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민실위 보고서>

국회 천안함 진상조사 특위가 활동 시한 연장에 실패하고 끝나버렸다. 언론은 이를 두고 특위 활동이 파행 속에 끝났다고 보도했다. 천안함 특위 구성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시점은 두 달 전인 4월 28일이다. 두 달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회의가 네 번밖에 열리지 않았으며, 여당까지 참석한 회의는 단 두 번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파행’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관대해 보인다. 곧이 곧대로 말하자면 천안함 특위는 무시와 시간 때우기로 일관한 여당의 기도대로 파행 속에 끝났다.

천안함 특위만 파행이었나? 언론도 파행이었다. 여당이 특위 명단 구성을 미루고 미뤄 본회의 통과 후 한 달 가까이 특위가 열리지도 못할 때 이를 꾸짖은 언론은 몇 안 된다. 여당이 이런저런 이유로 특위에 불참했어도 언론은 준엄하게 꾸짖지 않았다. 여당이 부담 없이 야당의 특위 활동 연장 요구를 거부할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언론의 무관심이었다.

천안함 특위의 종료를 알리는 보도에는 거의 예외 없이 ‘별 성과 없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민실위 역시 이러한 규정에 전반적으로 동의하지만, 언론이 성과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의심도 지울 수 없다. 언론이 외면하거나 수박 겉핥기식 보도로 일관한 특위 활동의 몇몇 성과들은 사실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천안함 조사결과의 유일한 과학적 분석 결과(흡착물 성분 분석)가 재실험을 통해 내용이 바뀌었다. 정말 없다던 TOD 영상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베일에 쌓여 있던 KNTDS의 마지막 좌표가 공개되었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 사실로 확인했다는 물기둥 관측 진출은 신빙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모두 특위 활동의 성과들이다. 추가 검증 여하에 따라 엄청난 파괴력을 내재한 사안들이다. 그러나 언론은 이러한 문제에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원과 장관의 말싸움에 지면과 전파를 할애 했다. 일부 특위 활동에 노력을 기울인 위원들에게는 힘 빠지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특위는 끝났고 국정조사 추진 의지도 여야 막론하고 커 보이지 않는다. 제각기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의문을 품을 채, 여론이 분열된 상태로, 월드컵이라도 열리면 잠깐 잊었다가, 다시 분열상을 확인하는 세태가 고착화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이 언제까지나 제 역할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특위 활동 종료와 관련한 일부 보도에서 희망을 본다. 그 중 한 기사의 일부를 옮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천안함 사태의 원인을 둘러싼 논란을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나라당은 최근까지 "민주당이 대북규탄 결의안 채택에 협조해주지 않는다"고 비난해왔다. 그렇게 야당 탓을 하려면 한나라당은 적극적으로 진상조사에 협조해야 한다. (6월 26일, 한국일보 ‘소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 천안함특위’)

2010년 6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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