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6일 민실위 보고서>

“청계천에 서식하는 물고기가 복원 이전에는 4종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는 27종으로 늘었다” “청계천에 2급수 이상의 물이 흐르면서 플랑크톤이 많아져 이를 먹고사는 다양한 어류들이 한강과 중랑천 물길을 따라 청계천으로 거슬러 올라왔다” 서울시가 그동안 청계천 복원사업이 성공했다며 홍보해온 내용이다. 그런데 청계천에 새로 나타났다는 이들 물고기 가운데 일부는 서울시가 인위적으로 방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앞서 2006년 1월 보도자료를 통해 ‘(청계천에서) 금붕어, 돌고기, 갈겨니, 메기 등 시민들이 인위적으로 방류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종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들 어종이) 자연적으로 유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무단으로 물고기를 방류하지 않도록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바 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는 이렇게 물고기를 방사하지 말라고 당부한 서울시가 불과 3개월 뒤에 업자에게서 갈겨니 50마리를 구입해 청계천에 방사했다. 모 방송사 취재기자가 지역의 한 물고기 공급업자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이다.

서울시의 이런 기만행위는 당연히 대부분의 언론에 보도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업적인 청계천 성공신화를 강조하기 위해 얄팍한 꼼수까지 동원했음이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앙일간지와 경제신문, 인터넷 매체들이 기사화했고, 언론사들이 뉴스가치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통신사들도 모두 보도했다. 서울시를 비판한 언론사도 있고, 다소 두루뭉술하게 ‘논란’으로 보도한 언론사도 있다. 그러나 조중동과 지상파 방송은 철저히 침묵했다. 조중동이야 정권의 홍보지로 전락한 만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 해도, 취재를 했던 지상파 방송까지 모두 외면한 것은 방송의 감시 기능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청계천은 진정 성역인가? 영화 ‘괴물2’가 당초 청계천을 배경으로 했다가 시나리오가 바뀌는 진통을 겪은 것도 청계천이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물이란 점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이번 청계천 물고기 방류가 공급업자의 주장만 있을 뿐 팩트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물고기 방류 현장을 확인했다면 더 완벽한 팩트가 됐을 것이다. 또 공급업자의 주장에 대해 신뢰도를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시와 물고기 수까지 적시한 공급업자의 주장 자체가 팩트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최근 한명숙 전 총리 수사 때는 검찰이 흘린 말 이외에 어떤 팩트가 있었던가? 그때 팩트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기사쓰기를 거부한 언론은 없었다.
반대로 지금 검사 스폰서 파문은 어떠한가? 노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수사 때는 검찰이 슬쩍슬쩍 흘리는 피의사실을 기사화했던 언론이 지금은 제식구 감싸기에 나선 검찰이 입을 다물자 함께 침묵하고 있다. 또 지금 4대강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파괴와 거센 반대의 목소리는 분명한 팩트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얼마나 충실히 보도하고 있는가?

천안함 사건도 마찬가지다. 조사결과가 5월20일 발표됐고,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어뢰 부품은 5월15일 발견됐다. 3월 하순 사건 발생 이후 거의 두 달간 우리 언론들이 얼마나 팩트에 충실해 보도했는가? 왜 어떤 사안에서는 그토록 팩트를 강조하며 기사화를 꺼리고, 반대로 또 어떤 사안은 팩트가 없어도 가정과 추정만으로 그토록 이슈를 확대하는가? 한마디로 언론의 무책임한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매 선거 때마다 강조해온 정책선거는 이번 6.2지방선거에서도 구현되지 못했다. 일부 언론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공안선거의 거센 물살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대강, 무상급식, 세종시 등의 정책 이슈는 파묻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북풍’과 ‘전교조 죽이기’가 차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비판자와 감시자의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동조자의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보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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