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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입만 쳐다보는 정상회담 보도
<2월10일 민실위 보고서>
[0호] 2010년 02월 10일 (수) 16:09:37 언론노조 media@media.nodong.org
<2월10일 민실위 보고서>

1989년 중국 천안문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와 유혈진압이 일어났을 때 서방세계의 분석이 엇갈렸다. 행정 관료들은 대체로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가 한계에 이르러 곧 붕괴하리라 예상한 반면 상당수 학자들은 사회주의 체제가 뒤집히는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를 따지자는게 아니다. 중국이든 북한이든 어느 사회를 바라보는 외부의 정치적 시각이 있고 동시에 그 사회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내재적 시각이 있기 마련인데 어느 한쪽 시각만을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전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BBC 인터뷰로 촉발된 정상회담 관련 보도에서 우리 방송들이 그랬다. 발언 직후부터 지난 주말까지 열흘간 공중파 방송 3사의 관련 리포트는 스트레이트와 분석을 합쳐 모두 29건. 그런데 소스가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 관계자 일색이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의원들의 추궁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보도가 이명박 대통령과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남주홍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박선규,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의 녹취로 도배돼 있다. 익명으로 인용한 소스도 청와대, 정부, 여권 관계자 뿐이다. 북한 관련 뉴스의 특성상 정보를 독점한 정부나 여권 관계자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

KBS는 대통령 발언의 왜곡을 제일 먼저 짚어냈지만, 후속 보도는 청와대의 입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했다. 리포트에 나오는 녹취나 인용 횟수는 대통령 4회, 남주홍 2회, 현인택 2회, 이동관, 김은혜 각각 1회였다(편의상 직책 생략). 익명의 소스도 여권 관계자만 있었다.

MBC는 대통령 3회, 현인택, 박선규, 김은혜 1회씩 녹취가 있었다. 익명의 소스도 정부, 청와대, 여권 고위 관계자만 5차례나 돼 소스의 편향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미 국무부쪽 녹취가 2차례 있었고, 개성공단 보도 때 전문가가 정상회담을 걸쳐서 언급한 정도였다.

SBS는 대통령 3회, 김은혜 2회, 현인택 2회, 이동관, 박선규 1회씩 녹취나 인용이 있었다. 익명의 소스도 정부, 군, 청와대 고위 관계자만 5차례였으나, 북한 관련 교수 인터뷰가 3차례 있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정부 일변도의 시각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청와대와 정부가 여러 정황으로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해 놓고도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건 없다’며 뒤로 빠지는 모습에서 많은 국민이 혼란을 겪었다. 그런데도 방송은 청와대와 정부의 입에 의존해 당국자 발언을 단순 전달하거나 분석을 하더라도 정부 시각만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 부분, 즉 ‘정상회담 의제를 왜 이 국면에 터뜨렸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전혀 해소해주지 못했다.

현 정권 지지층인 보수세력이 핵문제,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 없는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며 압박하고 나서면서 청와대의 태도도 다시 강경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월2일 방송들이 일제히 보도한 ‘정상회담 대가 없다’ 보도이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국내 보수층을 동시에 겨낭한 이명박 대통령의 이 발언은 또한번 그대로 국민들에게 중계방송처럼 보도됐다.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과거 회담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보수층의 시각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됨으로써 과거 정상회담의 뒷거래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데 경계한다.

며칠간 톱기사를 차지했던 정상회담 관련 보도가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이 이번에 치고빠지기 식으로 일단 정상회담 분위기를 띄어놓고 앞으로 필요할 때마다 국면전환용으로 써먹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의 특성상 정부가 설정하는 프레임을 어느 정도는 언론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이를 탈피하는 것도 언론의 책무이다. 방송이 지금처럼 청와대 입에만 의존하는 단순 전달식 보도에 그쳐서는 이런 구조를 결코 깰 수 없다. 정부의 시각에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시각을 국민들에게 전달해 정상회담 같은 의제가 정략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막는 것이 언론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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