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너무도 소박한 꿈이었지만 이마저도 동양제철화학은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12월31일 눈물로 iTV를 떠나보낸다. 아래의 사진, 연합뉴스가 찍은 바로 이 사진은 그래서 더욱 더 잊지 못한다.


새 경인민방, 정파하던 그날의 마음으로 개국준비를...


개인적으로도 iTV하면 가슴이 꽉 멘다. 2003년5월부터 2004년12월31일 정파되는 그 순간까지 거의 함께 했기 때문이다. 송도의 거친 갯바람에 몸살이 나 오들오들 떨면서도 '공익적 민영방송'을 외치며 허허 벌판 한 가운데 지금의 '희망조합원들'과 함께 동양제철화학과 싸웠던 일. 미래를 걸고 내리는 아슬아슬한 결정의 서슬 퍼런 칼날에 앉아서 토론하던 일. 결국 함박눈이 와서 서울로 올라가지 못한 채 1층 노동조합 사무실 쪽 방에서 슬리핑백 속에서 새벽을 맞던 일. 그 해 12월 초순 EBS입사를 확정해 놓고도 마지막까지 '싸우고 있는 동지'들에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일. 하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일은 2004년12월20일 밤과 21일 낮 그리고 31일의 일이다.


경인민방의 초심...

2004년 12월20일 밤. 당시 iTV노조 집행부와 행동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최종 협상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방송위원회, 언론노조 일부 간부 등이 지금이라도 마지막 협상을 동양제철화학과 하라는 주문과 더불어 '공익적 민영방송'의 근본에 문제를 삼는 주장까지. 그들 또한 진심으로 iTV노조 조합원을 걱정하며 '파국'은 피하자고 호소해왔다. 하지만 집행부는 단호했고, 조합원들은 냉정했다. "모든 걸 각오하고 싸웠다. 지난 7년 동안의 동양제철화학의 치하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우리가 왜 그렇게 '공익적 민영방송'에 목을 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21일 오전까지 계속되는 내외의 설득작업은 결국 조합원 총회에서 '파업철회 및 동양제철화학과의 타협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맺고 방송위원회에서 iTV노동조합의 최종입장을 전달한다. 그 날 오후.

방송위원회는 대주주인 동양제철화학의 투자의지 부족이 명확하다고 판단, 재허가 추천을 거부키로 결정한다. 성유보 재허가추천심사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업수행을 위한 재정적 능력 부족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및 방송수익 사회 환원 불이행 △협찬 및 간접광고 규정 반복적 위반 등 모두 3가지 이유를 들어 경인방송의 추천을 거부키로 했다고 최종 선언.  

이로부터 2007년5월 개국까지 2년5개월의 참으로 고통스런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게 한 '공익적 민영방송'은 도대체 어떤 내용을 품고 있었을까? 다음은 2004년10월22일 시한부파업을 이끌고 있던 이훈기 전국언론노조 경인방송지부위원장과 프레시안이 인터뷰 내용이다.
  
- 노조가 내세우고 있는 공익적 민영방송이란 무엇인가.
“그동안 국내 민영방송사들은 대주주의 사익을 채우는데 충실해 왔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방송은 국민들의 것이다. 따라서 공익성과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인방송은 이같은 민영방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익적 민영방송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대주주에게 △지배주주ㆍ비영리재단 공히 지분 30% 소유 △대주주가 보유한 우선주 전량 비영리재단에 출자 △대주주가 소유한 경인방송 건물/토지를 10년에 걸쳐 경인방송에 매각 △사장추천공모제 실시 △제2창사추진위원회 구성 등을 공식 제안해 놓고 있다.” 이영환/기자  


결코 잊을 수 없는 사진 한 장, 아~그 눈물들

너무도 소박한 꿈이었지만 이마저도 동양제철화학은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12월31일 눈물로 iTV를 떠나보낸다. 아래의 사진, 연합뉴스가 찍은 바로 이 사진은 그래서 더욱 더 잊지 못한다.

