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방겸영 분석]
언론과 권력·자본 유착에 규제정책 도입


관제홍보방송, 나팔을 불다


지난 2월16일 국정홍보채널인 KTV에서 해외 미디어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피자면서 출발부터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전면 허용했던 일본의 사례를 ‘신방겸영 전면허용, 세계로 가는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http://www.ktv.go.kr/ktv_contents.jsp?cid =293315)

내용을 요약해 보면, 일본은 현재 1,059개의 방송과 120개의 신문사 등 수많은 미디어 매체가 있는데, 1950년대 지상파 민영방송이 출범할 때부터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전면 허용했고, 이를 토대로 일본의 방송 산업이 우리나라에 비해 빠르게 성장했으며, 신방겸영이 방송사의 경영안정화와 방송콘텐츠의 질적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신방겸영의 부작용으로 제기되는 여론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부작용이 크지 않으며, 신방겸영에 대한 완전한 교차소유를 발판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일본 미디어산업은 이제 더욱 과감한 규제완화로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KTV의 보도는 우리나라와 신방겸영 허용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완전히 다른 일본을 비교대상으로 놓는 우를 범하고 있으며, 신방겸영 허용으로 인한 저널리즘의 실종과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일본의 신방겸영, 우리와는 출발부터가 달라

일본의 신문방송 겸영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 50년대 당시에는 겸영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가 없었고, NHK의 독점과 정치적 야합 등에 대한 사회적 불만의 고조로 NHK 이외의 방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제기되었는데 이때 신문사인 요미우리가 방송에 대한 요구를 제기하여 상업방송인 니혼TV를 개국하면서 신방겸영이 시작된 것이다. 또한 당시에 뉴스를 생산할 역량이 있는 곳은 신문사가 유일했으므로 방송뉴스 생산을 위한 방편으로 방송에 신문을 참여시켰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나라당이 방송을 갈구하는 조중동의 요구에 협조함으로써 우호적인 공생관계를 형성하여 장기집권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신방겸영 허용과는 그 출발부터가 다른 것이다.

일본에서는 NHK만이 유일한 전국 방송권역의 공영방송이고 나머지는 지역 권역의 상업방송인 1공영다민영 체제로 되어 있는데, 공영방송 NHK와 상업방송인 민방이 함께 공존하면서 각각의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NHK와 민방 모두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NHK의 경우에는 독점화로 인한 조직의 비대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민방의 경우에는 과도한 시청률 경쟁이 결과적으로 프로그램 품질과 시청자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본의 신문과 방송 겸영으로 인해 제3자 명의 신탁으로 불법적 우회통로를 통한 지배력 강화 시도, 지역 대기업과 언론의 결탁으로 인한 뉴스 독점과 왜곡, 자민당 장기집권의 핵심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치권력과 언론의 유착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렇듯 신방 겸영 및 교차소유의 문제점이 대두되자 일본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매스미디어 집중 배제원칙’이라는 장치를 도입하여 이미 허용되어 있는 신문과 방송 이외에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즉 일본에서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의도적으로 허용한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미비했던 과거 시절에 겸영을 허용한 이후 권력 및 자본과 언론이 유착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야기되자 신문과 방송의 겸영에 있어 소유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규제 정책을 도입한 사례이다. 따라서 일본의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신문의 방송겸영이 마치 세계적인 추세인양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그나저나 지난 4일부터 오는 11일까지 미디어산업 발전방향을 논의한다며 미국과 일본을 방문 중에 있는 방통위의 최시중씨가 돌아와서는 특히 일본의 신방겸영 전면 허용 현황을 예로 들면서 조중동 수구족벌신문에 ‘뉴스를 할 수 있는 방송’을 안겨주자고 억지를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의 모든 언론 노동자들이 떨쳐 일어나 온몸으로 막을 일이다.


류성우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 언론노보 제464호 2009년 5월 8일 금요일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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