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6일 민실위 보고서>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는 ‘5개국 공동 조사’였음을 강조했다. 그래도 못 믿겠다고 하자 러시아 조사단까지 받아들였다. 북한과 가깝다 할 수 있는 러시아가 우리 정부 손을 들어준다면? 그래서 러시아를 믿든 안 믿든, 러시아의 입장은 정치적으로 중요했다. 지난 7일 러시아 조사단이 일주일 간의 조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러시아 조사단이 한국의 조사 결과를 지지 내지 존중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안도할만한 보도였다. 반대로 조사결과에 유보 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소수에 그쳤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다.

지난달 말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나온 ‘클린턴의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대다수 신문과 방송은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천안함 조사결과를, 우리 정부의 대응 조치를, 심지어 MB를 ‘칭찬’해 마지 않은 것으로 보도했다. 클린턴 장관이 우리 정부의 ‘천안함 우선’ 입장과 달리 ‘천안함-6자회담 투트랙’을 언급한 사실은 언론 대다수가 무시하였다. 기자들이 단체로 못 들었을 리는 없고, 다만 때가 바야흐로 여권의 낙승 예상 속에 북풍 몰이가 한창이던 6.2선거 직전이었을 뿐이었다.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그럴 듯하게 말하여 출구전략, 시쳇말로 물타기가 필요해 보인다. 정부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다. 일단 정부는 군 수뇌부 물갈이를 포함한 책임자 문책에 돌입했다. 마무리 수순임을 선언한 셈이다. 대외조치에서는 한발 빼는 분위기이다. ‘강력한 안보리 결의’는 슬그머니 ‘상징적 메시지’ 정도로 희석되고, 기세등등 하던 대북 공세 수위도 수그러들었다. 참여연대 때리기도 변죽 울리기로는 그만이다. 자, 언론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언론은 이를 검증하기보다 확대 재생산 하는 데 여념이 없다. 꼬리 자르기라고 지적 받는 정부의 출구전략에 도움을 주는 행보라 할 수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는 천안함 외교의 실패 가능성과 오락가락 하고 있는 대북조치 정도이니, 이 역시 정부의 출구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이마저도 못하면서 변죽 울리기에만 열을 내는 언론이 부지기 수지만, 감시와 비판이 생명인 언론에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출구전략이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의 정치적 종결을 원한다. 그러나 언론은 과학적 종결을 추구해야 한다. 정부는 과학을 이미 거쳤다 하나 누구도 정부가 말한 과학을 제대로 검증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선거용 북풍몰이를 방치한 언론 앞에 고맙게도 출구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출구를 찾지 못 하거나, 알고도 외면하는 언론은 부처 손바닥에서 젠체하는 손오공 꼴을 면할 수 없다. 정치권이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한다. 손으로 꼽을 정도이나 과학적 검증에 나선 언론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출구가 언제 없어질 지 모른다는 얘기다. 서둘러야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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