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두 후보에게 바란다


우리 선배 동료들의 땀과 눈물, 구속과 수배, 해고를 통해 건설했던 노동조합이 이제는 신자유주의 얼치기 정권과 극우언론의 분풀이나 화풀이 대상, 희생양, 혹은 심심하면 잡아 패는 ‘스포츠’ 대상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하루가 먼 이들의 집요한 공세에 우리 조합원들은 물론 국민들조차 노동조합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파울 요제프 괴벨스, 나치의 선전장관). 지금이 그런 형국입니다. 그런 속에서 무기력과 냉소, 무관심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입니다.

노동운동의 위기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 자기 회사의 이익에만 골몰한 기업별노조 체계로부터 왔습니다. 자기 회사만 살면 된다는 인식으로는 연대가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가 기업별 울타리에 가두어져 있는 사이 신자유주의로 완전무장한 자본권력은 산업정책과 국가경제정책으로, 그리고 국경을 넘는 글로벌 시스템으로 노동조합을 고립 포위 섬멸시키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붕괴되면서 자본은 거리낌 없이 임금을 깎고 해고하고 그리곤 비정규직을 채용합니다. 중산층의 붕괴와 극빈층의 증가는 필연적인 과정입니다.  

언론노조 지도부는 참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전지전능함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두 후보가 함께 ‘산별완성’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언론공공성 강화, 고용안정, 임금인상 등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속에서도 언론 산별 체계를 완성 짓는 일은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거대 담론이나 바쁜 현안만을 챙기다보면 어느 순간 노조는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노조가 없으면 언론개혁이든 언론공공성 강화 투쟁이든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공약대로 언론 산별을 완성시키는데 천착해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박강호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



// 언론노보 제432호 2007년 2월 15일 목요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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