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보다 무관심이 더 두렵다  

                                                                                       2006년 09월 27일

지난 25일 한국의 신문은 두 가지 큰 실수를 했다. 하나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크게 기사화 한 것이 거짓임이 드러난 일이고, 다른 하나는 ‘9.24 평택 평화대행진’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이다.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 홈페이지(www.nautilus.org)에 공개된 로버트 칼린의 글에 대한 진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인용하기 급급해 대형 오보를 만들었다. 신문들은 26일 ‘사실이 아니다’라는 사과문과 함께 정정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신문이 범한 다른 실수에 대해 반성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9.23 반전 집회와 9.24 평택 평화대행진에 대한 기사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신문 스스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평화대행진의 경우 서울신문에서 광화문 점거 시위 사진만을 사용했을 뿐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에서는 1단 또는 사진 기사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나마 경향신문이 <’풍성한 가을’ 빼앗긴 대추리>란 기사를 통해 땅을 빼앗긴 농민들의 심정을 담아냈다.

불행하게도 이날 행사(집회)의 기록과 보도를 맡았던 것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였다. 이들 신문은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운동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중앙은 전경버스에 ‘NO USA’라는 구호를 쓰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통해 무능한 공권력을 문제삼았고, 조선일보는 <불법시위대에게 서울을 빼앗긴 서울 시민>이란 사설에서 반전-평화집회를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이들이 서울 시민에게 서울을 빼앗은 것으로 기록했다.

모든 집회를 다 기록할 수 없지 않느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보수언론이라 부르는 신문은 ‘코드에 맞는 집회’ 키우기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9.24 평택 평화대행진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 직도 사격장 반대를 비롯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한미FTA가 중단돼야 한다고 외쳤다. 그리고 11월 중순 대규모 ‘총력 투쟁’을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우리 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오보보다 더 큰 사고를 쳤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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