그 날 프레시안은 <경인방송, 직원들 눈물 속에 ‘정파’- [현장] 경인방송 전파송출 중단되던 날의 풍경>을 이렇게 전한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슬픔은 하늘과 땅의 슬픔보다 더 컸다."
한국방송사상 최초로 방송이 멈추던 12월 31일 오전 11시 10분. 경인방송(iTV) 구성원들은 "죽는 그날까지 이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오전 10시 30분이 되자 인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인천 남구 학익동 경인방송 사옥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몰려오나 싶더니 어느 새 사람들의 수는 3백여명을 넘고 있었다. 어떤 이는 동료의 손을, 어떤 이들은 아내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사옥 앞에 마련된 옥외 TV전광판을 바라보며 1초씩을 세고 있었다. 이윽고 11시 10분이 되자 경인방송이 정말 ‘끝’을 내렸다. 약속하지도 않았건만 사람들의 눈에서는 일제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7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굳게 닫힌 철문 앞에 서 있어야 했던 경인방송 구성원들은 모두 ‘망연자실’이라는 글자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날 전국언론노조 경인방송 지부는 "사과드립니다, 부끄러움만이 남습니다,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죄송합니다"와 같은 표현을 동원하며 정작 동양제철화학이 해야 할 사죄를 조합원 일동 명의로 대신 사죄하는 처절한 성명서를 발표한다.


방송위원회의 '화려한' 말 바꾸기, 스스로 공신력 떨어뜨려

이렇게 경인방송은 지고 새로운 경인민방을 위해 길고 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 빠른 시일 안에 경인민방에 대한 사업자 공모를 하겠다고 약속한 방송위는 쉼 없이 말 바꾸기를 해 가며 시간을 끌다가 겨우 올 4월28일에서야 경인민방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 짓는다. 다음은 '경인민방 사업자 선정 경과'를 정리한 내용이다.

■ 1차 경인민방 사업자 선정 경과(2006.1.23. 사업자 선정유찰)

○ 경인지역 지상파방송 기본정책방안 수립·공표(2005. 9. 7)
○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사업자 선정방안 확정(2005. 10. 18) 및 공표 (2005. 10. 19)
○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사업자 허가추천신청 공고(2005. 10. 24)
○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사업 허가추천신청 접수 마감(2005. 11. 24)
○ 허가추천심사위원회 구성·운영 및 심사평가(2006. 1. 17∼2006. 1. 22)
○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사업자 허가추천 심사결과 의결·발표(2006. 1. 23)

CBS와 중소기업협동중앙회, 영안모자 등 5개 컨소시엄이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방송위는 석연찮은 이유로 이들 모두를 탈락시켰다. 고의 유찰설과 정치권 내정설 등 각종 의혹과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고, 방송위는 올해 3월 다시 사업자 선정에 들어간다.

두 차례에 걸친 사업자 선정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영안모자와 CBS 등의 그랜드 컨소시엄인 경인TV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 2차 경인민방 사업자 선정 경과(2006.4.28. 경인TV컨소시엄 선정)

○ 경인지역 지상파방송 허가추천 재추진기본계획 수립·공표(2006. 2. 21)
○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사업자 허가추천신청 공고(2006. 2. 24)
○ 세부심사기준 및 허가추천 신청요령 사업자설명회(2006. 2. 28)
○ 경인지역 지상파방송사업 허가추천신청 접수 마감(2006. 3. 27)
○ 허가추천심사위원회 구성·운영 및 심사평가(2006. 4. 23∼2006. 4. 27)

하지만 이와 같은 선정경과가 있기까지 방송위원회의 말 바꾸기 일정은 차라리 '화려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이 과정에서 겪었던 온갖 어려움이야 어찌 필설로 다 묘사하겠냐마는 수 없는 말 바꾸기와 약속을 위반한 방송위원회의 행태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새 경인민방 관련 방송위원회 말 바꾸기 일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2004년
- 12월 21일 :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회의를 열어 향후 절차 논의할 것

