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을 견디는 우리, 승리의 깃발 꽂을 때

환하게 웃습니다. 봄처럼 밝은 얼굴들입니다. 2주째 접어드는 MBC 총파업 현장의 모습입니다. 불법파업에다 무노동 무임금, 징계와 해고를 각오한 정치파업인데도 이들의 표정은 왜 이렇게 여유가 넘칠까요?

한 조합원은 입사한 지 1년 반에 4번째 파업이랍니다. 언론악법 저지 총파업 3차례에다, 이번 김재철 퇴진 파업까지 포함하면 그렇습니다. 입사 1년 차가 그러하니 나머지 조합원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심지어 올해 신입사원도 수습 떼고 바로 파업대열에 나섰으니 말입니다. 참 지독한 MBC 조합원들의 팔자입니다. 아니, 이명박 정권 들어 충분히 예견된 MBC의 팔자이자 운명이겠지요. 모든 국가기구를 장악한 거대 권력이 밀어붙이는 방송장악의 막바지에서 MBC 노동조합은 지금 우리사회의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형이상학적인 레토릭도 필요 없습니다. 이 싸움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어서 나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무한도전> <세바퀴> <선덕여왕> <아마존의 눈물>.... 국민여러분이 그렇게 사랑하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지금 파업 중인 조합원들에게서 나옵니다. 지금 MBC의 기구한 팔자만 아니라면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와 함께 울고 웃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파업지도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휴먼 다큐>로 한국방송대상을 받은 사람, <뉴스데스크> 앵커를 했던 사람, 연예인 토크프로그램 <놀러와>를 연출하는 사람.... 이렇게 꾸려진 조합원들이 지금 총파업 지휘부입니다. 이들 또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들은 많이 변했습니다. 집요한 권력의 폭압에 맞서 상처받고 견뎌내다가 이젠 모든 걸 던졌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이들을 투사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총파업 2주차입니다.
예상대로 김재철은 ‘쪼인트’ 후유증으로 아무 방도를 내놓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딱히 뭘 할 수도 없어, 노동조합이 실수해 주기만 바라는 정말 불쌍한 처지입니다.
반대로 조합원들은 날이 갈수록 파업의 힘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오해와 비난도 감수하면서 마지막까지 회사를 생각한 순수한 마음까지도 짓밟아 버렸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입니다. 출근저지를 하고, 내부 지지를 더욱 확보하고, 바깥으로는 촛불 시민에게 호소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우군을 확보할 겁니다. 그래서 정말 MBC가 희망의 근거지임을 실증해 보일 겁니다. 정교하고 당당하게 말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랬나요? 다행히 시간은 지금 저들의 것이기보다는 MBC 조합원들의 편입니다.

4월 5일 MBC 본부, 총파업
4월 5일 김우룡 기획 도피
4월7일 전국 19개 MBC 지부, 총파업 참여
4월 7일 YTN 낙하산 투쟁 해고자 무효 소송 2심 첫공판
4월 8일 SBS 본부, 자본의 전횡에 맞선 제도적 장치 획득
4월 8일 KBS 본부,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상견례 시작
4월 9일 한명숙 1심 무죄

기억에도 생생한 불과 며칠 전의 일들입니다. SBS는 압도적인 총파업 찬성투표의 힘으로 자본의 전횡을 일단 저지해 놓았습니다. YTN은 낙하산 저지 투쟁의 정당성을 법원이 확인했고, 이제 2심의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KBS 새노조도 사측의 가당찮은 도발을 뚫고 단체협상을 시작했습니다. 다 제각각의 길에서 자신의 처지와 방법으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낙하산 사장 퇴진, 자본 권력 견제, 관제사장 퇴진, 공정방송 쟁취... 이는 다 다른 말 같지만, 끝에 만나는 뜻은 같습니다. <언론자유 쟁취>라는 명분 정도일 것입니다. 이쯤 되면 싸움의 방법과 방향은 달라도 우리의 대의는 그대로 살아있지 않나요?

어디 기구한 팔자가 우리 언론노동자들뿐이겠습니까. 이 정권하에서 견디는 모든 국민의 팔자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이 기구한 팔자를 가진 사람들이 지금 힘을 합쳐서, 마음먹고 권력과 한번 싸우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승리의 깃발을 하나하나 꽂을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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