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통합 관련 이상엽 전 MBC 업무직 지부장 인터뷰

- 노조를 통합한다. 소감을 말씀해 달라

통합이 아니라 MBC 업무직지부가 자진 해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MBC 본부 서울지부소속 조합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2000년 지부를 설립한 이후 10년 만에 지부를 전격해체한다. 만감이 교차한다. 사실 2008년 통합을 발표하고 결과를 이루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완성하게 돼서 기쁘다.

- 노조를 통합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업무직지부의 태생은 계약직 노조이다. 아직 일반직사원과 비교해 차이는 존재하지만 10년의 투쟁을 거쳐 업무직사원은 사규 상 일반직사원처럼 정규직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정규직노조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언론노조 소속 지부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복수노조는 아니지만 MBC 내 동일 또는 동종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두 개의 노조로 나뉘어 지낸 셈이었다. 이제 하나로 돌아간다. 10년 전 계약직으로서 본부로부터 노조가입을 거절당한 이후 10년이 걸린 셈이다. 업무직지부는 설립 이후부터 하나의 노조를 위한 작업을 계속 추진해 왔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투쟁도 필요하다. 방송사는 특성상 여러 직종과 직군이 존재하고 정규직 숫자만큼 비정규직도 존재한다. 그만큼 단일노조 결성이 힘들다. 우리의 사례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타 사업장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어떤 점이 달라지나?

당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노조가 된 만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 MBC 비정규직 업무직 노조 10년이다. 가장 생각나는 것은?

노조는 조합원들 간에 끊임없는 토론을 하고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만큼 고민하고 고뇌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맺은 것 같다. 사람들은 비정규직의 문제가 MBC에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MBC노조는 임금을 인상하거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 쟁의를 한 역사가 없다. 그런 분위기에서 업무직지부가 처음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내에서 쟁의행위를 했다. 사측도 당황했을 것이다. 쟁의행위를 많이 했지만 특히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공영방송 MBC는 각성하라.”라는 대자보를 조합원들이 목에 걸고 전 조합원이 릴레이 1인 시위를 3주 가까이 진행했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비정규 노조 10년의 의미는?

한마디로 어려웠다. 우선 스스로가 비정규직 신분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방송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비정규, 정규직 신분의 차이를 떠나 자신이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방송, 언론인이라는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에게 노동자로서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을 극복하겠다는 진정한 노동자 의식을 고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비정규직이 어렵게 노조를 결성했지만 중도에 하차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우리 역시 이러한 문제 때문에 힘든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10년을 버텨왔다. 그런 의미에서 업무직지부의 10년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제 업무직사원들을 식구로 받아들인 MBC 노조는 우리보다 처지가 못한 파견, 도급근로자를 위해 눈을 돌릴 것이다.

- MBC 정규직은 노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언론개혁, 언론악법저지투쟁, MBC 장악저지투쟁 등 누가 보더라도 빛나는 투쟁을 온 힘을 다해 해왔다. MBC 업무직 집행부나 간부들은 언론노조와 함께 언론공공성 사수 투쟁을 열심히 해서 동질감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조합원들은 임투, 비정규직 차별철폐가 주요한 투쟁 요구였다. 혹, 정규직 조합원과 이질감이 있지는 않나?

솔직히 처음에는 그랬다. 자신의 처지가 약한 비정규직노동자가 언론공공성 사수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배부른 행위라고 말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설득과 대화가 필요했다. 본질을 이해하게 되면 사람이 바뀐다. 우리도 그랬다. 파업현장에서 본부조합원과 업무직조합원이 소속을 떠나 어깨를 부딪치고 함께 하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가까워졌다. 오히려 나중에는 집행부들이 대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MBC 노조의 언론자유, 독립을 위한 투쟁은 대단한 것이고 언론공공성 사수 투쟁의 빛나는 역사이다. 업무직지부도 당연히 함께 했고 앞으로도 변함없다.

- 지난 파업 집회에 예상보다 적은 수의 조합원이 참여했는데

맞다. 파업찬반투표가 가결은 되었지만 찬성률이 이전 투표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예상보다는 적은 수였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업무직지부의 참여율이 낮은 것은 아니다. 몇 차례 파업을 경험하면서 일반직, 업무직의 구분을 떠나 파업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조합원들이 생겨난 것이다. 무노동 무임금을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보수적인 성향으로 바뀐 것인데 어떻게 하겠는가? 교육을 끊임없이 했다. 시간이 갈수록 파업에 동조하는 조합원의 숫자는 늘어났다.

- 통합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먼저 일반직, 업무직을 떠나 의식적으로 하나라는 동질감을 회복하는 작업을 할 것이다. 그리고 복지와 관련된 차별을 줄여나갈 것이다.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MBC 업무직 조합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집행부 생활을 했다. 돌이켜 보면 실수도 많이 했다. 위원장직을 연임하면서 어려운 회사 경영상황을 확인하고 오히려 조합원을 설득하기도 했다. 노조를 설립할 때의 초심을 잃고 혼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자리를 잡고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끝까지 저를 믿고 함께해 준 조합원들 덕분이었다. 조합원 동지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 MBC 조합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

업무직지부 조합원들은 이제 MBC 본부 서울지부소속 조합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늘 현장에서 같이 일한 동료이자 식구이다. 두 개의 노조로 떨어질 필요가 없다고 동의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특히, 통합하는 과정에서 우리를 격려해 준 이근행 본부위원장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본부소속 조합원으로 열심히 활동하겠다.
 
- 언론노조 동료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

MBC 업무직지부는 그동안 MBC 본사에 근무하면서도 MBC 본부와 19개 지역 계열사지부의 연합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체성이 모호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의 결과가 있기까지 업무직지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원해 주신 최상재 위원장님께 우선 감사를 드리고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언론노조 모든 조합원에게도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업무직지부는 해체되지만 우리는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영원히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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