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9.11.13 수 08:50
> 뉴스 > 언론노보 > 기고
트위터 페이스북        
[특별기고] 거대 미디어 그룹의 ‘정크 저널리즘’에 공중파 오염
[0호] 2008년 10월 08일 (수) 05:26:28 언론노조 media@media.nodong.org
   
 
   
 
거대 미디어 그룹의 ‘정크 저널리즘’에 공중파 오염
[특별기고] 이명박 정권이 추종하는 미국 미디어정책의 병폐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금과옥조처럼 받드는 이명박 정권은 방송언론을 경쟁과 효율을 내세우며 시장에 내놓고 있다. 한국도 미국처럼 재벌 대기업에 지상파, 보도·종합편성채널 등을 허용하고 신문방송 교차소유를 허용함으로써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의 탄생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강의하는 최진봉 교수가 전하는 미국의 언론현실은 이명박 정권의 선전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몇 개 거대 미디어그룹이 장악한 미국 언론에서 공공성과 공익성, 다양성은 사라진지 오래됐고 미국을 따라가는 한국에서 일자리 창출과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탄생을 바라는 것은 공허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재벌 대기업에 방송을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곧 처리되고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시도하는 시점에 미국의 언론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편집자 주>


상업적 성장 위주 정책을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시키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가 거세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 출신답게 국가의 거의 모든 정책을 기업 경영자 시각에서 분석하고 판단하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과연 국가라는 조직이 오로지 이윤추구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가 정신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할지 의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과 언론정책을 볼 때 더욱 커진다.

최근 들어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송과 언론 관련 정책을 보면 과히 개혁이라 이름 할  만큼 강력한 변화를 예고한다. 방송 산업 활성화를 통해 거대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만들겠다는 발상으로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은 선진국 언론 특히, 미국을 모델로 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미국처럼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명박 정부의 주장처럼, 미국에는 세계적인 거대 언론사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 언론사들은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고 있으며 많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미국 거대 언론사들의 막대한 경제적 이익 창출 뒤에는 미국 언론의 공공성 상실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저히 상업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거대 언론사들은 마치 일반 기업들처럼 소유주의 이익 챙기기에 총동원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언론이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실제 기대하기 어렵다.

교차 소유로 자사이익 극대화 주력

현재 미국을 비롯해 상업방송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자본 권력이 방송을 장악한 까닭에 공공성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벌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제한을 완화한 이후, 몇몇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미국 전체 방송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디즈니, 타임워너, 뉴스코퍼레이션, 바이어컴 등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 방송사, 영화제작사, 라디오방송국, 잡지사, 출판사, 위성 방송사, 비디오 대여점과 수많은 지역방송국들을 소유함으로써 미국 전체 방송시장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 소비구조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중 하나인 뉴스코퍼레이션은 폭스TV, 폭스 스포츠 네트워크, 마이스페이스(미국판 사이월드), 스카이 위성방송, 디렉트TV, 더 선(영국 신문사), 더 타임즈(영국 신문사), 20세기 폭스 영화사, 스타 위성 TV, TV 가이드, 뉴욕 포스트(미국 신문사), 하퍼 출판사, 그리고 영국, 독일, 중국, 인도 등에 위성방송사와 텔레비전 방송사, 신문사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 그룹들은 이러한 교차소유 구조를 통해 자사 이익 극대화에 여념이 없다. 한 예로, 디즈니사에서 새로운 영화를 제작해 개봉할 경우, 디즈니사 소유의 지상파 방송사 ABC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를 홍보하고, 디즈니사가 소유하고 있는 디즈니 케이블 방송사와 잡지사에서는 이 영화와 관련된 프로그램과 기사를 내보내 홍보에 열을 올린다. 즉, 자사 이익 추구를 위해 방송을 공공연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자사의 이익은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익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친 기업적 방송정책으로 6개 미디어가 언론시장 장악

