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710_이슈투데이_헌재신문법판결
헌재의 신문법 판결, 조중동의 완패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비판언론의 승리이며, 코드 언론 정책의 패배”라며 “악법을 입법과정에서 막지 못했던 점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한다”는 발언은 코메디가 진심인가?

지난 달 29일 헌법재판소의 신문법 및 언론중재법 관련 판결 내용은 40여 가지의 위헌소송대상 중 신문법은 불과 3군데만 위헌 또는 헌법불일치 판결을 받았다. 그 중 신문발전기금의 차별적 지급을 규정한 신문법 34조의 일부 조항 위헌 판결은 시장점유율관련 조항인 17조의 벌칙조항이어서 하나로 볼 수 있다. 결국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은 17조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29일 발표 이후 거의 축제분위기를 연출하며 신문법 전체가 마치 위헌인양 호들갑을 떨던 '조중동'이 7월 첫째 주로 접어들자마자 헌재를 간접적으로 공격하다 7월 둘째 주 들어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웃던 얼굴에 갑자기 찡그린 표정이 퍼지더니 결국 헌재를 향해 삿대질하는 꼴이다.  

예를 들면, 7월10일 월요일 조선일보의 아침논단에서는 이화여대 이재경교수를 끌어들여 <권력의 ‘언론양육權’ 인정한 헌재>라는 제목으로 호되게 헌재를 공격한다. 하지만 6월30일자에 대문짝만한 크기로 보도했던 <비판신문 겨냥한 ‘표적 입법’ 원천무효 확인/盧정부·여당이 밀어붙인 대표적 독소조항/憲裁 “신문 시장에 정부 개입말라” 선그어/일부 신문사만 정부기금 차별지원도 제동>과 같은 보도와는 전혀 다른 논조다. 심지어 7월1일자 사설을 보면, "헌법재판소가 29일 무더기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이라는 묘사까지 한 것과 비교하면 조변석개도 유분수다.

왜 그럴까? 조중동 특히 헌법소원을 냈던 조선과 동아는 헌재 판결 결과 완패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7조의 종속조항이 34조이니까 단 한 개 조항만 위헌판결을 받아냈다. 그것도 시장점유율 규제 자체에 대한 위헌이 아니고 시장점유율을 계산하는 방식에 대해서만 위헌판결이다. 결국 공정거래법상 상위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75%에 이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 불이익을 받는데, 신문법은 60%로 규정했기 때문에 다시 75%로 올리면 된다.

특히 시장점유율을 산정할 때 종합일간지와 스포츠지 등을 동질적으로 취급하는 잘못이 있다는 헌재의 지적은 초반의 흥분 때문에 놓쳤다가 조중동이 뒤늦게 깨달은 비수였을 터.  신문법을 입법청원할 때부터 시민사회는 이를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신문으로 규정하지 않는 무료신문만 빼고 경제지와 특수일간신문 등을 모두 포함했다. ‘조중동’ 등 거대신문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참주선동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그런데 헌재의 지적으로 스포츠지 등을 빼고 종합일간지와 동질적인 신문들을 대상으로 시장점유율 대상을 한정할 수 있게 됐다. 75%가 돼도 시장점유율로 시장지배적 신문사를 규제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다.  

결국, 위헌은 근본적인 위헌이 아니라 방법론 위헌이기 때문에 헌재가 지적한 대로 개정하면 될 일이고, 유일하게 조중동이 얻은 성과는 15조3항, 즉 신문사가 다른 신문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 뿐이다.

하지만 이번 헌법소원으로 조중동이 잃은 것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먼저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금지 조항이 합헌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투정한다.      

조선일보 왈=헌재는 신문사가 다른 신문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한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지만,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금지한 조항은 그대로 뒀습니다.

