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과 이 달 8일 두 차례에 걸쳐 농가 빚 해결을 촉구하는 전국 농민시위가 있었다. 지난달 21일 1차 농민대회에서는 농민들이 고속도로를 점거해 전국 고속도로에서 교통대란이 있었고 고속도로 진입을 막는 경찰을 향해 트럭을 몰아 경찰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어 2차 농민대회에서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농민들의 상경시위가 무산됐으나 농민들이 상경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았고 경찰과의 충돌이 되풀이 됐다. 물론 이번 농민시위는 발생 당일 방송 3사의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하지만 농민들의 고속도로 점거시위와 경찰과의 충돌 등에 초점을 둬 일과성 행사식 보도에 그쳤다. 따라서 농가부채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미흡했고 실제로 농민시위가 있었던 당일을 제외하고는 농가문제관련 보도는 거의 없었다.산업화에 따라 농촌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4백만명의 농업인구가 존재하고 있다. 또 농촌은 식량자원을 생산하고 국토의 균형적 개발과 환경을 지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 비해서 농촌문제는 소홀히 다뤄져 왔다. 이번 농민시위에 원인이 된 농가부채 문제도 그동안 소홀히 다뤄온 결과이다. 잘 알려진 대로 지난 정권 우루과이 라운드에 따른 농산물시장 개방으로 당시 정부는 농업구조 개선사업에 4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고 이것이 바로 농가부채의 주요원인이 됐다. 또 이 정부에 들어와서 5차례에 걸쳐 농가부채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조치가 있었지만 2년 동안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는 바람에 내년에 상환해야할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현재 우리 농촌은 막대한 농가부채와 농산물 가격폭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구제역 파동 이후 돼지값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고 김장철인 지금 산지에서 배추 한포기 값은 100원 정도에 불과하다. 또 비료 사료 등 생산비용은 급등하고 경기침체로 수요는 줄어 농산물 가격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니 농사 수입으로는 농협 빚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 어려운 농가가 많다. 결국 농민들이 부채해결을 위한 시위까지 벌이게 됐다. 하지만 사정이 이토록 악화될 때까지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막대한 농업 구조개선 사업자금 대출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고 사업자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고 원금상환 유예조치 같은 미봉책으로는 농가부채를 해결할 수 없었는데도 이에 대한 보도는 미흡했다. 현재 농민단체의 요구대로 농가부채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25년간 45조원의 예산을 투입해야한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이런 방식은 자율경영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도 없고 결국은 도덕적 해이로 이어진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농민단체가 요구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막대한 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언론의 감시와 비판의 기능이 필요하다. 최근 공적자금 40조원의 조성문제를 놓고 이에 대한 보도가 집중됐다. 공적자금의 회수문제와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해서 많은 보도가 있었다. 공적자금 문제가 이처럼 관심을 끈 이유는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자칫 추가적인 부담이 국가신용도와 국민부담을 늘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농가 부채 역시 이미 40조원이 훨씬 넘는 돈이 투입됐고 이 자금 역시 언젠가는 회수해야 할 돈이다. 여기에다 앞으로 막대한 자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이 자금이 만약 회수가 불가능 할 경우 국가나 국민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가부채 등 농촌문제에 대한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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