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안함’침몰 - 뒤죽박죽 편집, 누락된 보도

군 당국도 혼란, MBC 뉴스도 혼란

지난 26일 1200톤급 대형 군함 ‘천안함’이 침몰하고, 46명의 사병들이 실종됐다. 배의 무게만큼이나 큰 사고다. MBC, KBS, SBS 방송 3사는 일제히 특보 체제에 돌입했다. 우리 뉴스도 현장에 취재팀을 급파하고, <특집 뉴스데스크>를 통해 ‘천안함 사태’를 보도했다.

평소 주말보다 20여분 늘어난 <특집 뉴스데스크(27일)>에선 무려 24개의 리포트를 쏟아냈다. 하지만 기사 양만큼이나 내용도 충실했는지는 의문이다. 먼저 상황 전반에 대한 정리가 혼란스러웠다.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에서 실종자 가족과 국회 소식으로, 또다시 사고 상황을 설명하고, 사고 원인을 잠시 언급했다가 청와대와 국방부 반응을 전하는 식이다. 당일 벌어진 사건이 아닌 하루 전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방향 없이 허둥지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 문제는 보도 내용과 방향이다. 리포트마다 내용이 겹치는 것은 한정된 정보의 양으로 인한 한계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군 당국과 생존자들의 석연찮은 설명을 아무런 보충 설명이나 분석 없이 그대로 전한 것, 그리고 정작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쟁점 사항에 대한 종합적 설명이나 분석이 부재했던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즉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고 원인은 무엇인지, 왜 두 동강이 났는지, 실종자 수색이 왜 지연되고 있는지 등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해 짚어보고 꼼꼼히 따져보는 보다 적극적인 리포팅이 필요했다.

한 보도부문 구성원은 “상황 설명이 뒤죽박죽이었다. 정작 궁금한 것들을 우리 뉴스에선 볼 수 없었다”고 질타했고, 또다른 구성원은 “개별 팩트들만 떠다닌다. 실제 요즘 보도국에서는 부서별로 올라온 기사를 종합하고,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체계적인 뉴스로 배치하는 작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날 뉴스에서도 MBC 특유의 저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편집담당 부국장은 “최선을 다 했지만, 분석 기사가 부족하고, 사안을 피상적으로만 다뤘다는 비판이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헌병대, 실종자 가족에게 총 겨눠” 기사도 누락

분석이 부재하다면 팩트 전달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 이점 또한 의문이다.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선 해군 헌병대가 군의 부실한 상황 설명에 분노해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총을 겨누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은 관점에 따라 군의 정당한 자위 행위로도, 혹은 유가족과 시민을 적으로 간주한 어처구니없는 과실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 사건임에는 틀림없었다. 이 사건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군과 유가족 사이의 갈등이 노골적이고 폭력적으로 표면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KBS와 SBS는 이 사건을 모두 주요 뉴스에서 비교적 상세히 다뤘지만, 어찌된 일인지 우리 뉴스에선 누락됐다. 우리는 그저 생존 장교들의 증언을 다룬 <암초나 화약 냄새 없었다>는 리포트에서 기사 말미에 “폭발 원인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자 가족들은 결함이 있는 배에 군인들을 태운 것이 아니냐고 항의하며 2함대 사령부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일반적인 충돌 상황으로만 전했고, 헌병이 총을 겨누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도 사용하지 않았다. 과연 어떤 판단이었을까.

담당 부장은 “이 사건을 따로 기사화하지 않은 것이 실책이라면 실책이지만, 당시는 전체 상황을 놓고 봤을 때 가족들의 분노보다 사고 원인이나 실종자들의 구조 상황을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에 집중했다. 그리고 사건 자체를 누락시키려한 것은 아니고, 생존 장병들의 증언 기사에 포함시켜 다루려 했지만, 영상 편집 과정에서 촬영한 영상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사용하지 못했다. 안 그래도 다음날 편집회의에서 질책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의든, 실수든 MBC 뉴스는 현장에서 벌어진 주요 상황조차 담아내지 못한 셈이 됐다. 더구나 “의도치 않았다” 하더라도 이런 누락들이 하나 둘 겹치면 그것 자체로 특정한 ‘의도’로 해석될 여지를 만들게 되는 법이다. 특히 사건 초기부터 군 당국의 석연찮은 설명에 “군이 무언가 은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선 말이다.