유일상교수 왈=겸영금지 완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겸영금지 조항을 그대로 두는 한 신문이나 방송이나 통신이나 원가(原價)가 올라가기 때문에 견딜 수 없게 됩니다. 매체는 독자나 시청자에게 비교적 값싼 가격에 정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런 것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민주적 참여매체의 언론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조선일보가 7월8일자로 보도한 <조선인터뷰>에서 건국대 유일상 교수와 대담내용 중 한 대목이다. 헌재는 15조2항인 신문과 방송의 겸영금지 조항에 대해서 합헌판결을 내렸다. 그 동안 수십 년간 집요하게 겸영허용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노력해 온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로서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겸영금지 또는 교차소유금지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에 어쨌든 흠집을 내려고 지식인들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지식인, 특히 유교수의 경우, 특이하게 겸영허용조치를 '원가개념'을 끌어들여 여론의 다양성을 위한 조치와 맞대결시키는 우를 범한다. 또 겸영금지 완화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며 지적 게으름을 드러낸다.  

프랑스는 전국 일간지 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종합일간지의 발행인은 방송을 할 수 없게 막아 두었고, 독일은 특정지역의 시장 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신문사들이 방송사 지분을 소유하는 것에 특별한 규제장치를 두고 있다. 일본도 지상파, 라디오, 신문 간의 겸영을 금지하고 있으며, 네델란드는 공영방송의 미디어교차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심지어 라디오 방송의 면허권자들이 텔레비전 면허권 소유를 금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문의 경우, 전체 판매부수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신문사는 텔레비전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호주 또한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간의 교차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유교수가 주장하는 '전 세계적 추세'는 어떤 나라들을 염두에 두고 사용하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이와 더불어 조중동에게 뼈아픈 상처를 준 것이 신문법 제16조 경영정보의 신고의무조항이다. 발행부수와 유가부수/1% 이상 신문사 지분을 소유한 주주 명단 등 최소한의 경영지표를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 이들 신문은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고 강변했지만, 헌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언론 특히 신문은 다른 기업에 대해서 끊임없이 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자신들은 최소한의 경영지표마저 '위헌'이라며 일찍이 신문에 도배질을 했고, 많은 신문법 전문가들도 위헌이 떨어지면 이 대목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는데, 이에 대해서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려버렸다. 조중동이 받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

괜히 화나니까 엉뚱한 사람들에게 잔뜩 화풀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난타를 당한다. 졸지에 이들 단체는 '자유당 때 권력의 조종을 받아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며 관제데모를 벌이고 다니던 땃벌떼와 백골단'으로 전락한다. 심지어 신문법 입법청원의 주체였던 언론개혁시민연대가 헌재 결정 이후 환영 쪽에 무게를 실었던 성명서마저 왜곡하며 "헌재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7월1일자 사설에서 비난한다. 언개연의 사무처장으로서 좀 억울하다. 그 와중에 참여연대가 곤혹을 치른다. 종로구 통인동에 150평의 땅을 24억6천만에 사들여 지하 1층 지상5층짜리 건물을 짓는다는 발표에 "좋은 사무실, 쾌적한 환경은 시민단체의 자랑이 못된다.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면이다"며 사설을 통해 비난을 가한다.

신문법 헌재 판결이 있던 바로 그 날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로부터 회사 돈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조세범 처벌법 위반 등)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받았다. 23억5천만 원의 증여세를 포탈하고, 복리후생비를 지출한 것처럼 거짓 전표를 꾸며 법인세 1억7천 만 원을 포탈, 회사 돈 25억7천만 원을 사주일가 명의로 조광출판이나 스포츠조선 등의 계열사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범죄다. 참여연대 24억6천만 원은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인데도 모질게 비판한 조선일보가 자사 사장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어이 이리도 관대할까?

또한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이 졸지에 '친여매체'로 매도당했다. 그러다가 결국 경향신문으로 결정적인 반격을 당하지만.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파병, 한미FTA조속체결, 스크린쿼터축소, 출자총액폐지, 새만금 간척사업, 철도파업 물리적 진압, 전교조 반전교육 단속, 평택대추리대집행에 대해서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찬성했던 매체는 조선일보가 말하는 친여매체가 아니라 바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였다는 것.

"신문법, 언론의 자유 제한?" 지난 몇 년 동안 조중동의 사장들이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 세금포탈 증여세포탈 공금횡령 등 파렴치범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신문은 한국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며, 이들은 여전히 그 신문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단지 유죄판결로 인해 신문법에 따라 발행인 자리만 물러났다. "신문법, 언론사주의 자유 '쬐금' 제한!"


-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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