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 민실위 보고서> KBS· YTN 사례로 본 방송장악


MBC 사장이 선임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장 친분이 있다는 언론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영방송이 위기를 맞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언론의 내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사장이 바뀌어도 기자, PD가 제대로 하면 공정방송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앞서 낙하산 사장이 임명된 KBS, YTN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낙하산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내부 비판세력에 대한 보복이었다. KBS가 그랬고, YTN이 그랬다. KBS에서는 노조원들을 대거 지방이나 한직으로 쫓아냈다. 사장의 과거 정치부 시절 보도 내용을 공개한 기자협회 지회장도 징계를 받았다. YTN에서는 노조위원장을 포함해 6명을 해임하고 30여명을 징계했다.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기자들은 지방으로 쫓아냈다. 대표 프로그램인 돌발영상 제작진을 물갈이하고, 임기가 보장된 보도국장도 일방적으로 교체했다.

이른바 ‘떡봉이’로 불리는 충성파를 요직에 배치해 인적 통치를 마무리지으면 본격적으로 뉴스와 프로그램에 손을 댄다. 그 결과 뉴스에서는 정부 비판이 실종되고, 시사 프로그램들은 무력화된다. KBS가 그랬고, YTN이 그랬다. KBS에서는 시사투나잇이 폐지되고, 시사기획 쌈은 성격이 변질됐다. YTN 돌발영상에서는 더 이상 예전의 촌철살인을 찾아볼 수 없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는 외면하고 프로그램은 점점 더 연성화되고 있다.

반면 정부 홍보는 노골적이다. KBS가 그랬고, YTN이 그랬다. KBS에서는 노조가 땡전뉴스의 부활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땡이뉴스’가 자리잡았다. 열린음악회가 원전 수주 홍보에 동원되고, 설 연휴의 한 프로그램에는 6월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를 포함한 여권 인사들이 무더기로 출연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넉 달 동안 5번이나 방송 출연했다. 아이템이나 출연자 선정과 관련해 위로부터의 오더가 많아졌다고 일선 제작자들은 하소연한다. YTN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을 비판하는 현장음이 삭제되고 충청권 반발이 기사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반면 공중파 방송들이 거부한 세종시 수정안 홍보광고는 내보냈다.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 시스템은 무력화되고 있다. KBS가 그랬고, YTN이 그랬다. KBS는 편성규약에 규정된 편성위원회조차 궤변을 대며 회피하고 있다. YTN은 7년간 시행돼온 추천제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보도국장을 직접 임명했다. 이렇게 임명된 보도국장은 노사가 합의한 공정방송위원회를 5개월째 거부하고 있다. 그 노사협약은 지금의 사장이 직접 서명했던 것이다.

필요하면 외부에서 정권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 KBS가 그랬고, YTN이 그랬다. KBS에서는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기 위해 감사원이 동원돼 감사를 벌였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YTN에서도 낙하산 사장의 입지가 흔들리자 방통위가 재허가를 무기로 노조를 압박했다.

낙하산 사장에게 방송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정권이다. KBS, YTN 모두 내부 비판이 거세지만 애써 외면한다. 시청자와 국민들의 질책이 쏟아져도 개의치 않는다. 임명권자인 정권의 눈에만 잘 보이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조직이 바뀌고, 보도가 바뀌고, 시청자에 대한 태도가 바뀌게 된다. 그리고 끝내 공영방송의 실종으로 이어진다. 지난 2년간 KBS와 YTN 사례를 통해 우리가 생생하게 체험한 교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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