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계는 김정기 방송위원장에 대한 비리 폭로, 미디어렙 파문 등 그 어느때보다 핫 이슈들이 많은 상황이다. 그러나 방송계 내부 문제로만 그칠 수 없는 이런 사회적 핫 이슈들이 방송 뉴스를 통해서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어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먼저 김정기 방송위원장의 비리와 관련된 보도를 살펴보자. 김정기 방송위원장의 비리는 1월 19일 방송노조의 기자회견을 통해 비리 사실이 공식화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그러나 방송사 노조의 기자회견이 있던 19일 방송 3사의 메인뉴스는 이같은 사실을 모두 외면했다.오후 2시 라디오 뉴스에 기자가 출연해 비리 사실을 상세히 전하고 오후 7시 뉴스에 단신으로나마 이를 전했던 MBC는 정작 중요한 9시 뉴스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KBS는 노조의 대자보로 이미 18일에 이같은 사실이 널리 알려진 상태였지만 19일 방송 노조의 기자회견 사실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노동조합이 이같은 사실을 문제 제기하자 다음날 7시 뉴스에 기사를 소화하기는 했으나 억지춘향격에 불과했다. 또한 SBS는 메인뉴스는 물론 단신 뉴스에서도 김정기 방송위원장 비리건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김정기 위원장의 비리건은 그 사실이 명백하다는 점에서 뉴스화하는데 별다른 고민이 필요치 않았던 건이었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이 이처럼 소홀히 취급한 것은 기사 가치의 판단보다는 막강한 방송위원장을 의식한 것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미디어렙은 최근 방송계의 최대 핫 이슈이다. 그러나 이문제가 방송사의 사익과 연계되면서 방송 보도가 공정성을 잃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다.MBC는 지난 1월 9일부터 연속 사흘간에 걸쳐 미디어렙 관련 재심을 요청한 문화관광부와 동아일보를 비롯한 신문매체를 맹비난하는 보도를 9시 뉴스에서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SBS도 1월 10일 8시 뉴스에서 '미디어렙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로 신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MBC나 SBS 모두 시민단체의 반대 주장은 자의적으로 수렴하지 않았고 미디에 렙에 대한 방송사의 지분 참여가 '방송사의 직접 영업을 금지'하고 있는 방송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애써 외면하는 등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된 모습을 보였다.미디어렙에 대한 KBS의 보도태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KBS는 미디어렙에 대한 어떤 입장도 표시하지 않은채 철저히 침묵하고 있으나 객관적 사실 보도까지 외면함으로써 언론기관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언론개혁 논쟁은 1월 11일 김대중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기화로 점화됐다.총대를 매고 나선 듯한 MBC는 11일 9시 뉴스 단독꼭지로 언론개혁 문제를 다뤘다. MBC는 또 당일 저녁 100분 토론과 1월 16일의 PD수첩에서 신문개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MBC는 특히 2월 1일 100분 토론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룸으로써 신문개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태세다. 이러한 MBC의 의지는 미디어렙을 둘러싼 신문과의 갈등에서 강화된 측면이 있기는 하나 언론개혁 문제를 공론화하는 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MBC의 의지가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방송개혁 문제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언론개혁과 관련해 KBS는 지난 1월 20일 심야토론을 통해 이를 공론화했으나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KBS가 일요일 아침에 내보내는 '시사 포커스'에서 매월 한번씩 매체비평을 시도하고 있으나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사포커스'는 그동안 7회의 매체 비평 코너에서 '신문 지분 소유구조의 문제는 무엇인가?' 등 나름대로 예민한 주제들을 다뤘으나 일요일 아침이라는 취약한 시간대와 제작과정의 지나친 신중함 등이 겹쳐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따라서 KBS로서는 매체 비평이 포함된 '시사포커스'를 저녁 시간대에 편성하는 등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BS는 대통령 기자회견 당시에도 이를 다른 리포트에 소화해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고 별도의 프로그램도 준비하지 않는 등 언론개혁과 관련해서는 가장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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