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1일 민실위 보고서>

<3월31일 민실위 보고서>

천안함 침몰과 실종 장병들의 생사 문제로 온 국민이 마음 졸이고 있다. 방송들도 상황을 신속하게 전하기 위해 시시각각 특보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확인된 팩트도 없이 북한의 공격 가능성 등 설익은 추정 보도로 오히려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기도 한다. 당국의 오락가락 대응이 원인이라 해도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결코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와중에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언제부터인가 방송에서 자연스레 사라지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4대강’ 논란이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방송사들이 환경평가 논란, 준설토 오염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사업 강행 의지를 밝힌 뒤로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국민이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것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이다. 앞으로 3년간 22조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인데다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는 사안을 파헤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사명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방송들은 어떠한가? 침수 피해, 졸속 설계, 오니토 논란 등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방송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천주교 사제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가 4대강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어느 방송도 보도하지 않았다. 천주교와 불교 조계종이 사실상의 공식 입장으로 4대강 중단을 촉구했어도 일부 방송에서 겨우 단신으로 처리했을 뿐이다.

방송 민실위가 3월 들어 지난주까지의 보도를 짚어본 결과, KBS는 4대강 관련 리포트 6건을 보도했다. 분량으로는 적지 않다 하더라도 내용을 보면 6건 가운데 4건이 보상금 문제를 다룬 것이다. 4대강 논란의 본질은 비껴간 채 곁가지만 다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는 그나마 침수피해 논란, 종교계 반발 등을 다루긴 했지만 사안의 중요성과 논란의 정도에 비춰볼 때 미흡하긴 마찬가지이다. 특히 지난해 11월까지는 지방 기획취재까지 하면서 부지런히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이후 보도가 확연히 감소했다. 프로그램에서는 <PD수첩>이 조명했을 뿐 <후플러스>, <시사매거진2580> 등에서는 4대강을 찾아볼 수 없다.

SBS는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 외에는 전혀 기사가 없었다. 종교계 반발도 방송 가운데 유일하게 단신조차 처리하지 않았다. 박수택 환경전문기자가 있었더라면 이토록 침묵을 지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박 기자 경질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

형평성을 가장 심각하게 잃은 방송은 YTN이다. 최근 주요뉴스 시간대에 이만의 환경부장관을 출연시켜 4대강 사업의 쟁점에 대한 정부 입장을 들었다. 이런 경우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을 동시에 출연시켜 토론을 붙이거나 최소한 다음날이라도 같은 시간대에 출연시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장관만 출연했을 뿐 반대측 인사 출연 계획은 잡혀있지도 않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논란에 적극 대응하라’고 주문하자 모든 방송이 일제히 리포트로 보도했다. 논란이 제기돼도 침묵을 지켜온 방송들이 대통령의 반응만 중요하게 보도한 것은 독도 발언 논란과 마찬가지로 논란의 몸통은 외면한 채 곁가지만 다룬 셈이다.

아무리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아무리 논란이 치열한 사안이라도 언론이 이를 파헤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지금처럼 정부 입장만 전하거나, 곁가지만 다루거나, 침묵을 지킬 수 밖에 없다. 특히 현장이 대부분 지방에 있는 4대강 문제의 경우 지금처럼 각 부서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은 자연스레 소극적 보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본질을 건드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특별취재팀’을 구성하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 관건은 정부 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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