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노종면 민실위 위원장
해고를 이기는 법 "사람과 상식을 믿고 연대하는 것"

2008년 10월 6일, ‘대통령의 언론특보는 언론사 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상식을 요구하다 노종면 당시 YTN 지부장은 동료 5명과 함께 해고를 당했다.
 YTN의 간판 앵커로, 돌발영상을 기획하고 만든 뛰어난 기자로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노종면 기자는 YTN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른바, 해직언론인, 길거리 언론노동자가 되었다.

그러나 해직 언론노동자 노종면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언론 3단체 천암함 검증위원회 대표 위원,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취재하고 강연하고 보고서 작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7월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YTN 해직자 6인의 ‘해고무효확인소송’ 2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언론노보는 23일 노종면 민실위 위원장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제안했고, 26일 회신을 받았다. 질문은 크게 천안함 언론검증위 활동, 이명박 정부 후반기 언론정책, 언론장악 저지 투쟁, YTN 투쟁 등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노 위원장은 “검증위는 천안함 사건이 여전히 미궁이며 취재할 대상임을 알렸다”고 평가했고 “본질적으로 언론과 국회의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권의 하반기 언론정책과 관련 노 위원장은 “종편 선정 과정과 선정 이후 틀어진 이해관계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정권은 보수 언론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홍상표씨가 YTN 홍보수석 발탁 배경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선호하는 언론인의 상이 딱 맞아 떨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고 “홍씨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평가를 받을만한 인물이라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음은 노종면 위원장 일문일답


◆천안함 관련 질문

-기자협회, PD연합회, 언론노조 등 언론 3단체로 구성된 천안함조사결과언론보도검증위원회 대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사결과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했고, 오류를 밝혀냈다. 활동을 평가하면?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기정사실로 되는 상황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언론과 여론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문제의식을 갖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드러난 조사결과의 오류와 모순이 그 중대성만큼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여전히 좀 더 규명되어야 할 오류와 모순이 존재한다. 검증위의 노력도 이어지겠지만, 본질적으로 언론과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합조단이 언론을 대하는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이를 취재하는 언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합조단이라기보다는 군과 정부의 대응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유언비어 차단을 명분으로 언론인과 심지어 일반인에게까지 고소로 대응함으로써 반론을 차단했다. 이는 언론이 위축되고 전문가들이 입을 닫아걸게 된 요인으로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실관계와 전문가의 견해를 취재해야 한다. 검증위는 사실 언론인들에게 천안함 사건이 여전히 미궁이며 취재할 대상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폭발 원점까지 틀렸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후 검증위가 해야 할 활동이 있다면?

 본질적으로는 언론과 국회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언론과 국회가 나서도록 설득하고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절실하다. 검증 활동 가운데 아직 마무리가 안 된 분야가 있어 그 부분을 마무리한 뒤 종합적인 내용을 가지고 중간 점검을 하려고 한다. 기자회견 형식이 될 것 같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과 언론장악

-홍상표 씨가 청와대 홍보수석이 된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홍상표 씨는 과거 <YTN의 황우석 청부 취재 사건>과 <돌발영상 삭제 파문> 등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으로 ‘정통 언론인’보다는 ‘사이비 언론인’이라는 평가가 많다. 청와대가 선호하는 언론인의 상이 홍상표 씨의 경우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발탁 배경 아니겠는가.

-MB 정권의 집권 후반기 언론정책은 어떻게 펼쳐질 것 같나

 홍보수석 기용을 보면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YTN 사태를 고소, 징계, 구속, 지방유배 등 보복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홍상표 홍보수석은 YTN에서 보도국장, 상무 등의 요직을 거치며 핵심적 역할을 했다.
맞서면 보복하는 행태가 이어질 것이 뻔하다. 집권 후반기 중요한 언론계 이슈는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 선정’이다. 종편 선정 과정과 선정 이후 틀어진 이해관계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정권은 보수 언론에 휘둘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종면과 홍상표 하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돌발영상을 기획하고 만든 사람과 황우석 청부 취재를 지시한 사람, 대통령 특보사장 반대와 대통령에게 줄서기, 체포 구속과 밀고, 시청자의 사랑과 시청자의 외면, 민실위 위원장과 청와대 홍보수석, 이런 것들이다. 한 방송사 출신으로 비슷한 시기에 이렇게 정반대의 길을 걸어갔다. 홍상표 씨를 평가한다면?

