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현실을 직시하자



보통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이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분석하고 극복하려는 의지 보다는 일상에 묻혀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보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자신을 둘러싼 국지적인 문제에 매몰되어 커다란 변화를 알지 못하여 결국은 소탐대실할 수 있는 경향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지금 언론계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도 우리 스스로가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보면서, 거대하게 밀려오는 변화의 물결에 대해서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 방송계는 매체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 이상 통신과 방송을 구분 짓기 어렵다는 이유로, 또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이유로 기구 및 규제, 정책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에 있어서는 지난번 3차와 4차 협상에서 미국은 노골적으로 방송과 일간신문의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제주도에서 있었던 4차 협상에서 미국은 방송쿼터 문제, 위성방송과 케이블방송의 소유규제 완화, 외국인의 일간신문 발간 허용 등 언론계 전반을 개방하라는 압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알다시피 우리의 언론 관련법은 방송이 사회의 여론과 문화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하여 소유규제, 운영주체 규제 등 다양한 규제를 하고 있다. 그 동안 방송과 신문은 이러한 규제에 근거하여 독과점의 폐해나 불공정한 언론 행위를 어느 정도 견제해 왔으며,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러한 언론계에 대해 미국은 시장의 개념으로 접근하여 개방하라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여 방송 및 일간신문이 개방된다면 그 폐해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 지금 언론사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형태가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협상과 관련된 우리의 보도행태를 보면 심히 우려스럽다. 자신들의 목을 죄겠다는 노골적인 의사를 접하고도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자신들의 삶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고민하는 흔적은 많지 않다.

한미FTA를 저지하려는 시민사회단체들은 매일 협상내용을 분석하고 그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많은 문건을 만들어 언론사 등에 배포한다. 여기에는 방송 및 일간신문의 개방을 우려하는 내용도 물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언론들은 자신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을 잘 다루지 않는다. 한미FTA와 관련된 보도에 대해 언론사 내부에 어떠한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모르지만 이는 아마도 ‘설마’ 하는 생각과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습관에 기인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이러한 습관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적이고 미래까지도 걱정하는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 김종규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 언론노보 제426호 2006년 11월 8일 수요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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