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수구반동복합체의 방송장악 기도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카오스(chaos: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한다”.
복잡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혼란에 휩싸여 있다. 이 혼란이 새로운 질서의 탄생을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와 역사를 퇴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내년 12월 대통령선거가 하나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높다. 언론계, 그 중에서 방송계는 이미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된 지 오래다. 진영을 놓고 볼 때 대선전을 먼저 시작한 세력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족벌신문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수구반동복합체’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이회창 후보나 한나라당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외부, 특히 방송에다 모든 책임과 원인을 돌리고 있다. 공공연하게 그렇게 주장해 왔다.

그래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송을 장악하거나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집요하게 시도하고 있다. 모든 것이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문으로 위장한 범죄집단이나 다름없는 족벌신문들과 한나라당의 이익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 이미 수익구조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고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족벌신문들은 (지상파)방송 진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앙일보는 이미 복합미디어그룹이 된 지 오래다. 2006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앙일보그룹이 상호출자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59번째 기업집단군에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자산이 2조원이 넘고 계열사 숫자는 무려 73개였다. 두 달 후 계열사 3개가 더 늘어 76개가 됐다. 이후 중앙일보는 홍석현 형제 일가가 소유, 지배하고 있는 보광그룹 소속 기업을 계열분리한 바 있다. 내용적으로는 완벽한 복합미디어그룹이 된 지 오래다. 미디어에 관한 한 수평, 수직계열의 모든 기업을 갖고 있다. 방송은 케이블 채널을 3개나 갖고 있다. 유일하게 없는 것이 지상파방송이다.

조선일보도 토털미디어그룹을 지향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방송 진출에 사활을 걸고 차근 차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풍부한 PD들을 스카웃한 바 있다. HD급 방송장비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만의 하나 한나라당이 내년에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면 우리나라 방송과 방송 노동자들에게는 재앙이 닥칠 것이다. 공영방송 체제는 깨지고 방송은 완벽하게 한나라당과 족벌신문들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다.  

KBS1 TV와 KBS2 TV의 분리, KBS 2TV와 MBC의 민영화,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및 겸영 허용 등에 관한 한나라당의 일관된 당론이 현실화할 것이다. MBC 주식의 70%를 가지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는 해체되고 사실상 박근혜의 것이나 다름없는 정수장학회가 MBC를 지배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방송계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사회 전체가 어떤 모습이 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는 ‘국민이 없는 참여정부’의 멍청하고 잘못된 정책이 수구반동복합체가 준동하게 만들고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우리가 그토록 지키려고 하는 공영방송 체제와 방송은 한꺼번에 무너질 것이다.

이제 우리 언론노동자, 방송노동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 언론노보 425호 2006년 10월 18일 수요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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