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직필

"정의와 자유를 위해 몸을 희생하는 민중의 이 경건한 정열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1919년 4월 6일 전 인도의 기도와 단식의 날을 기하여 간디는 하르탈(회교에서 비롯된 힌두스탄어로 '일의 중지'를 뜻함)를 결정하고 이 운동을 개시했다.
이 운동은 그의 민족의 양심의 가장 깊은 곳에 점화되었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효과를 거두었다. 여기서 비로소 모든 계급이 결속하여 행동을 통일하게되었다."
(마하트마 간디, 로망 롤랑 지음)

국민일보의 김용백 위원장의 단식이 보름을 넘겼습니다. 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엄격한 단식의 경우 보름은 건강에 심각한 장애가 되는 분기점입니다. 언론인들의 자존심을 박탈해 수동적 샐러리맨으로 전락시키려는 폭력에 대항해서 시작된 이 단식은 전 언론계에 잔잔하지만 강력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다시 간디를 인용합니다.

'모든 도덕률은 정복자들에 의해 분쇄되었다. 어떤 허위도 이익만 되면 비열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모든 죄악의 배후에 숨은 동기는 추악하게도 물질적인 것이다.'

언론은 자존심의 직업입니다. 물질과 권력으로부터 초연하고 의연해야합니다. 그리고 글을 쓰고 말을 함에 있어 그 어떤 두려움도 갖지 말아야합니다. 간디는 이러한 초연함과 공포로부터의 자유에 대해 "인도가 세계에서 견줄만한 자가 없는 지위에 도달하기까지 우리는 천명 아니 수 천명의 무고한 남녀가 암살되는 것을 침착하게 응시할 만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는 저마다 교수형을 당하는 것도 예사로 보아야한다"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계의 온갖 모순이 교차하는 이 땅의 진정한 언론인이기 위해서는 그 어떤 공포심도 갖지 말아야 합니다. 굴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들을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자본과 권력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두려움 없는 비폭력 저항의 길에 나선 김용백 위원장과 국민일보 노동조합 조합원 동지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길이 인류의 위대한 성자들이 걸어온 길임을 우리 모두 함께 상기하고자 합니다. 이 길은 물질적 힘을 바탕으로 하는 서구문명, 그것도 미국적 천박성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높은 경지인 것입니다.

"참된 불복종에는 아무런 흥분도 포함돼 있지 않다. 그것은 묵묵히 고난을 당해야 한다 그 효과는 눈에 띠지 않으며 점잖기는 하지만 영묘하다."



/ 언론노보 278호(2000.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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