이처럼 미국에서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언론시장 전체를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거대 언론 기업들의 로비에 굴복해 언론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유지해 오던 언론관련 규제와 제도들을 무작위로 풀어준 정치권력의 비호가 있었다. 특히, 지난 1996년 제정된 미국의 ‘텔레커뮤니케이션 법(Telecommunication Act)’은 그동안 한 언론사가 소유할 수 있는 방송국과 신문사의 수를 제한하던 규제를 철폐해 언론사의 전국적인 소유를 허용하고 한 개 언론사가 한 지역에서 8개의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해 거대 미디어 그룹이 지역 방송국과 신문사들을 소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으며, 7개의 거대 전화 회사들이 케이블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길도 열어 주었다. 실제로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이 통과된 이후, 미국 라디오 업계를 중심으로 매각과 합병이 급격히 이루어져 방송국의 소유 집중 현상이 나타나 미국 전역에 라디오 방송국 약 1,200여 개를 소유한 거대 라디오 방송 기업인 ‘클리어 채널’이 탄생하게 되었다. 즉, 미국정부의 친 기업적 방송정책이 미국 방송의 소유구조를 재편시켜 6개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언론시장을 장악하는 사태를 초래하게 되었다.  

지속적인 규제 철폐가 소유집중 불러

문제는 이러한 소수 거대 미디어 그룹의 미국 언론시장 장악이 결국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 확보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거대 언론기업들의 전략은 자신들의 이윤 창출을 위해 시·청취자들의 지적수준 향상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 생산을 통한 공공 서비스를 과감히 버렸다.

자사 이익 창출에 반하는 보도나 프로그램의 생산을 허용하지 않았고, 철저한 자본주의 원칙에 근거해 소유주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자본주의 원칙에 근거해 보면, 소유주가 자신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 나아가, 이익창출이 목적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윤의 극대화만 달성되면 그 과정에서 파생하는 사회적 문제점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가나 공공기관은 다르다.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나 기관은 이익창출을 통한 경제 발전 뿐만 아니라 동반해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부작용의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언론관련 규제와 제도의 완화·철폐를 통해 언론을 시장경제체제에 내맡김으로써 언론사의 소유 집중을 불러왔고, 정부가 언론사의 소유 집중화를 방관하는 사이 거대 언론기업들은 소규모 지역 언론사들과 언론관련 기업들을 마구 잡이로 사들여 몸집을 키워갔다. 결국 소수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언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폭스TV, 기자들에게 매일 보도방향 지시

언론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소수 거대 언론기업들은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고 지속적인 규제 철폐와 안정적 사업 운영을 보장 받기위해 위해 정치권력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폭스의 실체를 밝힌 ‘아웃 폭스드(OutFoxed)’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따르면, 폭스TV의 소유주인 루퍼트 머독이 프로그램 제작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폭스TV 경영진들은 일선 기자들에게 소위 보도지침과 같은 메모를 거의 매일 내려 보내 보도 방향을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폭스TV 전직 기자는 뉴스 가치도 없는 집권당인 공화당의 일반 행사에 취재를 가라는 지시를 받고 황당했다고 했다. 언론에 관한 각종 규제와 제도의 철폐를 통한 미국 언론의 소유 집중화는 자연스럽게 언론의 공공성을 말살하고 이익 극대화를 위한 무한 상업주의 사상이 팽팽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미국 언론들은 이윤 극대화에 목적을 둔 프로그램을 만들고,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결국 미국의 상업언론들은 언론 본연의 사명인 정치와 사회 권력에 대한 ‘감시견’의 역할을 포기하고 자사의 경제적 이익 창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눈치를 보는 권력의 ‘충성견’이요 ‘치어리더’로 전락했다.