2. 이건희 경영복귀 - 삼성의 위기?...MBC 뉴스의 위기!

지난 24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 했다. 큰 뉴스다. ‘삼성’이기 때문이고, 사면된 경제사범 ‘이건희’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MBC, KBS, SBS 방송3사는 일제히 이날 톱 뉴스로 세 꼭지나 할애해 이 소식을 다뤘다. 경영 복귀라는 팩트를 다룬 첫 번째 리포트, 그들이 나름 내놓은 이유를 전한 두 번째 리포트까지는 3사 모두 대동소이한 내용을 다뤘다. 문제는 세 번째 리포트였다. 들여다보자. 아래 <표 1> 참조.

“삼성전자 사내 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

한 보도부문 구성원은 MBC 리포트에 대해 “마치 삼성전자 사내 방송을 보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삼성이 내세운 이건희의 복귀 명분을 너무나도 친절하게 설명해줬으니 당연한 지적이다. 삼성이 내세운 위기론을 ‘홍보’가 아니라 ‘기사’로 다루려면 두 가지 접근이 반드시 전제돼야 했다. 현 시점에서 ‘위기’의 실체가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나아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건희가 꼭 다시 등장해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은 완전히 실종됐다. 삼성이 대국민 협박용으로 내세운 ‘진짜 위기론’이라는 미끼를 (알면서 또는 모른 채) 덥석 물어버린데 그친 것이다. ‘위기론’을 설파해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는 건 군부독재 정권들이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기 위해 내세운 ‘안보 위기론’에서 숱하게 목격했던 꼼수가 아닌가. 그런데도 삼성의 ‘위기론’을 그대로 받아쓰다니, 주어만 바뀌었을 뿐 80년대 뉴스데스크로 돌아갔다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렇듯 ‘삼성의 프레임’에 갇히다 보니, 경제사범 이건희가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대국민 공약들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전혀 다뤄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나아가 시민사회 단체들이 쏟아 놓은 거센 비판도 우리 뉴스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적 논란을 다루는 기사의 ABC조차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외면한 게 아니라 시야가 좁았다”

담당 부장은 이와 관련해 “외면한 것이 아니라 시야가 좁았던 것 같다. 원래 취재 기자들이 제시한 아이템은 1) 이 회장 경영 복귀 2) 배경과 전망 3) 반응 이었는데, 세 번째 아이템에 대해 구태의연한 찬-반 양론 말고 좀 다른 시각의 분석 기사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편집회의에서 ‘삼성이 주장하는 위기의 실체라는 것이 도대체 뭐냐’를 다뤄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게 보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퇴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아이템을 고민했어야 했는데,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위기를 생각하다 생각이 못 미쳤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날인 25일 편집회의에서 이 보도에 관한 비판이 제기됐고, <삼성, 이건희 회장 구체제 부활하나?>라는 제목으로 이학수 전 삼성 전략기획실이 여전히 실세라는 점과 퇴진 때 약속했던 쇄신안들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을 후속보도로 지적했지만, 전날 KBS가 보도한 내용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고 더 깊이 있는 분석이나 추가된 내용도 없었다는 내외부의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MBC
<글로벌 위기의 실체는?>

KBS
<퇴진선언과 함께한
3가지 약속 지켰나?>

SBS
<재계 “바람직한 결정”...
시민단체 “엇갈린 반응”>

(앵커멘트)
작년 삼성전자의 실적은 사상 최대였는데, 이건희 회장은 왜 삼성이 위기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 배경을 정리해드립니다.

(기자 리포트)
삼성전자는 오늘 북미 시장에 스마트폰 ‘갤럭시 S’를 내놓으며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무선통신의 미래는 스마트폰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3%대 점유율로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조성은 KB투자증권 팀장)
“2010년 2011년, 삼성의 먹거리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 ‘바다’라는 OS도 진정한 OS로 보기는 어렵다.”

다른 분야도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TV 시장을 주도해나갈 첨단 3D TV에서는 소니가 앞서가는 가운데 삼성과 LG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시장상황이 워낙 급변하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하드웨어에는 강한 반면 소프트웨어에 취약하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세계 전자 시장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삼성 또한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주인기 연세대 교수)
“회사에 큰 수익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약해졌다. 미리 내다보지도 못했고, 대안을 내놓지도 못한다는 점에서 위기다.”

