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언론사에 대해 한창 조사를 벌이고 있는 요즘 여당이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이른바언론 문건문제가 터졌다.대체로 사람들은 이에 대해정권 재창출을 위해 언론이 여당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고,이번 세무조사의 뒷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절대 그렇지 않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과연 그런 생각이 바로 진실이라고 한다면,그건 수긍하기 어렵다. 왜 언론 문건 사태를 지켜본 시민들이 이렇게 세무 조사의 뒷배경에 강한 의심을 갖게 됐을까.전달자의 문제다.세무 조사에 우호적이 아닌 일부 신문-숫자로는 일부지만 사실 그들은 신문시장의 거의 전부를 지배하고 있다-들이 문건의 내용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일부 발췌해 보도했고,심지어는 윤색까지 했기 때문이다. 처음 언론 문건 사안이 터진 2월14일의 보도를 살펴보자.반여 언론개혁 문건 파문…조선일보 등 비판적 언론에 정면대응을(조선일보 1면).동아 등 반여 신문에 정면대응을(동아일보 3면). 과연정면대응이 어디서 나왔을까.언론 문건을 처음 보도한 시사저널의 내용을 보면 문건에정면대응이란 말은 없다.굳이 비슷한 부분을 찾는다면 정공법이란 단어가 나온다.그 부분은 이렇다.…원칙론으로 돌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을 통한,소위 정공법 대응이 필요함.…이는 잘못된 보도가 있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반론 보도를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그런데 이 정공법이 정면대응으로 둔갑했다.정면대응이란 말은 마치 여당에 비판적인 논조를 띄지 못하도록 전방위로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것처럼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다.그렇다면 정공법을정면대응으로 바꿔놓은 것에 대해도를 넘어선 호도라 한다해도 크게 이의를 달지는 못할 듯하다.그리고 2월15일 중앙일보 3면.99년 중앙일보 탄압 사태 국민 불신 키운 실패작이라는 기사가 나갔다.언론 문건의 내용 중에서 중앙일보가 이렇게 해석해 내보낸 대목은문일현 전 중앙일보 기자가 이종찬 전 국정원장에게 건넨 언론장악 문건 파동은 언론을 비선 조직을 통해 개혁하려 한 것으로 국민과 언론의 불신·적대감을 키웠다는 것이다.요컨대 정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언론사 내부의 사람을 이용해 그런 식의 문건을 만들거나 하는 일은 잘못됐다는 것인데,중앙일보는 이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아예 당시 사주에 대한 세무조사 자체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이다.물론 이번의 언론 문건에 잘못은 있다.단순히 표현하면 정권이 맡은 일을 잘해서 언론이 우호적인 보도를 하게 해야 할 일이지,이번 문건 식으로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할 생각은 않고 먼저 언론보도부터 바꾸고자 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본말 전도가 아니다.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일부 언론도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얼씨구나 하고는 내용의 일부를 확대하고,심지어 조작에 가까운 변형까지 하며세무조사=언론 장악이라는 등식을 주장하고 있다.이는 세무조사에서 벗어나거나, 아니면 최소한 세무조사의 강도를 아주 낮추려는 시도로 여겨진다.그건 안된다.기업으로서 세무조사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그리고 만일 일부 언론의 주장대로 정부가 세무조사 결과를 빌미삼아 언론을 장악하려 든다면,그때 당당히 맞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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