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스런 보수신문 ‘출사표’  

                                              2007년 01월 10일

새해 첫날 신문은 17대 대선의 판세를 가늠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또는 저렇게 짝을 지어보는 가상대결로 누가 대통령이 될지 미리 점을 치는가 하면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기준과 2002년 선택에 대한 평가, 현 정권의 정책 평가까지 마치 선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듯한 보도가 쏟아졌다.

물론 여기에는 여론조사라는 방식이 덧붙여졌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언론사가 아무리 과학적인 조사의 틀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질문항의 구성에선 언론사의 의도가 내포되며, 결과 해석의 강약 역시 선택적으로 지면에 반영될 우려가 있다.

특히 각 정당별로 후보조차 제대로 확정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여론조사는 아주 복잡한 구도를 띄기 때문에 임의로 단순화시켜 양자 구도로 압축시켜 보도된다.

실제로 중앙일보는 책임감과 친밀감이 누가 더 높은 지에 대해 대선주자별로 ‘부등호’ 표기를 사용하는가 하면, 조선일보는 여론조사로 이명박이 가장 높다고 지지도 분석을 한 뒤 지지층 충성도는 박근혜가 제일 높다는 ‘충성도 높은 고객 지수’를 사용했다.

동아일보는 고건, 권영길을 묶어놓은 상황에서 이명박·박근혜 등을 경쟁시키는 가상 대결을 내보냈고, 한국일보는 한나라와 여권간의 1대 1 가상대결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고 범여권 후보 누가 나와도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완패를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와 함께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대선을 좌파정권 종식과 진보정권 연장이라는 사활을 건 한판으로 규정한 뒤 사설에선 대한민국이 지난 10년 동안 세계 공통의 선진화 화살표를 거슬러 혼자서 거꾸로 달려왔다고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현 정부는 이미 임기 말로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일을 미리 벌여 나라 살림을 낭비해서 안 된다며 남북정상회담 등 치적을 만들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나섰고, 동아일보 역시 현 정부가 코드 정권 재창출 욕심을 버려야 하며, 대통령은 남은 임기 1년에 깜짝쇼를 할 경우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이 일부 신문들은 새해 첫날부터 현 정부의 발을 꽁꽁 묶어 버리거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는 식의 한나라당 ‘구호’를 사설 주제로 삼아버렸다.

마치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 만들기를 실패한 것을 이번에는 만회하려는 듯한 출사표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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