10년안에 삼성이 만드는 대부분 제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위기감은 이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잇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가 조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삼성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멘트)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 2008년 4월, 총수 일가 퇴진과 함께 경영 쇄신안을 내놨습니다. 그 약속, 얼마나 지켰을까요.

(기자 리포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퇴진 선언과 함께 삼성은 차명재산의 처리와 전략기획실 해체, 윤리 경영 강화 등 3가지를 약속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과연 이 약속들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당시 특검이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고 밝힌 차명재산은 2조2천억원. 이 가운데 삼성은 벌금과 세금 등으로 이미 1조원을 써 1조 2천억원이 남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삼성은 ‘유익한 일’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전략기획실은 해체하기로 했습니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잔무 처리가 끝나고 일체의 직을 사임하고..”

지난달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 박람회입니다. 이학수 씨가 이건희 회장 바로 옆에서 보좌합니다.

퇴직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곤 하지만, 이학수 씨는 지금까지 삼성전자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삼성 특검 때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던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과 삼성증권 배호원 사장은 각각 스포츠단 상담역과 삼성정밀화학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처럼 삼성의 약속 이행을 놓고 일부 시민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5단체 등 재계는 이 회장의 복귀가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앵커멘트)
재계는 책임경영을 구현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환영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성향별로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리포트)
오늘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1% 이상 주가가 올랐지만, 나머지 삼성 계열사들은 보합세를 기록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로 신사업 결정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지만,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때문입니다. 재계는 이 회장의 복귀에 대해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경총 등은 책임경영 구현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제경 전경련 실장)
“많은 해외 기업으로부터 무수한 견제를 이겨내고,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을 계속하려면 책임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시민 단체들은 성향별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보수 성향인 바른 사회 시민회의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책임있는 경영진의 진두 지휘가 필요하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책임있는 경영진의 진두 지휘가 필요하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전근대적 1인 지배 체제로의 복귀로 투명경영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린 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선웅 변호사/좋은기업 지배 구조 연구소)
“사실상 1인 총수 지배체제를 강화해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위험을 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찬반 논란 속에 앞으로 이건희 회장의 행보에 쏠리는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3. 이대통령 지자체별 업무보고 - 사라진 야당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전국을 돌며 지자체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2월 5일 경기도를 시작으로 충북(2월 9일), 대구-경북(3월 5일), 대전-충남(3월 10일), 전북(3월 24일) 지역을 방문했고, 그 때마다 세종시 수정안을 설득하는 동시에 지역별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니 대통령의 예사롭지 않은 지방 순시는 당연히 정치적인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야당은 이 대통령의 행보를 ‘사전 선거 운동’으로 규정해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우리 뉴스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뤘을까?

대통령만 있고 야당은 없다

뉴스데스크는 이대통령의 지방 순시를 아주 친절하게 리포트 했다. 대통령이 지방 업무보고를 받을 때마다 1분이 넘는 리포트 5개로 받쳐줬다.

반면에 대통령의 업무보고가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민주당의 문제제기는 고작 20초 분량의 단신과 ‘민주당의 고발에 반박하는’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기사 말미에 짧게 다뤄졌다. 대통령의 ‘순수한’ 지방 순시를 야당이 정략적으로 물고 늘어진다고 본 것일까?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꼼꼼히 따져보면 대통령의 ‘순수성’에 의문이 든다. 우선, 대통령이 지역을 돌며 지자체 업무보고를 받는 일 자체가 현 정권 들어 새로 생겼다. 전임 대통령들도 지역 순회를 했지만 그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지, 업무 보고를 받기 위함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선거를 앞두고 지방을 찾는 일은 가급적 피했다.

1998년,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 순회를 선거 뒤로 미뤘고,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선거 직전 지방을 찾지 않았다.

대통령이 발표하는 일부 ‘지방 정책’도 순수성에 대한 의심을 더 짙게 만든다. 현 정부가 경제성을 이유로 지역의 요구를 거절했거나(원주-강릉 간 전철 복선화) 올해 예산안에서 예산을 삭감했거나(대덕 특구), 이미 참여정부 시절(2007년) 국가 계획이 수립됐지만 현 정부가 아직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는(당진-서산-대산 간 고속도로) 것 들이다. 선거용 선심 쓰기가 아니라고 하기엔 냄새가 너무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뉴스에선 이런 문제 제기가 없다. 그저 매번 대통령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전하거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속뜻을 풀이하는데 그치고 있다. 나아가 정책기사의 ABC라 할 수 있는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보도조차 찾아볼 수 없다.




