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3일 민실위 보고서>

<1월13일 민실위 보고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최근 슬그머니 이슈에서 사라져버린 것이 노동법 개정 보도이다. 지난 연말만 해도 떠들썩했던 것이 왜 뉴스에서 사라졌을까? 대부분의 언론이 노동법 문제를 사회.경제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의 한계가 뚜렷이 나타난다. 국회에서 여야 대치가 가시화되고 나서야 보도도 본격화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적 대립’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관련 법의 최대 적용 당사자인 노동계의 입장보다 정치적 논의 과정에 더 큰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 대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회 통과에 따른 비난 대상도 날치기 주체가 아닌 정치권 전체로 희석됐고, 자연스레 국민들의 정치혐오증만 키운 셈이 됐다.

여야 대치 상황의 중계식 전달은 부족함이 없었지만 심층 보도나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은 아쉬웠다. 사회.경제적으로 접근한 보도조차 사용자측(재계) 입장은 경제부의 별도 리포트로 처리된 반면 같은 날 노동자측 입장은 노-정 갈등을 다룬 리포트 안에서 한쪽 입장으로만 축소시켜 형평성을 현저하게 잃은 경우도 있었다.

보수신문들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보도했다. 그러나 노동법 관련 논의를 양비론적 측면에서 출발해 '여야 갈등→대치→국회 통과→상황 끝'으로 의제를 몰아갔고 이후에는 ‘여당 논공행상, 야당 내홍’ 등으로 본질을 회피해 버렸다. 그러나 보수신문이라도 '김형오 국회의장-이명박 대통령 통화'(중앙)는 이번 노동법 개정 강행의 배경과 본질을 추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보도였다.

반면 '만나면 싸워요...국민은 왜 그런지 궁금해요'(동아)는 인기 방송프로그램의 포맷을 빌려 기사를 재미있게 쓰려 한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지만, 노동법 파문을 여야의 이전투구로 희화화시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향이나 한겨레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 훼손을 우려하는 등 나름대로 심층 분석을 위해 애썼지만 의제가 ‘추미애 파동’ 같은 정치적 이슈로 넘어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이번 노동법 개정의 주역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형오 국회의장의 향후 행보가 어떨지, 민주당이 추미애 환노위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정치기사도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와 동시에 노동법 개정으로 일선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노조 조직률이 10% 정도에 불과한 상황에서 나머지 90%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 구체적인 노사 관계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등도 충분히 짚어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 타임오프 범위나 복수노조 교섭권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거세질 경우 이런 부분을 비중있게 다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폭설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은 기자가 시민의 입장이 돼 직접 출근길 전철도 타보고, 차도 몰아보고 하는데 왜 노동법 문제는 당사자인 노동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그만큼 되지 않을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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