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 민실위 보고서>

<4월28일 민실위 보고서>

모두가 “No”라고 할 때 혼자 “Yes”를 외치는 언론사가 있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일반적인 경우라면 여론의 다양성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비판에는 혼자서 침묵하고, 대통령 홍보에는 혼자서 앞장선다면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금 지상파 방송 가운데 KBS 뉴스가 그렇다.

최근 경기도 여주 남한강의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지난 23일 메인뉴스에서 MBC와 SBS는 물고기 떼죽음과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KBS는 유일하게 침묵을 지켰다. 하루 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환경을 위한 세계 기업 정상회의에 참석해 일방적인 4대강 홍보 연설을 했다. 이것을 KBS만 유일하게 리포트로 자세히 보도했다.

지난 19일엔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특별연설이 있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추모 연설인 만큼 보도 가치는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KBS는 연설 주요 장면을 편집한 구성물 1건과 연설 내용을 다룬 리포트 2건을 합쳐 모두 3건을 보도했다. 리포트 1건으로 담담히 처리한 MBC, SBS가 축소 보도한 게 아니라면 KBS 보도를 과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KBS 보도의 문제는 지난 주말 천안함 함수를 인양했을 때 두드러졌다. 외부 폭발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신문들이 앞장서서 북한 공격설을 기정사실로 몰고 있지만 진상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KBS 보도는 어땠나? 추정되는 가능성을 소개하고 바로 뒤에 북한 관련성을 갖다붙이는 이른바 추정과 분석의 교묘한 배합이 동원됐다.

“북 실전배치한 음향어뢰 가능성” 리포트를 보자. “(음향어뢰가) 음향 센서로 배를 찾아내 표적에 가까이 가면 직접 부딪히거나 3미터 거리에서 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이런 멘트를 붙였다. “합참은 북한 해군이 TNT 100~300kg 규모의 음향어뢰를 실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봐도 북한이 음향어뢰로 공격했다는 식의 여론몰이다.

모두 4건의 리포트에서 같은 기법이 반복됐다. ‘천안함 저속 기동...어뢰 공격에 취약’ 리포트에선 “천안함이 당시 평소 기동속도보다 훨씬 느린 6.3노트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 다음 “이 속도는 북한이 다수 보유한 상어급 잠수함의 어뢰 공격 대상이 되기 딱 알맞다는 분석”이라는 멘트를 덧붙였다. 직접적으로 ‘북한 공격’이라고 단정하진 않아도 사실상 은근슬쩍 ‘북한 공격설’로 몰아가고 있다.

천안함 보도에 묻히고 있지만 MBC 노조가 방송장악을 막기 위해 4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방송이 정치권력에 장악되면 어떻게 변하는가? 정부에 대한 비판은 외면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보도에는 앞장서게 된다는 것을 KBS 뉴스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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