2005년
- 1월 31일 : 늦어도 상반기 중에 대책 마련할 것
- 2월 28일 : (국회문광위 답변, 표철수 사무총장) 정책방안을 3월까지 검토, 4,5월 토론회 공청회, 6월까지는 정책방안 발표
- 3월 10일 : 상반기 안에 방송 사업자 선정방안을 마무리할 방침
- 4월 19일 : (국회문광위 답변, 노성대 방송위원장) 5월 초에 전문가토론회, 6월에 공청회를 개최, 후속 정책방안을 결정
- 5월 31일 : 명확한 정책 방안을 6월에 마련하고, 방안이 나오는 대로 방송위 주최 토론회와 방송위원 워크숍, 공청회 등을 개최 (PD연합회보 인터뷰, 성유보 위원) 경인지역 새방송 설립 일정은 행정소송과는 상관없이 별도로 진행하겠다. 방송위는 행정소송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될수록 빨리 추진할 방침.
- 6월 13일 : (국회 문광위 답변, 노성대 방송위원장) 8월 중에는 종합방안이 나와서 여기 의원들과도 논의가 되도록 하겠다.
- 6월 20일 : (이효성 부위원장) 늦어도 8월 안에 사업자 구도와 공모일정 발표하겠다. (성유보 상임위원) 새방송 일정은 이미 방송 위원들이 논의를 거친 사항이다. 7월까지 하겠다고 공표했다가 혹시 늦어질지 모르니까 8월안에 하겠다고 여유있게 일정을 잡아 노성대 위원장이 국회에서 답변한 것이다.
- 8월 31일: (양휘부 상임위원) 방송위원장과 위원들이 한 약속은 법률적 검토와는 상관없는 의지의 차원에서 한 것들이다. 법인이 취하해줘야 하는데...2년 넘게 갈 수도 있다. 사업자 구도 이야기는 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공모일정까지 포함한다는 얘기는 안했다. 정황이나 논리상 3심까지 갈 수도 있지만 법인이 취하하면 가능하다.

어쨌든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 4월28일 '경인TV컨소시엄'(대표 신현덕)이 경인민방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그래서 먼저 '경인TV컨소시엄'의 주주구성 등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주구성과 투자계획은?

최대주주는 영안모자(22.64%)이며, 미디어윌(11%)과 경기고속(10%), 매일유업(7%), 테크노세미켐(6%), CBS(5%)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CBS는 특정 종교방송이 지상파방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주로서만 참여할 뿐 방송사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들 회사들은 경인TV 컨소시엄의 최초 납입자본금으로 1400억 원을 투입했고, 법인설립 뒤 시/도민주를 공모해 15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면 영안모자와 미디어윌은 어떤 기업일까? 새 경인민방을 이끌어 갈 1대 주주는 영안모자상사(회장 백성학)다. 1952년 창립 이래 모자 생산/판매에 전력해 지난 99년 전 세계 모자 판매 1억 개를 달성한 이후 세계 1위의 모자생산기업으로 성장. 현재 전 세계 10개국에 18개 법인과 30여개 지점을 거느리고 있으며, 지난 해 매출은 5563억 원에 달했다.

2000년 이후 영안모자는 빠른 사업다각화를 펼쳐왔다. 지난 2003년 미국 지게차 전문회사인 클라크 머터리얼 핸드링을 매입한 데 이어 같은 해 대우버스를 인수했다. 2004년에는 통신기기 다보텔레콤을 인수해 통신기기 사업에 진출했으며 결국 이번 사업자 선정으로 방송사업에도 손을 뻗게 됐다.

2대주주인 미디어윌(회장 주원석)은 지난 90년 생활정보신문 ‘벼룩시장’을 발행한 이래 다양한 뉴미디어 사업을 전개해 현재는 인터넷·홈쇼핑 사업·종합부동산서비스·인쇄·잡지 및 단행본 등 7개의 전문미디어와 8개의 계열사 및 관계사를 운영하고 있는 종합정보미디어그룹이다.

한편, 현재 경인TV가 밝히고 있는 투자계획은 2010년까지 900억 원 투자하는 것이다. 경인TV 컨소시엄은 △2010년까지 방송사업에 900억 원 투자 △2007년부터 전체 프로그램의 51%를 HD(고화질)로 편성 △흑자 원년이 될 2010년에 매출 1357억 원, 순이익 72억 원 달성 등의 경영목표를 내놨다.


희망조합원의 고용승계는?

전국언론노조 iTV지부는 iTV가 재허가추천을 거부당하면서 그 이름을 버리고 '희망조합'으로 바꾼다.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희망조합원의 고용승계를 얼마나 해 주는가였다.

방송위는 사업자 공모심사 항목을 설명하면서 고용승계에 적극적일수록 점수획득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고, 경쟁한 두 컨소시엄은 사업계획서를 통해 고용승계에 대해 모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바도 있다.

