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煙幕)’ 속 자행된 신종폭력  

                                                                              2006년 08월 30일

지난 7월16일 발생한 고 하중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의 죽음이 사망 45일째를 넘기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경찰폭력의 진실에 대해 신문들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24일 ‘포항건설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 노동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의 상세하고 설득력 있는 진상보고가 있었음에도 일부 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하중근 조합원의 사망원인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날 진상조사단의 보고에 따르면 현장조사와 당일 집회에 참석했던 목격자 인터뷰, 동영상, 현장사진, 상처부위 및 원인 등을 재구성한 결과 경찰의 과잉·공격적인 진압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되었음이 설득력 있게 제시됐다.

집회대오에 대한 경찰의 공격은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연설을 마친 뒤 포스코 항의 면담을 위해 자리를 떠난 직후 일제히 소화기를 분사해 연막을 치면서 집회대오를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허둥대며 뒤로 도망가던 하 조합원의 머리를 방패로 내리찍었고, 쓰러졌다 일어나려는 순간이거나 의도적으로 경찰의 소화기 둥근 모서리가 귀 뒷부분을 가격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감정결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조사단은 국과수가 사망의 주요 원인인 귀 뒤쪽 부분에 생긴 상하 9cm 가량의 상처에 대해 뒤로 넘어져 생긴 상처라고 주장하면서도 뒷부분에서 ‘단순하게 넘어져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만은 어려워’라고 서술하고 있는 등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또, 경찰의 공격적인 집회진압의 위법성도 지적했다. 당일 집회현장에서 경찰은 경고방송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집회현장을 덮쳤으며 방패로 조합원들을 무차별적으로 난타했다.

온 나라가 ‘바다’에 빠져 청와대와 정치권은 물론 관계, 재계, 언론사까지 총망라된 숱한 ‘의혹’들이 언론을 통해 앞다퉈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엄정한 수사의지를 밝혔다. 지금 우리 언론에게 ‘고 하중근 조합원 경찰 폭력 사망사건’에 대한 ‘의혹보도’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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