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개혁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온 언론 운동 단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대통령이 연두 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롯하여 언론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를 했기 때문이다.신문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대통령이 신문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언론운동단체들은 반색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언론이 수용자 운동에 의해서 변하거나, 자율적인 개혁을 하기에는 근본적으로 너무 왜곡되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 운동 단체들은 자율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대통령을 오히려 비판했던 것이다.언론 운동 단체들이 아무려면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지 언론을 통제하라고 하겠는가. 단지 정부가 나서지 않거나, 정부.여당의 의지가 없으면 개혁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관영 언론사 개혁이라는 과제가 있다. 대한매일은 오랜 기간 정부 대변지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언론 통제의 대표적 사례로서 우리 언론의 수치였다.연합뉴스 역시 사실상 관영 언론사로서 비판의 대상이었다. 연합뉴스는 그 탄생의 역사야 어땠건 우리나라의 기간 통신사 역할을 해왔다. 정부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했을 뿐, 연합뉴스가 국가를 위해서 진정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어떤 위상 변화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가?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 없이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다면, 정부의 언론개혁 주장이 정치적 의도를 지니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두 언론사야말로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언론 개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정부는 두 언론사를 개혁하겠다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쉽게 믿기가 어렵다. 새 경영진을 선임할 때마다 소유구조 개편의 언질을 주면서 계속 정부의 입맛대로 경영진만 교체하고 있다. 최근 대한매일 전만길 사장 선임을 막기 위해 노조가 주주총회를 봉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연합뉴스 김근 사장도 사장 취임을 위해 곤욕을 치렀다. 김근 사장이 개혁을 주장하는 노조로부터 반대를 받을 만한 인물인가. 그렇지 않다. 대한매일도 사람에 대한 거부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개혁을 거부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정세한 부분의 보완은 필요할 지 모르지만 개혁의 방향은 나와 있다고 할 것이다. 대한매일이나 연합뉴스는 언론발전위원회를 기다릴 이유도 없다. 이미 나와 있는 개혁안을 선택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연합뉴스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경영진과 편집권의 독립을 인정받는 국가 기간 통신사로서, 대한매일은 소유 독립을 통해 독립언론사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정부가 이들 두 언론사의 개혁 일정을 밝히지도 않은 채 경영진 교체에만 관심을 가지고,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롯해 언론 개혁을 내세운다면 정부의 언론 개혁 주장을 누가 믿겠는가?/ 언론노보 299호(2001.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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