사업권을 획득한 경인TV는 사업계획서와 청문심사 과정에서 법인 설립 이후 250명의 채용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 중 80%는 방송전문인력으로 충당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약 200명가량을 방송인력을 채용하겠다는 것. 희망조합원 전원이 180여명이다. 최소한 희망조합원 전원이 고용승계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

영안모자 관계자는 전국언론노조와 희망조합 지도부에게 "굳이 옛 iTV 직원에 대한 100% 고용승계를 강제하지 않더라도 방송전문직 인력을 달리 수급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고용승계는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인력수급의 구체적인 과정은 영안모자 단독으로 확언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참여주주 간담회 등에서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CBS 참여는 어디까지?

이번 사업자 선정과정 내내 논란이 됐던 것 중 하나가 CBS의 참여범위. 1차 공모 이전부터 방송위는 '특정 종교가 지상파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수차 강조, CBS의 제한적인 참여를 사실상 종용해왔다. 심사과정에서도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7개 종단들이 "특정 종교방송의 지상파 참여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 천주교 인천교구도 유사한 내용의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4월27일 청문심사 과정에서도 심사위원회는 경인TV 컨소시엄에 대해 'CBS의 직접적인 지상파 방송 참여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8일 심사결과 발표에서 방송위가 내놓은 방침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방송위는 경인TV가 선정됐음을 밝히는 기자회견장에서 종교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공정성 이행각서'를 제출토록 하는 등 CBS의 직접적인 참여제한을 부각시켰다. 당시 발표를 맡았던 성유보 방송위 상임위원은 "청문심사 과정에서 경인TV 컨소시엄 쪽에서 'CBS는 주주로서의 참여는 하지만 방송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종교적 색깔이 나타나선 안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행각서를 받기로 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제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인TV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영안모자와 당사자인 CBS도 마찬가지로 'CBS의 직접적인 참여는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새 경인민방의 방송내용에 있어 CBS가 참여하는 것은 여타 언론사들과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 제휴 수준이 될 예정이다. 경인TV 컨소시엄은 사업계획서에서 경인지역 보도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되, 전국적인 보도에 있어서는 여타 YTN과 CBS 등 방송사들과 제휴해 콘텐츠를 수급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만약 이후 CBS가 경인민방에 대한 참여의 폭을 보다 넓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방송위가 어떤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분히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단 방송이 재개된 이후 방송위가 새 경인민방에 취할 수 있는 제재 중 가장 강력한 조치인 재허가 심사에 반영하는 방법이 있지만, 1년4개월간 정파사태를 빚은 경인민방에 대해 또 다시 재허가 추천거부라는 강력한 카드를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인설립은?

경기·인천지역 지상파방송 사업자로 선정된 경인TV 컨소시엄이 법인설립 준비체제를 본격 가동했다. 경인TV 컨소시엄은 5월15일 개국준비단 사무실을 서울 소공동 영안모자 서울사무소에서 당산동 사무실로 이전하고 법인설립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경인TV 컨소시엄 관계자는 “주주사들의 동의를 구해야 확정이 가능하겠지만 오는 6월 중순까지는 법인설립을 마칠 예정”이라며 “법인설립 이후 방송개시 작업에 투입될 추가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무실을 이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CBS와 영안모자 사이 존재하는 '외부로 전혀 알려지지 않는 갈등'으로 인해서 법인 설립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동안 대표적인 갈등요인이었던 사장 선임문제는 일단 매듭을 지은 모양이다. 지난 5월 중순 CBS는 신현덕 현 컨소시엄 대표를 법인설립 이후에도 새 경인민방의 사장으로 그대로 유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영안모자는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대로 ‘신 대표는 컨소시엄의 대표일 뿐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경영진은 대표자선임 추천위원회를 거쳐 이사회가 결정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한다’며 맞서왔다. 하지만 두 회사의 고위층 회동을 통해 ‘법인설립 이후 대표자 추천이 실시되면 신 대표가 후보로 참여 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외재전송문제는?

지난 1월과 4월의 사업자 공모에 여러 사업자들이 각축을 벌인 것은 경인민방의 실질적 방송권역이 서울지역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점 때문. 방송위는 지난해 9월 경인민방의 방송권역을 경기 북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의결했고, 자체편성 50% 이상인 지상파 방송사업자는 케이블TV를 통한 권역 외 재송신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내 1,300만 가구가 케이블TV를 통해, 200만 가구가 위성방송Skylife를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외재전송이 가능할 경우 사실상 서울 시청자 대부분을 시청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결국 새 경인민방은 인천을 포함한 경기 남/북부의 1,300만 시청자와 서울 지역 1,000만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게 돼 전체 2,300만 가구를 포괄하는 '제2의 수도권 민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하지만 대표적으로 2가지 문제가 제2의 수도권 민방으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다.

