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일자 KBS본부 보도본부 특보

KBS 9시뉴스, 청와대에 무릎 꿇다


박재완 청와대 수석 관련 보도 9시 뉴스 불방
이화섭 보도제작국장, 박재완 수석 관련 부분 삭제 강요

5월 4일 9시 뉴스 최종 큐시트에는 김정환 기자의 “교수 출신 공직자 35% 논문이중게재 의혹”이라는 리포트가 19번 째에 2분 10초 분량으로 잡혀있었다. 하지만 9시 뉴스가 이미 끝나가고 있는 21시 51분 20초에 수정된 큐시트에는 이리포트가 빠졌다.


김정환 기자가 준비한 리포트는 같은 날 <시사기획 KBS10>에 방영될 “학자와 논문 2부: 공직의 무게”를 요약하는 내용이다. 교수 출신 고위공직자 등의 논문을 분석해 이중게재 등 연구 윤리를 위반한 사례를 추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현병철 국가인원위원장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등이 포함됐다.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은 리포트를 편집 중인 김정환 기자를 오후 7시 30분에 불렀다. 리포트 원고에 포함돼 있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이인실 통계청장의 부분을 빼라고 지시했다. 해당된 논문이 너무 오래된 논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문제가 된 박재완 수석의 논문은 92년과 93년에 발표된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이 설정한 논문 검증의 기준은 90년 이후 발표된 논문이다. 이 기준에 따라 검증을 한 것이다. 김정환 기자는 삭제 지시를 거부했다.


이후 저녁 8시 45분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은 시사기획 KBS10의 김인영 데스크와 박중석 기자 등을 불러 “국
장 직권으로 데스크권을 발동하겠다”는 어이없는 멘트를 날렸다. 또 “박재완 수석 부분을 삭제하고 방송하던지, 하니면 방송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중석 기자가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했지만 대답은 하지 않은 채 국장실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또 “국장직을 걸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인영 데스크도 이후 박중석 기자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장한식 1TV뉴스제작팀장도 박중석 기자에게 자기도 뉴스를 내고 싶다며 이화섭 국장을 빨리 설득하라고 까지 말했다.

이화섭 국장의 어처구니 없는 ‘데스크권 발동’으로 이 뉴스는 불방됐다. 지난해 천성관 법무부장관 내정자와 관련된 뉴스가 불방된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그 때는 증거를 가져오라는 어거지를 썼지만 이제는 아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무조건 빼라고 지시한 것이다.

청와대 수석 하나 보도하기가 불가능해졌다. 하수구에 처박힌 KBS의 정치독립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재완 청와대 수석, “이화섭은 나의 친구다”

탐사보도팀 박중석 기자가 박재완 청와대 수석을 처음 취재한 것은 3월 11일이다.

논문 이중게재에 대해서 질의한 이메일을 보고 박수석이 전화를 한 것이다.

박 수석은 박중석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중게재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 같고 득 본 게 없다. 당시에는 이중게재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너무 나무라지 말아 달라. 그리고 인터뷰와 만남은 사절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4월 20일 이화섭 국장이 박중석 기자를 불렀다. 원고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유독 박재완 부분으로 이야기가 집중됐다. 이화섭 국장은 “박재완의 논문은 너무 오래된 것 아니냐.
본인도 이중게재 사실을 수긍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화섭 국장은 박재완 관련 취재 내용을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원고에도 없고 박중석 기자의 취재 수첩에만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4월 23일 이번에는 채일 팀장이 박중석 기자를 불렀다. 채일 팀장은 ‘느닷없이 왜 박재완이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된다. 너무 오래된 것 아니냐, 원고에서 박재완 수석 부분을 삭제하라’는 식의 말을 했다. 박중석 기자 등 제작진이 강력하게 반발해 원고에서 삭제되지는 않았다.

채일 팀장과의 언쟁이 끝난 뒤 박중석 기자는 박재완 수석에게 전화를 했다. 청와대의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경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중석 기자는 박 수석에게 “도대체 박재완 수석님 이화섭 국장과 무슨 관계입니까”라고 물었다. 박 수석은 한마디만 했다.

“친구입니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 비서관의 논문 케이스도 프로그램에 포함됐지만 어떤 압력도 오지 않았다. 9시 뉴스에서 박재완 관련 내용을 빼려고 하고 결국 불방 시킨 이화섭의 노력은 친구를 위한 의리였단 말인가.




박재완 수석 관련 9시 뉴스 삭제 일지

2009년 7월 중순
● 서울대 뿐만 아니라 교수출신 공직자들에 대해 논문을 검증하기로 결정.

