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민실위 보고서>

5월24일, 국회 천안함 특위 첫 회의에서 한 국회의원이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상의 천안함 좌표를 언급했다. 군 당국이 군사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자료를 유일하게 열람한 이 국회의원은 군 당국이 폭발 원점이라고 특정해 놓은 좌표에서 북서쪽으로 600m 떨어진 곳에서 천안함의 마지막 신호가 포착되었다고 주장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안함 조사결과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중요한 내용이었지만, 인터넷 매체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언론이 외면했다. 이로부터 나흘 뒤 이 국회의원은 KNTDS 상의 천안함 소멸 시점이 9시25분이라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군 당국이 발표한 시점은 9시22분, 3분이 미궁에 빠졌다. 그러나 이른바 중앙 언론사들은 역시 침묵했다.

4월 초를 기점으로 천안함 보도는 상당 부분 ‘정리’ 됐다. 그러나 어뢰설 쪽의 보도는 전파를 타거나 지면에 실리는 데 별 지장이 없었다. 오보는 곧 소송이라는 부담이 기자들을 위축시켰지만 아무리 오보라도 어뢰설이면 괜찮았다. 그런데 천안함 조사결과가 발표된 뒤 천안함 보도의 기준이 하나 늘었다. 바로 군 당국이나 합동조사단의 ‘해명’이 그것이다. 아무리 그럴 듯한 근거를 가졌어도 의문은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명’이 나오면 비로소 해명 기사에 한줄 걸치는 형식으로 의문이 소개된다.

최근 사례를 보자. 천안함 특위의 한 국회의원이 2가지를 지적했다. 이른바 ‘1번’ 표기가 폭발열에도 온전했을까라는 의문과 합조단의 흡착물 분석 결과가 폭발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점. 합조단은 전자에 대해서만 해명을 내놨다. 그래서 전자에 대해서만 보도가 나왔다. 언론 보도가 위축되었다는 판단으로 한국기자협회와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례적으로 공동 검증위를 구성하고 그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단위 언론사 어느 곳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합조단이 미시적인 부분에 대해 해명을 내놓자 그 부분만 보도됐다.

의문이 제기될 경우 해명을 함께 취재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해명이 없다고 보도가 안 된다면 편집권을 내어주는 꼴이 된다. 지금의 언론은 적어도 천안함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군과 합조단이 편집권을 행사하고 있는 형국이다. 없다고 딱 잡아떼던 TOD 영상이 공개되었는데도 군 당국의 거짓말을 분명히 지적하지 못하고 인용 보도에 기대는 실정이다. 국회에서 특위가 열려도 내용에는 눈감고 말싸움만 주워담는 수준이다. 글머리에서 언급한 의문의 KNTDS 좌표, 미궁의 시간 3분은 사건의 실체를 풀어줄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군 당국의 해명에 패키지로 소개되고 말 공산이 크지만, 언론이 제 역할 찾는 데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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