선거용 정책 보도, 과거엔 달랐다

과거엔 달랐다. 2004년 총선 3-4개월 전 우리 뉴스를 보면 당시 정부 정책이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총선용 대책 남발>
(2004년 1월 28일)

(앵커멘트)
요즘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한 사람 신규 채용하게 되면 100만원씩 세감면 혜택을 기업에 주겠다는 실효성이 의심이 되는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리포트)
재정경제부는 오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기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업들의 특소세 부담을 대폭 줄여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근로자를 추가로 채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금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한 사람당 100만원을 기업이 내야 할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겁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실제로 기업이 덜 내는 세금은 한 사람 고용에 연간 100만원인데 중소기업도 인건비가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이 넘기 때문입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감세혜택과 더불어 기업입장에서는 상용직을 늘렸을 때 비용이 큽니다. 그래서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면 거기에 따른 고용증대 효과는 생각보다 작지 않겠느냐”

또 일부 기업들이 가공으로 친인척들의 이름을 고용인으로 등록해 세금만 세나갈 우려도 있습니다. 재경부는 또 특별소비세 과세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고 생색을 냈지만 특소세가 폐지되는 골프나 보석 등의 비중은 3%에 불과해 얼마나 경기에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정부는 지난 15일에도 공공부문 8만명 일자리 늘리기에 연수 참가자까지 무더기로 포함시켜 통계 부풀리기라는 것을 빚었습니다. 어제는 공기업에 공기업의 조기 채용을 요구하는 공문을 돌려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고 있는 경기 고용정책들이 총선용이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을 사고 있습니다.

<‘총선지휘’ 공방>
(2004년 1월 28일)

(앵커멘트)
여기에다가 관건선거 시비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사실상 관권선거를 지휘하고 있다며 공세를 폈고 청와대는 이를 당리당략으로 일축했습니다.

(기자 리포트)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장관 차출과 지방자치단체장 영입에 이어 네티즌 단체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박 진 한나라당 대변인)
“물불 가리지 않는 불법 선거 운동으로 4·15 총선을 자위당의 3·15 부정선거로 전락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개입을 중단하지 않으면 탄핵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
“선거법을 위반하여 선거에 개입한다면 탄핵 사유에 해당됨을 엄중히 경고합니다.”

야당들은 내일 대전에서 열릴 예정인 신국토전략 선포식 역시 총선용 행사라며 소속 단체장들을 참석시키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국토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면서 이를 트집 잡는 야당은 어느 나라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
“국토균형발전 행사를 총선용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정략적 발상이고 총선용 행태입니다.”

관권선거 공방에 이어 총선용 정략시비까지, 총선을 앞둔 정쟁 가열되고 있습니다.


2006년 지방 선거 직전 노 대통령이 선거에 나갈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하면서 또다시 선거개입 공방이 벌어졌을 때도 우리 뉴스는 <장관 차출 논란-야당 비난>(2006년 2월 21일 뉴스데스크), <선거용 개각 맹비난>(2006년 3월 2일) 등의 청와대를 향한 비판 기사를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는 기사만큼 쏟아냈다.

“민감한 시점이라 건조하게 전달했다”

민실위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담당 부장은 “세종시 수정안 등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정 지역에서 가서 무슨 말을 하느냐는 기사 가치가 충분한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한다. 지금까지 그 자체의 스트레이트성에 주목했다. 오히려 민감한 시점이라 정치적 의미 보다는 건조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놓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지적한대로 정책의 실효성 등을 분석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측면이다. 철저한 균형을 따지자면 정책 분석 꼭지가 뒤따르는게 정석일 것이다. 야당과의 기사량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고민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민감한 시점이라 드라이하게 전달했다는 해명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민감한 시점인 만큼 대통령의 발언 못지않게 비판의 목소리, 야당의 목소리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줘야 하지 않았을까? 누구를 탓하기 어렵다면 말 그대로 건조하게 중계방송이라도 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상황은 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무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4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 6월 지방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의 발언만 넘쳐나고 비판의 목소리는 사라진다면 MBC 뉴스데스크조차 선거용으로 재편된 게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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