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4일 민실위 보고서>

<4월14일 민실위 보고서>

천안함 침몰사고의 충격이 조금씩 가시고 있다. 인양 작업이 조금씩 진전을 보이면서 선체의 모습도 일부나마 드러났다. 아직 원인 규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런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그러나 이와 함께 그동안 천안함 사고에 묻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주요 사안을 돌이켜 짚어볼 때이다.

천안함 사고 직전 주요 뉴스를 차지했던 것이 봉은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었다. 의혹을 정리해 보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의 주지를 그냥 놔둘 수 있겠느냐’며 봉은사 주지의 사실상 교체를 요구했다고 당사자인 명진 스님이 폭로했다. 안상수 대표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명진 스님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그 자리를 주선했던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의 보좌관 출신인 김영국씨가 “명진 스님의 말은 100% 진실”이라고 확인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자승 총무원장은 안상수 대표가 그런 말을 했다는 점을 사실상 확인하면서 그러나 안 대표의 발언에 영향을 받아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종교계 내부 문제에 개입한 것도 어불성설이거니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명진 스님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다면 이는 명백히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그때 천안함 사고가 터졌고 이 문제는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다 지난주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김영국씨의 기자회견까지 막으려 했다는 폭로가 터져나왔지만 방송들은 침묵했다. 정치권의 종교개입 논란이나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가 결코 뉴스 가치가 떨어지는 사안이 아닐진대 방송은 외면하고 있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고의 최대 수혜자가 안상수 대표라는 우스개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또 하나 묻힌 것이 4대강 논란이다. 천주교와 불교에 이어 개신교까지 4대강 사업 반대 선언을 했다. 부활절 하루 전인 지난 3일에는 개신교 목회자와 신도 천여명이 기독교회관에서 ‘생명과 평화를 이한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하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고, 부활절 당일에는 개신교계가 4대강 공사 예정지인 팔당유기농단지를 찾아 대규모 부활절 연합예배를 열었지만 지상파 방송 3사 어느 한 곳도 메인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다.

MBC 노조의 파업도 뉴스에서 외면당했다. 이번 파업은 단순히 김재철 사장이나 황희만 부사장 개인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현 정부 들어 최대 논란의 하나인 언론장악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방송들이 스스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들이 침묵을 지킨 가운데 KBS가 유일하게 짧은 단신으로 보도했다. 그나마 방송 차질과 사측의 원칙 대응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그날 KBS와 SBS는 월드컵 중계권 문제를 놓고 서로 리포트로 공방을 벌였다.

천안함 사고는 분명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특히 원인 규명에 대한 후속 보도는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다른 중요한 것들이 더 이상 묻혀서는 안된다. 종교 외압 논란, 정치 지도자의 도덕성 논란, 4대강 논란, 언론장악 논란 모두 외면할 수 없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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