먼저, 새 경인민방이 역외재전송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지역 케이블TV SO들의 협조가 필수.  현재 서울지역 케이블TV SO는 씨엔엠커뮤니케이션/HCN/큐릭스/CJ케이블넷 등 초대형  MSO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 MSO와 원만한 협조관계를 형성하지 않고서는 역외재전송은 상당히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둘째, 주파수 문제다. 지난6월8일자 '미디어오늘' 인터넷 판을 보면, 경기북부지역에 지상파 주파수가 없다는 정보통신부의 주장이 실린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방송위원회가 지난 해 10월 경인민방 사업자를 재선정키로 하면서 경기북부지역까지 방송권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시에도 경기북부지역 주파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현재로선 가용한 경기북부 지역 주파수가 없다...차후에 디지털로 전환되면 그때는 가용할 수 있는 아날로그 주파수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내년 5월 본방송을 시작하는 경인TV가 경기북부지역에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서는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이나 위성으로 방송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정통부의 설명이다.

반면 방송위는 지난 10월 권역확대 발표 이전부터 정통부와 두 차례에 걸쳐 업무협의를 가졌으며, 11월 공문에서도 정통부가 ‘아직 주파수가 확보되지 않았다’라고 밝혀 앞으로 찾아나가는 것으로 알았다는 해명...방송위 지상파 방송부 관계자는 “사전에 주파수가 확보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통상 우선 정책을 결정한 이후 가용한 주파수 대역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시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공익적 민영방송은?

경인TV 컨소시엄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실현하고, 방송제작과 편성에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며, 이를 위해 시청자국과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키로 했다. 또한 시·도민주 공모를 통해 시청자의 방송경영 참여를 보장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미디어센터도 운영해 지역 시청자들의 방송참여를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여기다가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주요 시간대에 배치하고,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등급제를 실시하는 한편 청각 장애인을 위한 폐쇄자막 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농어촌 프로그램을 제작해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의 방송 접근권도 보장키로 했다.

편성에 있어서도, 경인TV는 HD 제작 역량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역사 다큐멘터리, 문화탐험 프로그램 등 HD 방송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체의 51% 분량으로 편성키로 하고, 2008년에는 65.9%, 2009년에는 76.8%, 2010년에는 100% HD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전체 뉴스의 60% 이상을 지역뉴스로 편성하고, 중앙뉴스는 과감히 아웃소싱해 지역성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익적 민영방송'의 원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변한 상황에 따른 현재까지의 발표내용은 공익적 민영방송에서 녹이려던 상당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초심으로

다음은 2004년12월31일 '정파를 맞으면서' 'iTV노동조합'이라는 명의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성명서의 일부다. 그 때 그들이 느꼈던, 그 때 그들이 반성했던, 그 때 그들이 시청자들께 사죄하고 약속했던 내용을 곰곰이 되씹어가면서 내년 5월 개국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iTV 시청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2004년을 마감하는 오늘, 경인지역의 문화구심체로 지난 7년동안 활동해온 iTV 경인방송이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집니다....저희를 만들고 키워주신 지역시청자들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아쉬움과 부끄러움만이 남습니다. 저희는 1,300만 인천시민과 경기도민 여러분들의 더 밝은 눈이 되어 지역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더 열심히 찾아야 했습니다. 저희는 여러분들의 더욱 활짝 열린 귀가 되어 당신들의 가슴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야 했습니다. 저희들은 여러분들의 더욱 튼튼한 다리가 되어 지역의 숨어있는 삶의 현장을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지나온 시간동안 저희의 노력과 결실이 당신들의 기대와 열정에 미치지 못한 것,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저희가 간절히 바라는 새로운 iTV는 미래의 순간에 있고, 멈추지 말아야 할 경인지역의 유일한 방송이 멈추게 된 결과를 맞게 된 것, 시청자 여러분들께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경인지역의 밝은 눈과 귀와 튼튼한 발이 되기 위한 저희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그동안 iTV를 만들어주시고, 지켜주시고, 애정을 보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오늘의 정파를 맞으면서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여러분들의 기대에 진정으로 부합하는 방송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2004년 12월 31일 정파를 맞으면서/ iTV 노동조합원 일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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