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0일 민실위 보고서>

<3월10일 민실위 보고서>

지상파 방송3사가 ‘밴쿠버올림픽 선수단 국민대축제’를 이례적으로 동시에 생중계한 것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일부에서는 ‘이럴 때 아니면 국민들이 언제 동계 스포츠에 관심이나 보였느냐’며 방송사들을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들이 황금시간대인 일요일 저녁에 2시간이나 정규 프로그램들을 취소하면서까지 똑같은 행사를 일제히 생중계한 것은 전파낭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목소리가 유사하다. “시청자들은 보다 다양한 동계올림픽 경기를 볼 기회를 놓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상파 3사가 똑같은 방송을 내보내면서 다른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다”(조선).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정작 올림픽 기간에는 SBS의 중계권 독점으로 다양한 경기 중계를 접하지 못하고, 이번에는 음악회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을 못 보는 이중의 시청권 박탈을 당한 셈”(한겨레). 보수냐 진보냐에 관계없이 모두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송에 대한 신문의 반감이라고 할 수도 없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조 KBS본부, MBC본부, SBS본부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국민을 내건 행사지만 정작 국민들의 채널선택권은 철저하게 짓밟혔다”면서 “방송들이 MB정부의 업적 홍보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사내 공정방송위원회 등을 통해 생중계가 이뤄진 경위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의 주인인 국민, 바로 시청자이다. 과연 방송의 주인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 국민대축제를 생중계한 3개 채널 모두 시청률이 한자리 수에 불과했고, 3개 채널을 다 합쳐도 15%를 넘지 못했다. 황금시간대임을 감안하면 시청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당한 것이다. 반면 같은 시간대 유일하게 정규방송을 내보낸 KBS 2TV는 평소보다 높은 3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쯤 되면 방송사들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환영받지 못할 생중계를 앞다퉈 하게 된 것인지.

밴쿠버올림픽에 집중했던 SBS는 그렇다 치자. 처음엔 금메달 뉴스조차 단신으로 애써 축소했던 다른 방송들은 왜 뒤늦게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는가?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가대사인 금메달 소식을 단신 처리해서야 되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올림픽의 성과를 ‘대통령 국정철학의 결실’이라 해석하며 견강부회하기도 했다. 김인규 KBS 사장도 간부회의에서 소극적인 올림픽 보도를 질책했다. 이번 생중계도 방송3사 노조의 지적대로 ‘KBS에 낙하산 특보 사장이 투하되고 MBC에 대통령의 친구가 사장으로 임명된 직후’ 이뤄진 것이다. 외압이 작용했건, 외압에 앞서 자발적으로 복종했건 간에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인터넷이나 트위터에서 이번 국민대축제 생중계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이 매섭다. ‘새로운 3S 정책’ ‘정부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한 방송사들’ ‘국풍81을 연상케 하는 국풍2010’... 방송사들은 방송의 주인이 국민인지 정권인지 분명히 각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신문들로부터, 시청자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동네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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