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세청이 언론사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언론계가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언론사 세무조사는 그동안 끊임없이 특혜설과 비리설이 불거져나온 데다가 언론관련 시민단체는 물론 언론인으로 구성된 단체까지 줄기차게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반해 야당과 일부 신문사들은 시기와 규모를 두고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그러나 발표 직후 대부분의 신문들은 의외로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겨레와 대한매일을 제외한 종합일간지들은 국세청의 발표를 담은 스트레이트 기사와 세무조사 배경을 간단히 풀이한 관련기사를 실었을 뿐 심층적인 해설이나 각계의 반응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국민일보는 1일자 2면에 1단기사로만 처리하는 파격을 보였다.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1일자 1면 기사에 이어 "언론 길들이기"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제목으로 뽑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며 2일자에도 각각 `이례적 대거 투입', `본사에 5개반 50명 배치, 전 언론사중 가장 많아'라는 부제를 달아 은근히 세무조사의 의도성을 부각시켰다.2일자나 3일자에 관련 사설을 게재한 신문은 경향신문, 대한매일,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인데 대체적으로 세무조사의 필요성을 수긍한 뒤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것을 촉구하는 원론적 내용이었다.신문사들의 스펙트럼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 것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여야의 공방이 벌어진 5일 이후였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6일자 신문 1면 머리기사에 "특정 언론 겨냥하기 위해 나머지 언론 들러리 조사", `언론사 세무조사 정치적 목적 의혹 있다"라는 야당 의원의 발언을 제목으로 달았다.중앙일보 역시 이날 10판 1면에서는 `언론사 세무조사 공방'이라는 가치중립적 제목을 달았다가 43판에서는 `野 "세무조사 언론장악용"'으로 바꿔 보도했다. 이에 반해 한겨레, 한국일보, 경향신문은 국세청장의 답변을 인용해 일부 언론사의 탈세 의혹 포착 사실을 제목으로 부각시켰고 대한매일도 국세청장의 답변인 "지방 언론사도 세무조사"라는 제목을 뽑았다. 세계일보와 국민일보는 여야의 주장 한마디씩을 배치해 균형을 유지했다.조선ㆍ동아ㆍ중앙은 7일자에도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의 연설내용을 소개하며 일제히 세무조사와 관련된 주장을 제목으로 내세웠다. 세무조사처럼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의제에 대해 심층적인 해설이나 논평을 의도적으로 기피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위이다. 더욱이 사설 등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떳떳이 밝히지 않은 채 편파적인 제목을 통해 부정적 시각을 심어주려는 것은 독자들을 기만하는 처사로 판단된다.언론인 스스로 요구해온 세무조사에 대해 이처럼 일부 신문이 논리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대입장을 보이는 것은 결국 사주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점이 오히려 투명 경영과 편집권 독립 등을 통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반증하는 사례라는 것이 민실의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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