 홍상표 씨에 대한 평가는 이미 여러 단체를 통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본다. 그런데 나는 그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평가를 받을만한 인물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난 21일,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3단체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홍상표 씨 청와대 홍보수석' 임명을 두고 “목불인견이다. 언론인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라 비판한 바 있다.



◆언론장악 저지 투쟁 관련

-KBS 새노조가 파업 중이다. MB 정권 들어 YTN, MBC, KBS의 언론노동자들이 모든 것을 걸고 정권에 맞서 싸웠고 싸우고 있다. 당시 YTN은 왜 싸웠고 이렇게 언론노동자들이 싸우는 이유는 뭔가? 그리고 KBS 동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KBS의 상당수 언론인이 창피해서 파업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본질적으로 같은 심정으로 YTN 언론인들도 싸웠다. 대선후보 캠프에서 특보를 했던 사람이 언론사 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상식을 우리 스스로 부인하면서 언론인의 명함을 들고 다닐 자신이 없었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YTN 내부에서는 일부 고위 간부들이 유력한 대선후보 측에 유리한 보도를 하며 줄 서는 양상이 보였고 그러한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응축되어 투쟁의 상황을 맞이한 것 같다.

KBS 언론인들에게 진한 동지애를 느낀다. 투쟁의 동력이 오랜 기간 응축되었다는 점에서 신뢰하며 투쟁 방식의 현명함에 박수를 보낸다.


-이근행 MBC 본부장, 정대균 진주 MBC 지부장 등 언론인들이 계속해 해고와 징계를 당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

 이 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처가 곪을 대로 곪고 있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곪은 상처는 터지는 법이다.

-해직당하고 긴 복직 투쟁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하에 해고를 견디고 이기는 법은 무엇일까?

 사람과 상식을 믿고 연대하는 것, 경험으로 배웠다. 좁게는 YTN의 동료들이 한푼 두푼 모아준 돈에 의지해 살아가고, 얼굴도 모르는 시민들의 성금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지와 연대는 때론 과분하기까지 하다.


◆YTN 투쟁 관련

-YTN지부 새 지부장에 김종욱 조합원이 취임했다. 사측은 여전히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공정방송위원회 소집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또 노종면 위원장을 포함한 6명의 해고자 문제, 보복인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YTN지부의 우선적 과제를 꼽는다면?

 YTN지부의 문제는 새 집행부를 중심으로 현명하게 대처할 것이라 믿는다. 제가 보는 지금 YTN의 갈등 단계는 노조가 공정방송 제도 훼손, 보복인사 등에 대해 인내하며 사측에 이성 회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낙하산 사장이 사퇴한 지 1년이 다 되었다. 사측이 이성을 회복하는 것만이 노사 관계가 진정으로 정상화 될 것이며, 그래야 해고자 복직이 YTN이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YTN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최근 지방선거 보도 문제 등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데.

사진제공=YTN지부
 YTN만의 문제가 아닌 언론 전반의 현상으로 매우 심각하다. 일례로 청와대 3기 참모진이 들어섰는데 야당 반응 기사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청와대의 덕담만 넘쳐 난다. 방송사의 투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고 본다.

◆YTN 복직 투쟁

-1심 해고무효 소송에서 이겼다. 그리고 7월 30일 2심 선고 공판이 있다. 어떻게 예상하나?

 우리 사회의 법 상식, 순리에 맞는 판결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약 한 명이라도 다른 판정이 나오면?

 그런 예상은 하지 않는다.

-복직 판정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복직하는 것이 순리이다. 아니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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