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북핵, 더 불안한 언론 보도


94년 현상 없었다. 한 방송보도의 제목이다. 94년 핵위기가 확산될 때 쌀, 라면 등 식량을사려고 아우성치는 모습이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형 할인마트의 한산한 모습과 공항에서 외국인의 인터뷰에서도 ‘불안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핵사태는 주식시장에는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시장 충격파>(SBS), <금융시장 강타>(MBC) 등에선 주가 폭락과 거래 일시 정지 명령인 사이드 카가 발동됐다는 소식을 전한 뒤 그러나 국가신용등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방송은 정규편성을 중단하고 <북 “핵실험 실시”>(KBS) 등의 제목을 달고 북 핵 실험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한 발언과 함께 미국, 일본, 중국 등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각 국가들의 반응을 보도했다. 또 SBS는 긴급진단을 통해 뉴스 중간 중간에 국회의원과 북한, 국제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MBC는 보도에서 허점을 노출시켰다. 다른 방송에서는 노무현-부시간 긴급 전화 내용과 부시의 기자회견, UN 안보리의 상황 등을 보도한 반면 MBC는 드라마 편성을 더욱 중시해 이 같은 사안을 놓쳤고 뒤늦게 보도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문제는 방송이 앞서서 불안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MBC, SBS, YTN 등 대부분의 방송에서는 ‘북한의 핵 시험’을 주요하게 보도하면서 핵실험 자료 사진을 근거 표시도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끝내 핵실험 강행>(SBS), (MBC) 등에서는 자료화면이라는 표기를 잠시 했을 뿐 이 화면이 누가 어디서 한 핵실험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핵실험으로 땅이 갑자기 푹 가라앉는 영상과 버섯 구름과 가옥 등이 피해를 입는 장면이 지나치게 자주 반복됐다는 것이다. 관계가 없지는 않지만 북한 핵 실험의 영상이 아닌 다른 영상을 자꾸 노출시키는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보도한 뒤 사재기 등의 현상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
또한 침착하게 북한이 왜 벼랑 끝까지 가는 정책을 폈는가라는 문제와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에 대한 봉쇄 정책의 문제점 등에 대한 진단보다는 <군사행동 가능할까> <대북제재 초읽기>(KBS), <미국 3단계 시나리오> <군사조치 취할까?>(SBS),  <전면적 봉쇄 제재 따를 듯>(MBC) 등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가 마치 해법인양 보도했다. 즉 해외의 언론에서는 부시의 봉쇄로 일관된 대북정책의 문제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우리의 경우 이 같은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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