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6일 민실위 보고서

 <1월6일 민실위 보고서>

지난 연말에 나온 UAE(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사업 수주 보도를 놓고 말들이 많다. 'MB세일즈에 언론이 동원됐다'느니 '신용비어천가식 보도'라느니 하는 비난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계약 성사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최소한 UAE 방문만큼은 쇼였다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이미 2주전에 사실상 수주가 확정된 상태였는데도 청와대는 대통령이 원전 수주를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UAE에 날아간 것처럼 홍보했고 이에 언론들은 ‘입술 부르튼 1박2일’ 등의 제목으로 충실히 보조를 맞췄다. 과연 대한민국을 위한 보도였는지, 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보도였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언론플레이가 점점 더 교묘해지고 뻔뻔스러워지고 있다. 원전 수주액이 400억 달러 규모라는 것이 대표적인 언론플레이 사례다. 200억 달러가 400억 달러로 뻥튀기된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정부는 400억 달러로 발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자신들은 400억 달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기자들이 알아서 그렇게 부풀려 썼을까? 당장 청와대 홈페이지(http://www.president.go.kr)만 들어가봐도 알 수 있다. '적극적인 정상외교를 통해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사업자로 선정'됐다고 자랑하고 있다. 언론플레이는 이미 할대로 다 해놓고 문제가 되자 모든 걸 언론에 뒤집어 씌우는 꼴이다. 정부 발표의 허실을 캐고 들기는 커녕 받아쓰기에 급급했던 대다수 언론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이런 일이 어디 이번 뿐이랴? 미디어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정이 나던 날 헌재 공보관은 기자 브리핑을 통해 "무효 확인 청구가 기각됐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는 여전히 유효하고 따라서 신문법과 방송법의 법적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언론들의 보도 방향도 '미디어법은 유효하다'는 이른바 '유효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자 보름쯤 뒤 헌재 사무처장은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헌재 결정 어디에도 유효라고 한 부분은 없다"면서 핵심은 '국회 재논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미디어법 유효'로 의제가 선점된 상태였고 일부 신문을 제외하고는 헌재 사무처장의 이같은 발언마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결국 언론들만 전 국민을 상대로 오보를 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오보 내지는 과잉 보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물론 언론플레이를 한 청와대나 헌재를 비난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보도의 당사자인 언론사와 해당 기자들이 져야만 한다. 언론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은 옛부터 항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다 마감시간의 압박이라든지 치열한 경쟁 등으로 기자들은 더더욱 언론플레이에 취약해진다. 그렇지만 이런 이유가 결코 오보에 대한 면피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취재원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중심을 잡아 보도하는 것 역시 언론의 기본 책임이기 때문이다. 떡 주고 뺨을 맞아도 그건 언론의 잘못이고 언론의 책임이다.

2010년 민실위 첫 보고서는 우리 기자들이 언론플레이에 휘둘리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감히 촉구한다. 그리고 보도 과정에 대한 변명보다는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이 더욱 무겁다는 것을 다함께 명심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