2009년 12월
● 교수출신 국회의원, 1급이상 공직자, 국책연구기관장 등 59명에 대한 검증 시작.

2010년 3월 11일 오전 10시
● 59명의 취재 대상자에게 질의내용 담은 이메일 전송과 전화연락 등 본격 취재 시작.

2010년 3월 11일 저녁 7시
● 박재완 수석으로부터 전화 연락이 와 충분히 해명을 들음, 그리고 이중게재 사실은 인정하지만 인터뷰는 곤란하다고 밝혀 취재진은 그렇다면 현재 말씀하신 내용을 녹음해 사용하겠다고 함.
2010년 4월 초 ∼ 중순
● 몇몇 선배들로부터 팀장과 국장이 박재완 수석 부분 신경을 쓰고 있다.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식의 말을 전해 들음.

2010년 4월 중순경
● 채일 팀장, 김태형 기자를 불러 박재완 부분 어떻게 안 되겠느냐는 식의 발언을 함. 제작진은 거부함.
2010년 4월 20일
● 이화섭 보도제작 국장 2부 원고 보던 중 박재완 부분에 이야기가 집중됨. 그러면서 박재완 삭제나 수정을 요구함. 이에 제작진은 이유 없다며 거부.
● 특히 이날 박재완 논문 관련 자세한 언급에 대해 국장의 정보입수 경위에 제작진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음.

2010년 4월 20일
● 이화섭 국장은 ‘취재진의 말과 달리 박재완 본인은 녹취 사용을 허락한 적이 없다며 녹취를 사용하는 것은 원치 않는 만큼 신중해줄 것을 요구함.
● 이에 대해 제작진은 박 수석은 공인이다. 취재기자임을 밝히고 질의를 한 내용에 대해서는 녹음해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더구나 녹음당시 녹음하고 있고 이 부분을 사용하겠다고 분명히 박 수석에게 적시했다고 강조함.
● 격론 끝에 프로그램까지 망가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결국 박재완 녹취를 삭제하고 박 수석이 보내온 메일내용을 방송에 반영하기로 결정.

2010년 4월 21일 오후
● 채일 팀장이 자리로 박중석 기자를 부르더니 웃는 얼굴로 박재완 부분 어떻게 안되겠느냐는 식의 발언을 함. 90년대로 오래된 사안이고 이번 방송에서 뺄 수 없느냐는 식으로 말함, 제작진은 박재완 뺄 경우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더구나 90년 이후 출판된 논문을 따진 제작진의 취재 원칙에 부합한다며 거부함.

2010년 4월 23일
● 오후 6시 이후 탐사보도팀 사무실에서 박재완 수석을 놓고 채일 팀장과 크게 언쟁. 채 팀장은 “왜 박재완이 들어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 너무 오래된 것 아니냐, 확인과정은 거쳤느냐”고 물어보며 원고에서 박재완 수석 부분을 삭제하라’는 식의 요구를 함.

2010년 4월 23일 19시 30분
● 취재진은 박재완 수석과 재차 전화 통화를 함. 부당한 압력행사의 진원지로 박재완 수석이 추정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압력행사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음.
● 이 전화에서 취재진은 “박재완 수석님 이화섭 국장과 무슨 관계입니까?“라고 물었다. 잠시 있던 박 수석은 한마디만 했다. “친구입니다.”

2010년 5월 4일 오후
● 김정환 기자가 원고를 쓰고 정창훈 데스크와 김인영 데스크가 원고를 본 뒤 9시용 원고 사인을 냈고 편집을 시작.

2010년 5월 4일 19시 40분
● 이화섭 국장은 8시 저녁 뉴스타임 방송 20분 가량 남겨놓고 김정환 기자를 4층 보도제작국장실로 불러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부분을 빼야 한다”고 주장. 김정환 기자가 납득할 수 없다며 거부하자 “그렇다면 국장의 지시를 어기는 거냐”는 압력성 발언을 함.

2010년 5월 4일 20시 45분
● 이화섭 국장은 국장직권으로 데스크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힘. “박재완 부분을 삭제하고 9시를 내든지, 아니면 아예 리포트 방송을 불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 제작진은 이 부분에 동의를 못하겠다며 선조처
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설명할 것을 요구.
● 그러나 이 국장은 “먼저 선조처한 뒤 나중에 이유를 설명 하겠다”고만 말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않았음. 특히 “나는 국장직을 걸고 하는 거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니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서 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말함.

2010년 5월 4일 21시 01분
● 9시쯤 이화섭 국장은 권순범 편집주간에게 전화해 제작국장 직권으로 리포트 삭제를 요구한다고 말했고, 최종 큐시트에 포함됐던 해당 아이템은 결국 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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