한가? 프로그램을 PD 혼자 만든다면 PD만 '독박'쓰는 꼴이겠지만, 문제는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의 공동작업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작가 등 비정규직만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부조정실' 안에 있는 사람들, 중계차를 타는 사람들도 줄줄이 된서리를 맞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럴진데 행정업무직도 무사하리라 기대는 하지 않겠지.

생각해보라. 편성쿼터의 핵심은 한국산 프로그램 80%이상 의무방영이다. 지상파 경영이 악화되면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가장 먼저 할 일이 뭘까. 사람 자르는 일과 제작비 줄이는 일이다. 먼저 제작비를 줄이겠지. 편당 1억짜리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보다 편당 1천만 원 하는 미국산 드라마를 수입해서 자막 깔아 방송하는 것이 훨씬 싸겠지. 그러면 드라마PD와 드라마 스탭들은 할 일이 지금보다 더 없어지겠지. 해고대상 일순위에 올라가겠지. 그러면 외주제작사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요? 꿈같은 이야기. 국내산 편성쿼터가 없는데 외주제작사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설 자리 없어지는 것은 외주제작사도 마찬가지.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    

지상파 사수는 밥그릇싸움이자 미국의 한국 여론장악 저지를 위한 싸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한미FTA는 장난이 아니다. 농민 노동자 여성에 한정된 문제는 더 더욱 아니다. 바로 SBS조합원들, 더 나아가 지상파 당신들의 문제다. 당신들이 죽고 사는 문제다. 월드컵 놀이에 흠뻑 빠져서 8시뉴스를 몽땅 월드컵으로 채우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 교양시사프로그램 모두 접고 월드컵 특집에만 몰려다는 사람들, 이런 편성을 짜고 지시하는 사람들. 정신 차려야 한다. 차라리 공개적으로 '내 무덤 내가 파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냐'고 해도 할 말은 있다.

지상파는 특혜산업이다. 제한된 주파수를 이용해서 국민들의 알권리 들을 권리 볼 권리를 충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는 매체다. 또한 지상파는 무료보편적 방송서비스다. 즉 돈 있는 사람 없는 사람 할 것 없이 뉴스 교양 정보 오락을 즐길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합의한 매체다. 그래서 지상파 시청자는 신문이나 케이블TV 위성방송처럼 월 만 원 이상의 돈을 내지 않고 볼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지상파가 망하고 흥하게 하는 것은 지상파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상당부분 달려 있다.

그런데 현재 지상파 구성들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참으로 참담하다. 제 무덤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서민들의 무덤까지 파는 짓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게 한미FTA가 왜 IMF 10개가 동시에 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지금부터라도 월드컵으로 온 국민들을 월드컵 광기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축제로 즐기게 하며, 생존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상파의 보도뿐만 아니라 전체 프로그램이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또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준비하고 있는 '한미FTA 저지를 위한 방송사 총파업'에 앞장 서는 지상파 조합원을 보고 싶다.

지상파가 제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서 싸운다는 이것은 무료 보편적 방송서비스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즉 밥그릇싸움은 공익을 위한 싸움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공익성은 여론의 다양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는, 미국의 경제속국 군사속국인 한국을 여론과 문화마저 미국의 속국범주에 빠뜨리지 않게 하는 싸움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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