독립·지역매체 잇따라 팔려…지역성 다양성 사라져

이와 함께 거대 언론 재벌에 의한 여론 독점화는 여론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를 자랑으로 꼽았던 미국 민주주의의 질을 떨어뜨렸다. 미국의 독립적인 지역 언론매체들은 시청자들이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언론시장 소유 제한 완화조치로 독립, 지역 언론매체들이 거대 미디어 그룹에 팔려나가는 바람에 결국 미국 전역의 시청자들은 대기업 언론사가 제작한 동일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면서 미국 언론은 더 이상 다양한 계층과 지역, 그리고 문화를 반영하는 매체가 아닌 언론 소유주의 이익을 챙기는 도구로 전락해 표준화된 특정 여론과 대중문화 형성에 봉사하고 있다. 즉, 미디어 소유 집중화로 인해 다양한 시각에 의해 생산된 정보는 사라지고 몇몇 거대 미디어 그룹들의 입맛에 맞는 정형화된 정보만이 제공되는 정보와 여론 왜곡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마치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전략으로 우리 청소년들의 입맛을 유혹하여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정크 푸드(Junk Food)처럼 거대 미디어 그룹의 언론시장 독점은 언론사의 이윤 추구에 기여하는 정크 저널리즘(Junk Journalism)을 양산하는 것으로 공공의 자산인 공중파를 오염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처럼 상업화를 통한 거대 미디어 그룹의 탄생은 언론의 공공성을 말살했으며 언론이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에 종속되어 비판기능을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보의 독과점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정보 추구권을 해치는 실패한 미국의 언론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왜 추종 하는지 의문이다. 혹시 언론의 상업화를 통해 미국 정부처럼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꼼수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독일, 프랑스 등 여론시장 독과점 규제 채택

상업화에 따른 여론 독과점과 정크 저널리즘으로 인한 언론시장 오염을 막기 위해 유럽의 여러 나라는 거대 미디어 그룹의 언론시장 독점을 제한하는 법과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은 거대 미디어 그룹의 언론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시청자 점유율이 30%가 넘는 방송 사업자가 다른 방송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국 일간지 발행인의 경우, 한 명의 발행인이 신문 시장의 20%이상을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오스트리아는 한 언론사가 같은 지역에서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을 겸영할 수 없도록 제한 한다. 영국은 지난 2003년 ‘커뮤니케이션 법’을 만들어 신문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신문사나 소유주는 지방이나 전국 지상파 방송 면허를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상파 텔레비전, 라디오, 케이블/위성방송 등 3대 시장에서 어느 누구도 30%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거대 미디어 그룹의 언론시장 독과점을 방지를 위해 다양한 규제들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소수 거대 언론사들이 여론을 독점하여 자신들의 이윤에 몰두하는 사이 시청자들이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결국 정보의 왜곡 현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거대 미디어그룹 탄생땐 고용인력 감소 불보듯

이  명박 정부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거대 미디어 그룹을 만들기 위해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언론시장의 상업화를 정당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어느 대기업이 언론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헐리우드 영화사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을 상대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따라서 내실 없이 몸집 키우기만 강행하기 보다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또 이명박 정부는 방송에 대기업이 진출하여 거대 언론기업이 탄생하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을 보면, 거대 미디어 그룹이 지역의 소규모 방송사나 신문사를 인수한 경우, 중앙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나 취재내용을 각 지역의 방송국과 신문사에 제공하여 지역 방송국과 신문사를 운영하게 함으로써 기존 언론사 근무 인력을 대폭 감원하고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을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거대 미디어 기업이 탄생할 경우, 고용이 새로 창출되기보다는 고용 인력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언론정책을 무작정 답습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상업화한 미디어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가져왔는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학교/저널리즘 스쿨 교수



// 언론노보 제455호 2008년 10월 8일 수요일자 4, 5면
언론노조의 다른기사 보기  
ⓒ 전국언론노동조합(http://media.nodong.org)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가장 많이 본 기사
성명/논평/보도자료
[기자회견문]태영건설 윤석민 회장의 SBS 재장악 음모 규탄한다!
[보도자료] 2019 미디어정책컨퍼런스 개최
[성명서]언론장악 적폐들은 정치권 근처에 얼씬도 마라!
지/본부소식
[MBN지부 성명] 장대환 회장 사임은 MBN 정상화의 출발점이다!
[성명서]KBS미디어텍 이라는 회사는 어떻게 생겨났나?
[부산일보지부 성명] 더는 부산일보를 건들지 말라
조직소개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520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언론회관 1802호 | Tel 02-739-7285~6 | Fax 02-735-9400
언론노보 등록번호 : 서울 다 07963 | 등록일 : 2008.04.04 | 발행인 : 오정훈 | 편집인 : 오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기범
Copyright 2009 전국언론노동조합.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media.nodong.org
전국언론노동조합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및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