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위원장 편지

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차가운 바람에 한여름 습기가 뒤섞이고 봄답지 않은 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는데 이 시대 민초들의 심란한 마음을 하늘이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로 MBC 파업이 29일째입니다. 이근행 본부장의 단식도 벌써 9일입니다. 오늘 아침부터는 기력이 크게 떨어져 탈진 증세를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난겨울 제가 단식을 할 때보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몇 배 더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쳤구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가슴이 울컥거리고 눈이 시립니다. 행여 저의 감상이 당당하게 파업에 임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누가 될까 봐 재빨리 마음을 고쳐 잡습니다.


MBC 투쟁의 성과가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간 천안함 사건과 점차 벙어리가 되어가는 주요 방송사들의 침묵으로 파업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해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토요일에는 5,000여 명의 시민,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노동절 집회 후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MBC를 찾았습니다. 공영방송 사수와 방송독립을 높이 외쳤습니다.

이번 목요일 오후에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MBC 지키기 시민대회'가 열립니다. 시민의 힘으로 1년 만에 다시 열릴 광장에서 언론노동자들에 대한 지지와 성원의 함성이 울려 퍼질 것입니다.

파업지지 성금을 보내온 시민들이 천 명을 훌쩍 넘어 이천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외롭지 않은 싸움입니다. 질 수 없는 싸움입니다.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에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 언론노동자들에게도 분발을 요청합니다. 지면과 화면으로, 거리와 일터에서 MBC 동지들의 파업을 지원할 방법을 찾고 실천해 주십시오.

지난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저는 연대하지 못하는 조합은 살아있는 조합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무수히 많은 단어 중에서 ‘연대’라는 말이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 생각합니다. 이 아름다운 단어는 내가 어려울 때 이행되어야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조합원 동지 여러분의 뜨거운 연대를 요청합니다.

                                                                                                                                       2010년 5월 최상재

 

 


P.S. : 이 와중에 이명박 정권은 ‘노동조합 근로시간면제 심의’를 불법 날치기 처리했습니다. 이미 예상했던 것이지만 이명박 정권의 반노동적 실체와 오만방자함이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노동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뜨거운 5월이 될 것입니다. 심판의 6월이 될 것입니다. 새벽이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기우는 달 아래서 술잔을 기울이는, 어리석은 자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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