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위원장 편지


책상 위의 달력을 올 들어 세 번째 넘깁니다.
예상대로 연두색입니다.
이제야 겨울이 물러갔구나 하는 느낌이 옵니다.

겨울이 긴, 5개월 가까이 갈색에 파묻히는 파주 골짜기에 살다 보니
이맘때가 정말 좋았습니다.

농로를 따라 산책할 생각, 하루가 다르게 푸릇푸릇한 길에서 애들과 자전거 탈 생각...
텃밭에 신경을 쓰면 마눌과도 덜 투덕이겠지 하는 생각...
제게도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오늘 4월 1일,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가 열립니다.
안건에 4월 투쟁계획 수립의 건이 굵은 글씨로 박혀 있습니다.
시절과 상황이 그러니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MBC 본부가 공영방송 사수를 구호로 60여 일 가깝게 출근 저지와 농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역 MBC 지부들은 강압적인 지역 통폐합 저지를 위해 싸움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SBS 본부는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사주 전횡 저지를 위해 파업찬반투표를 가결시켰습니다. KBS 본부는 어렵게 소송까지 거쳐 교섭권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임단협에 들어갑니다. YTN은 사측의 단체협약 무시와 인사전횡에 맞서 다시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CBS는 국장 인사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OBS는 얼치기 특보출신 사장을 어렵게 솎아내고 다시 조합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수가 많지 않은 지역 민방들은 조합생존을 좌우할 전임자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 투쟁을 결의해야 할 판입니다.

이처럼 방송사 지·본부들은 거의 모든 사업장에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날이 얼굴 선이 빨라지는 지·본부장들 보는 것이 참 괴롭고 힘듭니다.

신문사 지부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더 험한 상황입니다. 생계가 불가능 정도의 임금 체불과 삭감으로 회사를 떠나는 조합원이 늘고 있습니다. 사주의 기만적 행태를 응징하기 위해 이미 파업에 들어간 경남일보를 비롯해 경영난을 빌미로 단체협약을 무시, 폐기하려는 사측을 저지해야 하는 지역신문 지부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신문지원 제도를 통제의 수단으로 써먹으려는 정권의 속셈에 경영난이 가중된 신문사 지부들을 더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본능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옆을 보면서 발걸음을 맞추는 지혜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노동조합의 제일 가치, ‘단결과 연대’를 다시 외칩니다.
‘단결과 연대’의 핵심은 희생과 양보, 이해하고 배려하며 옆으로 손 내밀어 주십시오.
돌격 앞으로가 아닌 스크럼 짜기, 오늘 제 11차 중앙집행위원회의 화두가 될 것입니다.

올해 봄 길 산책과 자전거 타기의 즐거운 상상은 이만 접어야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2010년 4월 최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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